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스페셜 리포트] 패스트패션이 깨운 동대문시장 … 북쪽은 가격, 남쪽은 스피드





아침에 디자인해 저녁에 판다





김석중(32·사진)씨는 7년째 매일 밤 동대문 도매시장에 나간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할 옷을 고르기 위해서다. 매일 신상품이 선보이는 만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는 “말 그대로 초고속패션, 패스트패션이 구현되는 곳이 동대문”이라며 “이곳이 없었다면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가격, 트렌드를 바로바로 반영하는 패스트패션이 동대문을 다시 깨우고 있다. 특히 패스트패션 유통의 한 축인 온라인 쇼핑몰이 급성장하면서 이곳 도매시장은 주력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변 상권 역시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인 상권과, 빠른 디자인을 내세운 상권으로 분화하고 있다. 작은 매장에서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이는 동대문 디자이너들은 자라·H&M 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리더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패스트패션이 바꾼 동대문을 들여다봤다.



정선언 기자, 최나빈 인턴기자(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김석중씨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 매출이 좋은 ‘파워셀러’로 꼽힌다. 그가 운영하는 제이브로스엔 거의 매일 새로운 제품이 등록된다. 이들 제품의 운명은 일주일 정도면 갈린다. 클릭 수와 주문량이 많으면 계속 판매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품절’ 안내를 띄운다. 평균 4~8주 정도면 대부분 제품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교체된다. 그는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은 디자인 교체 주기가 상당히 짧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똑똑해졌어요. 인터넷이 그렇게 만들었죠.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트렌드를 반영한 빠른 디자인 변화. 이게 만족되면 굳이 비싼 브랜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패스트패션이 대세가 된 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21일 자정, 동대문 도매시장 디자이너스클럽 앞. 전국의 온라인쇼핑몰·의류 소매점에서 주문한 옷들이 쌓여 있다. 소매업자들은 동대문 도매상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구매대행업자를 통해 필요한 의류를 주문한다. 구매 대행업자는 옷을 사들여 꾸러미로 만든 후, 각 지역에서 오는 버스가 모이는 곳에 가져다 놓는다. 매일 오전 2시즈음이면 버스가 와 물건을 싣고 각 지역으로 흩어진다. [김태성 기자]






 온라인 쇼핑몰은 이런 변화에 맞춰 디자인을 빠르게 교체하는 것이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씨 역시 판매하는 옷의 70%를 동대문에서 떼온다. 그는 주로 동남부 상가를 찾는다. 유어스·디자이너클럽 등이 들어선 동남부 상권의 특징은 디자인이 빨리 바뀐다는 점이다. 매일 새로운 디자인이 진열되고 일주일 안팎이면 대부분 디자인이 바뀐다.



 실제로 지난 11일 자정 무렵 찾은 동부지역 도매상가는 장마철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어스 앞에는 광주·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로 흩어질 의류가 더미째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구매대행업자는 “오전 2시쯤 버스가 와 싣고 해당 지역으로 간다. 그리고 전국의 보세 의류 가게나 온라인 쇼핑몰로 흩어진다”고 전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남부 지역 상인들은 신당동·회현동·성북동을 비롯한 서울 각지에 있는 소규모 의류공장과 십수 년씩 거래를 하거나 직접 공장을 운영한다. 오전에 디자인을 넘겨 오후 늦게 상품을 받아 밤새 판매할 정도로 디자인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도매상인 박충민(43)씨는 “수십 벌 정도를 먼저 주문해 반응을 보고 주문량을 늘린다. 첫 주문이라고 해도 3, 4일이면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팔리는 동향을 보고 추가로 주문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부 상권에서 인기를 끄는 디자인은 동북부 상권으로 확산된다. 디오트·동평화상가·신평화패션타운이 대표 상가다. 이곳은 중국에서 생산한 의류를 주로 취급한다. 주문한 후 제품을 받는 데 45일 정도 걸린다. 그렇다 보니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을 바로 바꾸긴 어렵다. 대신 같은 제품이라도 남부 제품의 65% 수준에서 가격이 매겨진다. 동북부 상가엔 인기 디자인을 대량으로 사들이려는 국내 업체나 중국 바이어들이 많이 찾는다. 중국 바이어들은 주로 샘플을 동대문에서 떼가는데, 워낙 인구가 많아 샘플도 2만~3만 장씩 사간다고 한다. 서울패션센터 박찬영 센터장은 “패스트패션의 핵심은 속도와 가격”이라며 “5~6년 전부터 동남부 상권이 트렌드를 반영한 빠른 디자인을, 동북부 상권이 합리적인 가격을 담당하는 구조로 분화했다”고 말했다.



 동대문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의류 제조업체들도 움직이고 있다. 김석중씨가 거래하는 공장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동대문에서 조달하는 의류를 제외한 나머지 30% 정도를 직접 생산한다. 사내 디자이너가 기획해 신당동 등지의 공장에 생산을 맡기는 것이다. 이들 공장 대부분이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주문을 받아 의류를 생산·납품한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의류 디자인·생산에서 유통까지의 전 과정을 수직계열로 갖추게 되면서 이를 하나의 브랜드로 엮어내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LA 자바시장의 의류를 골라내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미국의 패스트패션업체 ‘포에버21’ 같은 실험이 동대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에서 도매업을 하다 의류 브랜드 ‘3QR’을 론칭하며 본격 의류사업에 뛰어든 김영진(39)씨는 “3~4년 전부터 LAP, 코인코즈 같은 업체가 포에버21을 표방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동대문 브랜드를 모아 편집매장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매시장이 분화를 거듭하며 패스트패션 의류의 제조와 소매 유통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동안 소매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30일 헬로에이피엠과 밀리오레는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헬로에이피엠에서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주연(45)씨는 “다들 H&M·자라 아니면 인터넷에서 옷을 사니 장사가 되겠느냐”며 “그나마 단골이 있어 문을 닫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상인들 목표는 현상유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굿모닝시티의 경우 비어 있는 상가도 눈에 띄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