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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도 갸우뚱하는 지하철 ‘여성 전용칸’




한국은 여성 전용칸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지하철 2호선의 전동차 내부. [안성식 기자]

지하철은 섞이는 공간이다. 어른과 아이가, 남자와 여자가 섞인다. 승객이 꽉 들어차면 몸이 부딪히고, 피부가 맞닿는다. 불쾌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성범죄가 발생한다. 일부 파렴치한 남성들이 여성들을 성추행한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당국은 이게 항상 골칫거리다.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싶은데 성범죄가 끊이지 않아서다. 서울시가 묵혔던 방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여성 전용칸’ 도입이다.

 여성 전용칸 제도는 1992년 지하철 1호선과 국철에서 도입했지만 실패한 전례가 있다. 혼잡한 시간대에 환승 통로 가까이 있는 열차 마지막 칸을 전용칸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남성 승객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2007년에도 여성 전용칸을 만들자는 논의가 잠시 일었지만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이번에 다시 서울시가 여성칸 카드를 꺼낸 것은 지하철 성범죄가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찰에 붙잡힌 지하철 성추행범은 1192명으로 2009년(671명)보다 78% 증가했다. 신체접촉,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속 촬영 등 성범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은 2000년 12월 도입돼 운행 중인 일본 도쿄 전철 게이오선의 여성 전용칸. [지지통신 제공]

서울시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검토 중이다. 밤늦게 혼자 지하철을 타는 여성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하철 막차의 한두 칸에 여성만 타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여성 전용칸’보다는 ‘여성 안전칸’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포장을 바꿔도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먼저 실효성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적발된 지하철 성범죄의 65.5%가 출퇴근 시간에 일어났다.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이 들어찼을 때 파렴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는 얘기다. 반면 심야(오후 11시 이후)에 일어난 성범죄는 4.1%에 그쳤다. 지하철 막차는 승객이 붐비지 않는다. 술에 취한 승객이 있지만 여성을 성추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다. 신용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여성들이 취객들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거나 인적이 드물어 타기 꺼리는 경우가 있어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작 여성들은 이런 해법에 공감하지 않는다. 김명은(37·여·경기도 용인시)씨는 “성추행 범죄는 복잡한 시간대에 일어나는데 막차에만 전용칸을 설치하는 건 엉뚱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여성 안전칸에 타는 남성을 막을 강제 조항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에서는 “일반 칸에 타는 여성은 성추행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대학 강사 안보원(36·여·경기도 안양시)씨는 “만약 일반 칸에 여성이 타고 있다가 성추행을 당하면 ‘안전칸에 타지 않은 죄’를 드는 사람도 분명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의 모든 차량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일인데 굳이 보호칸을 두는 것은 ‘여기서만 지키면 된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이선미씨는 “지하철 내에서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는 것이 성범죄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데도 이를 추진하는 건 전시행정”이라고 말했다.

 남성들도 불쾌하긴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타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회사원 김정민(36)씨는 “남자 승객을 모두 성범죄 혐의자로 모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에 경찰을 더 배치하고 차량에 CCTV를 설치하는 대책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런던·파리 등 세계의 주요 대도시 지하철에는 여성 전용칸이 없다. 일본만 2000년대부터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을 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9월에 2호선에서 여성 안전칸을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글=전영선·최모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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