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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꿀벌이 묻는다 “인간, 당신들이 자연에 저지른 죄 아는가”







꿀벌 한 마리에도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는 어김없이 적용된다. 『꿀벌을 지키는 사람』은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양봉업자의 이야기다. 식물에겐 열매를 맺게 하고, 인간에겐 꿀을 선사하는 꿀벌들이 잘 살지 못 하고 집단 폐사하는 환경에 대한 고발서이기도 하다.













꿀벌을 지키는 사람

한나 노드하우스 지음

최선영 옮김, 더숲

357쪽, 1만4500원




미국 양봉업자는 1200명 내외인데, 그들은 한국에서처럼 트럭에 벌통을 실은 채 계절별로 전역을 누비며 산다. 벌통 8만 개를 가진 기업형 양봉업자도 있지만, 이 책 주인공 존 밀러의 경우 1만 개를 운용 중이다. 신간은 4대 째 가업을 잇고 있는 고집불통 양봉업자 존 밀러를 중심으로 농작물 가루받이를 돕고 꿀을 선사하는 섬세한 곤충 꿀벌 이야기를 펼쳐 보이지만, 실은 강도 높은 환경고발서다.



 관건은 왜 꿀벌이 2005년 이후 집단폐사를 거듭하고 있나 하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느 날 미국 전역에 걸쳐 벌통이 텅텅 비기 시작했다. 꿀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벌떼는 어디론가 증발해버리는 사태가 잇닿는 것이다. 썰렁한 모습의 여왕벌 한 마리와 한 웅큼의 일벌이 “주인이 돌아오길 가다리는 유령선처럼” 남아 휑덩그렁하다. 미국 전체로는 330만 개 봉군(蜂群)이 250만 개로 줄었다. 뭐 꿀 안 먹는다고 대수일까? 아니 여파는 컸다.



 당장 미국 농업이 타격 받았다. 가루받이를 돕는 일꾼이 사라지니 수확량 3분의 1이 줄어들 판이다. 과일·채소 값이 치솟고, 중산층의 식탁은 썰렁해지고 있다. 주 수입원이 꿀 판매보다 가루받이 서비스업 쪽인 존 밀러도 죽을 판이다. 급기야 미 의회가 폐사 원인을 찾는 청문회를 여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흔한 지적대로 좁쌀만한 진드기 ‘응애’의 공격 때문일까? 실제로 응애는 북미지역 양봉업을 싹쓸이한 난폭자로 지목 받는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살충제의 파괴적 영향을 무시 못한다. 동시에 각종 살충제, 고압전선, 무선전화의 전자파, 아직 채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도 집단폐사에 원인으로 지목된다. 즉 꿀벌의 집단 폐사는 포괄적 의미의 환경 탓이다. 존 밀러를 5년 동안 취재해온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이 자연에 저지를 죄”(231쪽)를 묻는다. 살충제의 악영향을 고발했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반복해서 인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잡초 하나 없이 잔디로 덮인 골프장이나 도시 정원이란 실은 “살충제로 가득한 녹색 사막”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꿀벌과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살충제 없는 건강한 야생의 초지임을 역설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꿀벌을 지키는 사람』은 에세이 풍의 논픽션이라서 부드럽게 읽힌다. 정보량도 꽤 된다. 하지만 일급 저술인지는 의문이다. 꿀벌 멸종 암시도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좀 과장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밝힌대로 19세기 미국에서는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꿀벌 폐사 사태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꿀벌은 살아남았다.



 실은 이 책은 서점가를 점령하다시피 한 숱한 환경서적 사이에서 차별성도 다소 애매하다. 그렇다면 꼭 1년 전에 등장했던 진화생물학자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와 함께 읽어 생태문제를 보는 시각에 새로운 균형을 잡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얼마 전 나온 『기술의 충격』(케빈 켈리)도 환경 낙관론의 소수의견을 펼치는데, 두 책은 기존 환경서적의 디스토피아론을 비판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너끈하게 내다보고 있어 대조적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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