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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법정] 만삭 의사부인 사망 … 한국 vs 캐나다 법의학자 공방





이윤성 “목 눌린 흔적 선명” 폴라넨 “죽은 뒤에도 생겨”



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만삭 의사부인 사망 사건’ 3차 재판에서 세계적 법의학자인 캐나다의 마이클 스벤 폴라넨(43·그림 오른쪽) 토론토대 법의학센터장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 쟁점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 있다. 폴라넨 센터장은 피고인 백모(31·전공의·맨 왼쪽)씨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스케치=김회룡 기자]





법정에선 녹음기도, 동영상·사진 카메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펜과 종이만이 재판 현장을 전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중요 사건에 대해 법정 내의 공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라이브 법정’을 마련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몸에는 흔적이 남는다. 시신에 남은 ‘망자(亡者)의 아우성’을 읽어서 죽음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사람들이 법의학자다. ‘만삭 의사부인 사망 사건’의 세 번째 재판이 열린 21일 오후 서울 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 국내·외 최고의 법의학자들이 법정에서 맞닥뜨렸다. 서중석(54)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 부장과 박재홍(40) 국과수 법의관 등 국내 법의학자 세 명이 검찰 측 증인으로, 캐나다의 마이클 스벤 폴라넨(Michael Sven Pollanen·43) 토론토대 법의학센터장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두하면서다. 양측은 만삭의 몸으로 욕조에서 숨진 박모(29·여)씨의 사망 원인이 자살인지. 사고사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피고인 백모(31·전공의)씨가 부인 박씨를 목졸라 죽였다고 주장한 반면 피고인 측은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라고 맞섰다. 박씨의 시신을 부검했던 박재홍 법의관이 먼저 증인석에 올랐다.



 ▶피고인 측 이정훈(41) 변호사=박씨가 사망 당일 오전 6시41분(백씨가 집을 나간 시각) 이전에 죽었다는 증거가 있나.



 ▶박 법의관=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신의 반점 색깔 등을 볼 때 숨진 지 10시간 이상이 흐른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목 주변 피부가 까진 것을 목졸림에 의한 의한 타살의 근거로 제시했다. 박씨가 욕조에서 혼자 몸부림치다 까질 수도 있지 않나.



 ▶박 법의관=지금 말싸움하자는 건가. 매끈한 욕조면에서는 피부가 벗겨지지 않는다.



 이 변호사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방청석에 있던 박씨의 친척들 사이에선 “저 변호사는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오후 5시, 피고인 측의 가장 중요한 증인인 폴라넨 교수가 증인석에 앉았다. 동티모르·캄보디아 등에서 법의병리학자로 근무했고 아이티 지진·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현장에서 부검의로 활동한 경력의 법의학 권위자다. 폴라넨 교수는 본인이 직접 부검한 사례를 인용하며 설명했다.



 ▶폴라넨 교수=목이 졸려 죽은 시신은 일관된 특징이 없다. (사인을 밝히려면) 굉장히 주의해서 봐야 하고 다른 경우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목 부분의 상처는 죽은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 변호사=박씨가 숨진 자세는 질식사의 전형적인 형태 아닌가.



 ▶폴라넨 교수=그렇다. 모든 증거를 종합해 봤을 때 타살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국내 법의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이윤성(58) 서울대 의대 교수는 “부검 결과와 정황 증거 등을 볼 때 타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남철 검사=박씨가 목이 졸려 죽었다고 보는 근거는.



 ▶이 교수=두 가지다. 숨진 박씨가 술에 만취했거나 약물에 중독된 정황이 없다. 또 목 주변에 눌린 흔적이 선명하다.



 ▶조 검사=피고인 측의 논리로는 박씨의 얼굴·팔·다리 등에 난 상처를 설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교수=그렇다.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들은 박씨가 죽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누구와 다퉜음을 암시하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8시간 넘게 계속되면서 이날 예정됐던 서중석 국과수 부장에 대한 신문은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서 부장은 기자와 만나 “침대에선 박씨의 소변이 나왔는데 정작 박씨가 숨진 채 발견된 욕조에선 소변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등 현장에도 이상한 점이 많다”면서 “폴라넨 교수는 단편적인 팩트들만을 갖고 국과수와 한국의 법의학을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이한길 기자

스케치=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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