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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다이어리 <24> 비바람 몰아친 디 오픈, 골프의 본질 보여줬다

로리 매킬로이는 오랫동안 사귀다 헤어진 여자 친구가 그립다고 하더니 며칠 안 돼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와 데이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 오픈에서 7오버파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후엔 디 오픈의 악천후가 싫고, 자신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상황에서 경기했다는 투로 불평을 했다. 나쁜 날씨에 화가 났는지 “1년에 한 번 있는 대회를 위해 내 경기 스타일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미국 야후에 실린 이 기사의 댓글은 매킬로이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로리가 징징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 비 올 때는 경기를 멈추고, 해가 뜨고 따뜻할 때만 경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비아냥이었다.



매킬로이는 아직 어리다. 나이가 좀 더 들고 경험이 쌓인다면 이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할 거라고 생각한다. 디 오픈은 자연과의 대화며 그것이 디 오픈을 가장 위대한 대회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보비 존스도, 잭 니클라우스도, 타이거 우즈도 그렇게 생각했다.



거친 비바람은 누가 더 현명하고 누구의 의지가 더 굳건한지를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최고의 스윙 머신 매킬로이가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63타를 치고, 비바람이 분 그 다음날 80타를 친 걸 보면 알 수 있다. 좀 더 현명했다면 그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올해 62세의 노장 톰 왓슨이 젊은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수 있었던 것도 그렇다. 매킬로이(7오버파)보다 한 타 성적이 좋았다. US오픈, PGA 챔피언십 등 힘 자랑을 해야 하는 다른 대회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골프는 육체보다는 정신의 게임이며 골프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인생의 거울이다. 가장 오래된 디 오픈이 그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스코틀랜드에는 ‘비와 바람이 없다면 골프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골프장이 있는 바닷가는 항상 날씨가 궂다는 뜻도 있고, 비바람이 불어야 골프가 더 재미있다는 뉘앙스도 약간 있다. 그래도 디 오픈의 날씨는 좀 심한 것은 아닌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퍼라면 그 바람과 비에 감사해야 한다. 비와 바람이 없었다면 골프라는 것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해안에 부는 강한 바람은 미세한 모래를 바닷가에 쌓아놨고, 비는 그 모래를 단단하게 굳히고 잔디를 키웠다. 이 땅은 염분이 많아 농작물을 키울 수 없는 황무지인데 모래땅이라 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비가 와도 질척거리지 않는 놀이터가 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골프가 태어났다. 비바람이 없었다면 골프도 없고, 매킬로이는 아버지처럼 바텐더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바람은 오락가락한다. 어떤 선수는 화창할 때 티오프를 하고 어떤 선수는 비바람 속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불공평한 것일까. 골프는 평등하지 않다. 인생도 평등하지 않다. 누구는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다. 어떤 이는 이런 저런 재능이 있고 다른 이는 그렇지 않다. 불평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불평만 하고 있으면 불행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골퍼로서는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매킬로이는 US오픈에서 우승할 때 비의 도움을 받았다. 그린이 부드러워져 공을 핀 옆에 세우고 많은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예년처럼 딱딱한 그린이었다면 매킬로이가 최저타 기록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경험이 적은 그가 우승을 할 수 있었을지도 미지수다.



공평하지 않은 것은 골퍼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 된다. 미국인인 보비 존스는 처음 영국 링크스에서 라운드를 하다가 너무 화가 나 스코어 카드를 찢어버렸다고 한다. 코스는 황량하며 비바람이 불고 공이 제멋대로 튀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연이 만든 코스에서는 행운을 경계하고 불운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과, 길게 보면 운은 평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골프의 진정한 테스트는 링크스에서 이뤄진다고 여겼다. 매킬로이도 존스처럼 자연의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매킬로이와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한 톰 왓슨은 불평을 하는 대신 기자들에게 “프로 선수들이 악천후 속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맞다. 디 오픈의 재미 중 하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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