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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의사들의 머리, 달러 버는 데도 쓰자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의대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간다. 전국 70만 명의 수험생 중 0.5% 안에 들어야 붙는다고 한다. 26개 대학 의예과 정원은 1372명, 치의대 4곳은 220명이다. 둘을 합쳐야 1592명이다. ‘공신(工神)’들의 총집합이다. 지방대 의대도 서울 명문대 이공계 합격선보다 높다. 의대생들은 어렵고 고된 공부를 한다. 그러니 머리도 좋아야 할 터이다. 개인적으론 공신들이 의대에 몰리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손힘 좋은 이들이 해도 될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보여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한국에서는 고용불안 때문에 의대가 초특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면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40대에 실직할 염려가 있다는 계산을 한다. 부모들은 의사 면허를 따 놓으면 일자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므로 머리가 좀 있는 학생은 누구나 의학 공부를 하길 원한다. 한국은 재능 있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실패했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솔직히 “어렵고 아픈 사람을 돕기 위해”라는 판에 박힌 말은 울림이 없다. 물론 의사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좋은 병원에 들어가 좋은 의사가 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런데 좋은 머리를 쓸 기회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일단 취직을 하면 단순한 월급쟁이가 되는 의사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0.5%의 효과’ 때문일까.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6대 암(위암·갑상선암·대장암·폐암·간암·유방암) 생존율만 봐도 그렇다. 5년 생존율이 60.2%로 유럽(51.9%)과 일본(54.3%)을 앞선다. 외국 유명 병원에 갔던 환자가 “한국이 수술을 더 잘한다”는 현지 의사의 말을 듣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메디컬 코리아’라는 말이 나온 연유다.



 세계 곳곳에 아픈 사람은 많다. 돈 있는 환자들은 의술 좋은 곳에서 좋은 치료 받기를 원한다. 한국의 의사들은 고급 비즈니스,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실력이 충분하다. 그런데 기회가 적다. 외국 환자를 유치할 무대가 적다. 투자개방형 병원(For-profit hospital:영리병원)은 0.5%의 인재들이 글로벌 경쟁을 벌일 절호의 무대다. 비영리법인인 대형 병원들이 외부 자본을 유치해 좋은 의사와 시설을 갖추도록 해 세계 병원과 겨루게 하자는 게 핵심이다.



 우리보다 의료 수준이 낮은 태국은 투자병원에 일찍이 눈을 떴다. 지난해만 156만 명(한국 8만1789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그런 황금시장을 정부와 정치인들이 막고 있다. 제주와 인천 송도에 세우려던 투자병원은 8년째 겉돌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꽂은 깃발을 이명박 정부가 뺀 격이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촛불에 덴 기억 때문인지 투자병원의 ‘투’자만 나와도 몸을 움츠렸다. 글로벌 시장경쟁 원리를 지향하는 MB정부의 모순이다.



 다행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의지를 보였고, 8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는 점이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한나라당과 보건복지부도 적극 나설 모양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태클을 걸 태세다. 투자병원의 필요성을 주창했던 장본인인데도 말이다. 시민단체도 “의료서비스 양극화와 의료비 상승이 우려된다”고 반대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인들이 국익을 팽개치고 당략에만 몰두하는 사이 우리는 의료 황금시장을 이웃에 내주고 있다. 더 늦어지면 안 된다. 다음 달 투자개방형 병원 관련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0.5%의 두뇌들이 각국 의사들과 치열한 환자 유치 경쟁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인재들을 우물 안에 가둬 놓는 것은 국력 손실이다.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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