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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씨 “예술은 깨우고 연결하고 치유하죠”




서울 역삼동 포스코빌딩 1층 아트리움에 설치된 ‘선릉에 뜬 달’ 앞의 강익중씨. 이 작품 위에는 백남준의 고깔 모양, 나무 모양 비디오 아트 ‘철이 철철’이 설치돼 있다. 그는 “밤에는 여기에 조명을 밝혀 이 일대 행인들의 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 뭔가 준비했다기보다는, 늘 설렁탕 끓이고 있다가 이번에 한 번 퍼 드린 것 같습니다. 마침 예전부터 끓이고 있던 건더기도 고르게 들어갔습니다.”

 미니 회고전 ‘강익중 대(對) 강익중’을 여는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52)씨를 20일 서울 역삼동 포스코미술관에서 만났다. 그는 “어린이 그림, 한글 설치, 달항아리 회화는 제 그림의 주식, 밥입니다. 이번 전시에 그 세 가지가 다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 왜 한글, 달항아리인가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만나야 소리가 나고, 달항아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뒤 붙여야 완성이 됩니다. 합쳐야 완성되는 것, 이 둘은 통일의 비밀코드인 셈입니다.”

 - 예술가가 통일을 역설하시네요.

 ”누군가 와서 배에 칼을 꽂아 두 동강을 냈는데, 우리 스스로가 그 칼을 뽑아 동강난 허리를 붙이지 않고 있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겁니다. ‘정치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예술엔 세 가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흔들어 깨우는 것, 둘째는 연결하는 겁니다. 남과 북, 자음과 모음, 달항아리처럼요. 셋째는 치료하는 겁니다.”

 강씨의 작품 중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설치한 시리즈가 있다. 일종의 ‘치유의 예술’이다. 그는 2004년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서 시작, 서울 아산병원, 일산 명지병원 등에 작품을 설치했다.

 “아산병원 암병동 어린이들은 면역 저하로 외출을 못합니다. 어린이들 그림을 통해 이 아이들이 세상과, 다른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마치 아이들끼리 그림을 통해 서로 치료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 그림 모음 연작은 전 세계를 어린이 그림으로 연결하자는 포부를 담았다. 이라크의 어린이 도서관에도, 레바논이나 아프가니스탄에도 이 작품이 있다.

 이번 전시는 9월 28일까지 열린다. 포스코 창립 43주년 기념전이다. 앞서 언급한 대표작들 외에도 1997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과 같은 해 광주 비엔날레 전시에서 선보였던 초콜릿으로 만든 맥아더 장군상, 주먹 만한 달항아리들이 먹물 위를 흐르고 흘러 원점으로 순환하는 경주 포석정을 닮은 설치 ‘산’ 등 15점이 나온다. 강익중 예술의 깊이와 넓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자리다.

 지난해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외벽 설치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의 패널 그림, 2007년 광화문 복원공사 가림막 설치 때의 패널 그림도 새로운 설치 작품에 포함됐다. 가난한 뉴욕 유학 시절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그렸던 3×3인치짜리 캔버스 그림의 초기작 ‘산을 보며 살고 싶다’(1984)도 빠지지 않았다.

 강씨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이름을 알린 대표적 미술가다. 제47회 베니스비엔날레(1997)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94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백남준과 2인전을 열었다. 2001년 뉴욕 UN본부에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은 ‘놀라운 세상’도 화제가 됐다.

글·사진=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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