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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금요헬스실버] 100만원만 내면 내 ‘유전자 비밀’이 …





인간 지놈(genome) 완전 해독 도전
피 10ml로 내 ‘존재’를 안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서정선 교수가 자신의 지놈 정보 분석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지놈 분석 비용이 낮아지면서 지놈 분석을 통한 질병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서울대 의대 서정선(59·유전체의학연구소장) 교수는 다른 사람의 지놈(genome·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문득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2009년 10월 본인의 지놈 정보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그의 팔뚝에서 피 10ml가량을 뽑았다. 이 피에서 DNA만 추출한 뒤 지놈 분석기에 집어넣었다. 24일(요즘은 8일로 단축)을 기다리자 600메가짜리 CD롬 7만 장 분량의 전(全)지놈 정보가 그에게 전달됐다.



서정선 교수의 지놈 정보엔 ‘알코올을 빨리 분해하는 유전자’와 ‘카페인을 느리게 분해하는 유전자’가 기록돼 있었다. 서 교수는 실제로 술은 센 편이지만 커피에는 민감하다. 그래서 커피보다는 카페인이 적은 홍차를 즐긴다.











 그의 지놈 정보에는 또 ‘마른 귀지와 굵고 거센 직모, 적당한 근육’이라고 적혀 있고 ‘당뇨병·고혈압·녹내장·골다공증 등 위험요인들은 없음’이라고 분석돼 있다.



 내친김에 서 교수는 상업적으로 지놈 정보를 분석해주는 아이슬란드 회사 ‘디코드 미(Decode Me)’에 자신의 혈액을 보냈다. 2주 만에 “치매 유전자(Apo E4)는 없지만 심방세동(心房細動:심장병의 일종)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1.3배 높다”고 전해왔다. 서 교수는 “심방세동 관련 유전자는 동양인 3명 중 1명이 갖고 있어 심방세동 경고엔 찜찜하지 않았다”며 “서구인 위주의 지놈 연구 결과로 동양인의 질병 정보를 해석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류의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21일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자신의 지놈 정보 전모가 밝혀진 아시아인은 30여 명으로 이 가운데 16명(이 중 11명은 학술지에 발표)이 한국인이다. 서 교수는 “연령대가 30~70대까지 다양하다”며 “아시안 지놈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한 분들에게 부탁해 연구 목적으로 기증받았기 때문에 대부분 저명한 과학자와 기업가, 의사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김종일 교수는 “2009년 9년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지놈 정보의 주인공도 건강한 30대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지놈 정보가 해독됐지만 전 세계에서 지놈 전모가 밝혀져 공식적으로 논문에 보고된 사람 수는 50명. 이 중 한국인이 11명으로 가장 많다. 그만큼 분석 기술에서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놈 정보를 분석하면 고혈압·당뇨병·암 등 자신이 걸리기 쉬운 질병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지놈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본인 암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알게 돼 이 정보에 근거한 항암제 선택이 가능해지는 등 본격적인 맞춤형 의료 시대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서정선 교수는 “1인당 지놈 분석 비용이 PC 가격인 100만원대로 떨어지면 미국에서만 1억 명이 자신의 지놈 분석을 의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만 명 이상의 인종별 지놈 정보가 쌓이면 웬만한 질병은 예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이미 상업화를 허용, ‘23&Me’ 등 간이 지놈 검사 전문회사들이 영업 중이다. ‘나쁜’(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취업·보험 가입 등에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유전자 차별금지법’도 제정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와 관련된 법적·윤리적·사회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놈 정보의 판매는 불법이다. 서 교수는 “3∼4년 뒤 본격적인 지놈 정보 활용 시대를 앞두고 관련 정보 보안·법 제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놈 정보를 의료정보와 개인정보 중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놈 정보 활용에 대한 경계론도 있다. 가톨릭의료원 이동익 의료원장은 “지놈의 상업화는 나쁜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에 대한 ‘우생학적 차별’을 부를 수 있다”며 “섣부른 지놈 정보 판매 허용은 인간의 도구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이주연 기자



◆인간 지놈 프로젝트=지놈은 사람의 유전자 지도이며 DNA로 구성된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는 사람의 세포 내 염색체(23쌍)에 존재하는 60억 개가량(부모로부터 각각 30억 개씩 받음)의 DNA 염기(鹽基)들의 순서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1990년 미국·영국 등 국제 공동연구팀에 의해 시작됐다. 한 사람의 지놈 전모를 밝히는 데 2001년엔 1억 달러가 소요됐으나 요즘은 500만∼1000만원이면 가능하다. 3년 뒤엔 1000달러(100만원)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리적·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대중화는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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