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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없이 유럽을 웃기다…한국 최초로 유럽 무대 서는 개그팀 '옹알스'





"개그맨은 울어야 하는 직업" 4명의 개그맨…세계적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
공짜티켓 돌려도 한국에선 외면…영국서 공연하자 BBC까지 줄서서 인터뷰
에든버러 페스티벌, 올해는 메인 극장 선뜻 비워주며 "여러분을 믿는다"



한류 개그맨 꿈꾸는 옹알스. 왼쪽부터 최기섭·조수원·채경선·조준우







이 개그맨들 참 어이없다. 1시간 내내 관객들을 신나게 웃기더니 공연이 끝나자 정작 본인들은 울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도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관객을 웃고 울리는 이 사람들,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 '옹알스' 팀이다. 조수원(32)·최기섭(32)·채경선(31)·조준우(33) 4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다. 옹알스는 오는 8월 2000여 개의 공연팀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한국 코미디 역사상 최초다. 데뷔한지 어언 10년 그러나 스타는 없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하다. 그런 이들이 뭉쳐 유럽 무대에 서기까지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류 배우, 한류 가수에 이어 한류 개그맨을 꿈꾸는 이들을 출국을 앞둔 21일 쇼케이스 현장에서 만났다.





◇삐에로의 웃음에는 눈물이 있다









작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해 거리 홍보 중인 옹알스



쇼케이스가 끝난 후, 4명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개그맨은 '울어야 하는' 직업이다. 최기섭씨는 "관객이 우리 공연을 보며 웃는 동안 우리는 그들 안에 있는 슬픔과 괴로움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대신 울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아, 그런데 오늘은 실수했다. 원래는 뒤에서 울어야 되는데 울컥하는 바람에 앞에서 울어버렸다"며 머쓱해했다.



이들이 하는 공연은 일명 '옹알이 개그(Babbling Comedy)'다. 옹알이 하는 아기들로 분장해 말 한마디 없이 오로지 소리와 동작만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처음엔 장애우들을 위해 기획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웃음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옹알스는 2007년 KBS 2TV 개그콘서트 무대에 섰다. 코너가 종료된 후에도 계속해 옹알이 개그를 추구했다. 저글링·외발자전거·마술·사물개그·비트박스 등 어떻게 보면 단순한 1차원적인 개그다. 그렇다고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담겨있다. 물론 고민한 흔적과 노력의 땀방울도 함께 녹아있다. 정신없이 웃다가도 문득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그래서다.



◇ 한국의 돌아이들 유럽을 웃기다









작년 영국 BBC, 메트로에 실린 모습



유럽 무대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첫 참가했다. 조준우씨는 "2009년 사전답사를 하러 에든버러에 갔을 때 길거리 한 모퉁이에서 몰래 공연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개그가 외국인들에게 먹히더라. 그래서 내년엔 꼭 정식으로 참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예부터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영국 왕실에 초청받지 못한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든 공연으로 불렸다. 채경선씨는 "우리를 위한 페스티벌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국내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 곳에서 우리의 개그를 마음껏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시 가장 큰 장벽인 언어도 이들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외국인들을 웃길 수 있는 이들만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의 반응은 냉담했다. 조수원씨는 "미친놈·돌아이 별 소리 다 들었다. '남들은 한국에서 성공해 외국으로 나간다는데 니들은 뭐냐. 그냥 여기에서나 제대로 해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0년 이들은 유럽 무대에 당당히 별 다섯개짜리 공연을 올렸다. '한국에서 정말 웃긴 사람들이 왔다더라'는 입소문이 돌더니 공연 마지막 날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영국 BBC와 메트로는 이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공연장을 찾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귀국 후 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길에서 공연 홍보지를 돌리며 관객들을 모았다. 제발 와달라고 공짜 티켓까지 뿌렸지만 공연장은 늘 반도 차지 않았다. 허탈했다. '때려치네,마네'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갔어도 다음 날 눈을 떠보면 연습실이었다. 그리곤 '아, 다시 힘내서 살아봐야지' 했다.



◇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











고민 끝에 올해 두번째 참가를 결정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측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낸 옹알스에게 올해는 메인 극장을 내줬다. 작년엔 65석이었지만 이번엔 무려 160석이다. 처음엔 부담이 돼 거절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우리는 너희를 믿는다"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경비 마련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비행기 티켓값은 물론 숙박비·극장 대관료·포스터 제작비 등 온통 돈 들어가는 일 뿐이었다. 지방 공연과 행사를 다니며 번 수입을 몽땅 쏟아부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조준우씨는 아내에게 조명·음향 스탭을 맡겼다. 이 때 연습실 한 켠에 놓인 복권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희의 한 줄기 희망이죠"라며 웃는 이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마지막 공연 날, 한국 교민들이 단체 관람을 왔다. 옹알스가 엔딩 장면에서 태극기를 가르키며 환하게 웃던 그 순간, 관객석의 교민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오로지 우리 꿈만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며 "전 세계 모든 곳에 우리의 공연으로 태극기를 꽂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유혜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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