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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전문기자의 경제 산책] 한·중 FTA 급하지 않은 이유




김정수
전문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보면 절로 데자뷰(旣視感)를 갖게 된다. 좌절을 겪었거나 걸음을 멈춘 그동안의 FTA와 빼닮아서다. 이것도 결국 좌절하고 말거나, FTA를 체결한다 해도 엄청난 경제·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가능할 것 같다. 차라리 추진하지 않는 게 낫다 싶다.

 한·중 FTA 얘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찬성하는 소리가 들리긴 한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에 묻혀 어디 지지하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다. 딱 한·미 FTA꼴이다. 공식 협의가 시작된 지 6년, 협상 종료 후 4년이 지나도 아직 국회에 비준안을 올리지도 못한, 그 한·미 FTA와 무척 닮았다.

 협상에 적극적인 게 한국이 아니고 상대국이라는 점도 같다. 무역흑자가 너무 커서 FTA 못하겠다고 하기 힘든 게, 자유무역을 하면 우리가 더 큰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게 닮았다. 이럴 때 협상을 하면, 마치 우리가 불리한 데도 (무역흑자나 외교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상에 끌려 들어가는 것처럼 비치게 된다. 그 앞날이 좋을 리 없다.

 리더십의 부재 또한 비슷하다. 개방이 결국은 또는 언젠가는 나라에 좋다며 전면에 나서서 FTA를 역설하는 리더를 본 기억이 없다. 지금 정권만 해도 그렇다. 집권 전에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투철한 듯하더니, 집권 직후부터 그 믿음이 흔들리는 듯하다가, 지금은 시장경제 흔들기를 밥 먹듯 하고 있다. 그런 정권이 농민과 중소기업의 반대가 뻔한 FTA를 추진할 생각을 가지기 힘들 게다. 개방에 대한 확신이 없는 리더십이 추진하는 FTA의 결말은 한·미 FTA가 그동안 거쳐온 험난한 길과 이도 저도 아닌 지금 상황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한·중, 한·미 두 FTA가 닮은 점만 보면 앞날이 걱정스럽다. 그런데 상황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우선 국내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졌다. 그동안의 협상은 나라 안의 제조업 부문과 농업 부문 간의 줄다리기였다. 한·중 FTA는 수출 대기업은 입다물고 내수 중소기업과 농업 부문이 문제를 제기하는 구도다. 추슬러야 할 대상이 더 늘어난 것이다.

 둘째, 협상의 장(場)이 더 넓어졌다. 이미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은 2003년 이후 우리의 압도적인 제1의 수출시장이다. 그건 좋은데 ‘세계의 공장’ 중국이 마음에 걸린다. 중국은 2007년 이후 줄곧 우리의 제 1 수입국이다. FTA 없이도 값싼 물건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FTA를 감당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그 불안과 비례해 피해 보상과 지원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질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반대를 심하게 해 지원금을 늘리는 게 이젠 권리처럼 되어버렸다.

 셋째, 우리의 눈이 안으로 돌려졌다. 한·미 FTA까지만 해도 수출이 일자리에 좋다고, 자동차·반도체 등이 국위를 선양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수출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 수출은 일자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주류다. ‘자기네들이 잘나서 수출을 많이 한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 만일 정부가 환율을 높게 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수출을 많이 했겠느냐’는 게 입바른 소리처럼 들릴 정도다. 그런 수출을 늘리자고, (새 FTA로) 내수와 농업을 어렵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또한 경제논리에 의한, 비용 효율적인 (피해부문 지원 등 비용을 덜 들이는 식의) 협상을 힘들게 할 것이다.

 넷째, 이젠 포퓰리즘이 대세다. 정부·여당부터 야당에 질세라 포퓰리즘이나 다름없는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판이다. 새 FTA는 그 포퓰리즘의 기름에 불을 붙일 것이다. 이것도 자유무역의 혜택을 훨씬 초과하는 지원과 재정부담을 이끌어 낼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게 한·중 FTA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은 무조건 나쁘다는 그 뿌리 깊은 중상주의가 해소되기 전에는, 개방을 새로운 보조금 획득의 계기로 삼으려는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는, 수출도 일자리 창출에 나름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 전에는, 리더십이 개방의 확신을 가지기 전에는, 차라리 한·중 FTA를 추진하지 않는 게 낫지 싶다. FTA 말고도 시끄러운 일은 많다.  

김정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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