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상고 출신의 은행권 취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학력 구분 철폐로 텔러 업무를 맡는 창구직에도 대졸자가 몰리면서 고졸 출신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다 보니 특성화(전문계)고 졸업생의 71%가 대학 진학을 택하는 것이 오늘의 답답한 현실이다. 반면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계속 떨어져 2002년 50.5%에서 지난해 19.2%로 급감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1.9%(2009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6%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로 인한 사교육비와 등록금 부담도 부담이지만 대학을 나와도 취업문을 뚫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갈수록 늘어나는 청년실업은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된 지 오래다. 학력 인플레와 취업난,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 가중의 악순환을 끊는 열쇠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격과 능력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는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은행권의 고졸 행원 채용 바람이 반갑고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게 하려면 학력 간 임금 격차 해소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임금 격차는 100대 177로, OECD 평균(167)을 크게 웃돈다. 고졸 채용 확대와 임금 격차 해소 문제가 함께 해결될 때 실력보다 간판에 매달리는 학벌주의의 뿌리깊은 병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