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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표권 습격 … 일본 ‘사누키우동’ 지켰지만

19일 일본 동남부 가가와(香川)현청에서는 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특허청에 해당하는 중국 상표국이 보낸 서신 때문이었다. 한 중국인이 2006년 상표등록을 출원했던 ‘사누키우동(讃岐烏冬)’에 대해 등록을 거절한다는 내용의 통보문이었다. 통보문에는 “사누키(讃岐)는 일본의 옛 지명이며, 우동(烏冬)은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일본의 면이다. 따라서 사누키 지역(지금의 가가와현)이 이를 지역 특산품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타당하다. 음식점 등의 상호로 등록할 경우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지명으로, 지역 특산품인 밀로 만든 사누키우동으로 더욱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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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특산물인 사누키우동이라는 이름의 상표가 중국에서 등록이 거절된 것에 왜 해당 지자체 직원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이는 사누키우동은 물론 일본 고유의 여러 브랜드가 중국에서 중국인에 의해 상표등록이 돼 정작 일본인이 쓰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계속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의 하나인 해외 상표등록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사건이다.

 첫 발단은 2006년 무렵 대만에서 ‘사누키우동’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던 일본인 남성이 대만 기업으로부터 상호 사용중지에 관한 내용증명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이 대만 기업은 1999년 한자(讃岐)·히라가나(さぬき)·가타카나(サヌキ)·알파벳(SANUKI) 등 각종 표기로 자국에 상표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일본 전통 상품을 대만인이 먼저 상표등록을 해버려 정작 일본인이 현지에서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가가와현 당국은 중국에서라도 권리를 되찾기로 하고 행동에 나섰다. 2009년 5월 중국 상표국 홈페이지에 고시된 ‘讃岐烏冬’ 상표등록 신청사실을 확인하고, 사누키우동 업계와 함께 중국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6월에는 가가와현 부지사와 업계 대표 등이 중국 상표국을 방문해 신청을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에서 사누키우동의 상표등록이 취소된 것은 이런 지자체와 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가와현 산업정책과의 나카야마 요헤이(中山洋平) 과장은 “비즈니스에서 상표는 하나의 재산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우리 지역의 브랜드가 상표로 선점될 경우 지역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 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이 문제에 관한 중국 당국의 인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간 도공 이삼평이 발전시켜 일본 최고의 도자기로 평가받는 사가(佐賀)현의 ‘아리타야키(有田燒)’는 상하이 엑스포에 출품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서 상표 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중국인이 이미 선점한 뒤였다. 결국 알파벳으로 브랜드 이름을 쓴 뒤 한자로 일본산이라고 적는 수모를 겪었다.

 니가타(新潟)현의 ‘고시히카리’(쌀), 미야자키(宮崎)현의 ‘미야자키규’(쇠고기) 같은 농산품과 지역 특산품도 영어와 일본어·한자 모두 중국인에 의해 상표등록 출원 중이거나 등록이 완료된 상태다. 심지어 일본 수도인 도쿄(東京)라는 이름의 상표도 신청됐으나 널리 알려진 지명의 상표등록을 금지한 중국과 대만의 상표법에 따라 취하됐다. 일본무역진흥기구 와 특허청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홋카이도(北海道)와 아키타(秋田)·후쿠시마(福島) 등 일본 지명 중 중국에 30개, 대만에 29개 지역명이 상표로 출원되거나 이미 등록됐다.

 행동으로 나서 상표를 되찾은 사례는 사누키우동 말고도 더 있다.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青森)현이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중국에서 ‘아오모리 사과’의 상표를 되찾았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포도주를 만든 야마나시(山梨)현의 ‘가쓰누마(勝沼)’라는 지역명도 중국인이 상표등록 출원했으나 상표국에 의해 등록이 거부됐다.

 중국의 상표권은 한 번 취득하면 10년간 유효하다. 이 때문에 정작 일본 기업들이 상표등록이 선점된 제품을 판매하려면 ‘XX산’ 같은 식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재판 등을 통해 이름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악의로 상표를 선점했고, 등록 당시 중국에서 이미 상표의 지명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상표등록=상품명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각국 정부에 등록출원하는 것. 상표등록의 출원은 원칙적으로 먼저 출원한 쪽에 등록이 허가된다. 중국의 경우 신청료는 한 상표당 1000위안(약 16만원). 정부가 지정하는 대리인을 통해 수속을 위임하는 비용이 별도로 든다. 등록 후 10년마다 갱신료(2000위안)를 내야 해당 상표에 대한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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