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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상생한다며 대형마트 ‘심야영업 금지’ 추진 논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최근 정부 경제정책의 타깃은 오로지 서민이다. 골목상권과 서민들을 위한 대책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급기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서민들의 불편을 키울 뿐 아니라, 같은 서민인 대형마트 종사자들의 일자리마저 빼앗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통상 마찰 소지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밀어붙이는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금리가 비싸다는 이유로 은행과 고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18일 경기도 과천 지식경제부 청사. 이날 지경부는 국내 대형마트 3개사와 교수 등 유통학회 관계자를 은밀히 불렀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압박에 업계 측 불만이 고조되자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그동안 쌓인 불만과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영업시간 제한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다. 영업시간을 줄여도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손님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등 실익도 거의 없다.”(대형마트 A사 관계자)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 같은 두 자릿수 고성장을 구가하는 대형업체는 놔두고 매출 감소세가 뚜렷한 대형마트만 몰아치는 이유가 과연 뭔가.”(B사 참석자)

 이처럼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한 영업 규제를 밀어붙이자 대형마트 업계는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을 통해 골목상권과 내수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관련 업계는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하고 영업권만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20일 한 대형마트 고위 임원은 “무슨 일만 생기면 대형마트 규제를 얘기하는데, 우리가 동네북이냐”고 토로했다.







 유통업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영업시간 규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달 16~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장·차관 국정토론회였다. 당시 회의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 중 한 가지로 대형마트 규제 아이디어가 언급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정부는 관련 부처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아이디어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만드는 중이다. 이달 초 비공개로 열린 정부부처 회의에서는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됐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9~10시까지로 규정 ▶의무휴업일수를 월 1회 지정 ▶24시간 영업 금지 방안 등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우선 24시간 영업 제한과 관련해서는 타 업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골목상권을 살리려고 나온 영업제한이 서민들의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일종의 ‘공정사회의 역설’이 된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심야 영업을 하지 않으면 업체별(2010년 기준)로 고용인원이 120여 명에서 1100여 명까지 줄어들게 된다”면서 “심야에 문을 여는 재래시장도 없는 만큼 영업 제한은 서민 일자리를 없애는 것 외에 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 24시간 운영하는 점포는 홈플러스가 30여 곳으로 가장 많고,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10여 곳 정도다. 운영시간을 오후 9~10시로 묶는 안도 정부 기대와 다른 효과를 낳을 것으로 지적됐다. 대형마트 측은 “2007년 국회산업자원위원회(현 지식경제위원회) 조사 결과 대형마트가 일찍 문을 닫더라도 소비자는 재래시장이나 동네시장이 아닌 중대형 수퍼마켓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가 원하는 중·소상공인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가 저녁 폐점 시간을 앞당길 경우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는 퇴근 후 저녁 시간대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비중이 전체의 20%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대형마트로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찍 매장을 닫을 경우 야채류 같은 신선식품의 폐기량이 증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부처 내에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이익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기업청은 중소상인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찬성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유럽연합(EU) 등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이해당사자 간 견해 차이가 큰 문제여서 추진과제가 아니라 검토과제로 분류돼 있다”며 “아직은 지경부·중기청 등 여러 부처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수기·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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