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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뢰에 구멍 뚫린 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입 선발고사, 교사 임용고시 같은 국가시험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국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채점을 도맡아 엄정하게 관리하도록 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평가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시험 출제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평가원의 시험 관리에 뚫린 구멍은 한두 곳이 아니다. 최근 4년간 대입 수험생을 자녀로 둔 교사 11명이 수능 출제·검토 위원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지난해 고입 선발고사 출제·검토·평가 위원에도 시험을 치르는 자녀를 둔 교사·연구사 등 5명이 포함됐다. 문제 유출 우려 등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작태다. 하나같이 시험에 응시하는 자녀가 없다는 허위 서약서만 믿고 위원을 선정한 것이다. 가족관계 확인서만 들여다봤어도 곧바로 걸러졌을 거란 점에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등교사 임용고시에선 관련 학원 강사나 문제집 집필자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시험의 공정성은 털끝만치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평가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도 무관치 않다. 이번 감사에선 지난 5년간 수능 출제위원들에게 가야 할 격려금 8000만원을 횡령한 직원 5명이 적발됐다. 간부직원이 특정 업체의 뒤를 봐주기 위해 수능 때 중국산 불량 샤프펜슬을 구매해 수험생에게 지급하는가 하면, 시험지 인쇄업체로부터 대가성 돈을 받기도 했다. 시험을 이용해 자기 잇속이나 챙기는 이런 비리 직원들에게 공정한 시험 관리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평가원은 정신 바짝 차리고 빠진 나사부터 단단히 조여야 한다. 먼저 시험 관리 소홀을 넘어 명백한 범죄행위를 한 비리 직원은 파면·해임과 함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국가시험 관리·운영 실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추호의 허술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부실한 시험 관리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지 않고선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평가원은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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