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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협상 뜻 없고, 노조는 나자빠져…강제 진압될까 10분 이상 잔 적 없다”






19일로 195일째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는 김진숙(사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의 전화 인터뷰는 바람소리로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40m 높이의 고공에 있는 그녀의 존재는 이미 한진중공업 노사 문제를 넘어섰다.

 그녀를 만나겠다며 야당 정치인들이 찾아오고, 용기를 불어넣겠다며 전국에서 두 차례 ‘희망의 버스’를 타고 수천 명이 몰려왔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논평을 내고 “김씨에게 식사와 전원을 공급하라”고 요구할 정도다. 태양열 충전기로 충전한다는 그의 전화기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 세 차례 통화를 해야 했다.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 내려와야 하지 않는가.

 “그 타결은 효력이 없다. 산별노조 협상은 금속노조와 해야 하는데 단위노조와 타결은 효력 상실이다. 그래서 ‘노사 합의서’가 아니라 ‘합의 이행서’라는 이상한 서류에 노사가 도장을 찍은 것 아닌가.”

 사측은 김씨가 주장하는 노사 합의 효력에 대해 다른 주장을 폈다. 임·단협이 아니라 경영권에 속하는 정리해고 문제였기에 금속노조와 교섭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말 안 내려올 건가.

 “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는다. 그거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내려가겠는가.”

 -사측은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배 수주를 못 해 정리해고를 한다고 이유를 댔다. 이번에 6척을 수주했으니 정리해고 명분이 사라졌다. 해고자를 복직시키면 회사 이미지도 좋아지고 노조도 배를 더 잘 만들지 않겠는가.”

 -‘희망의 버스’에 대한 생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다.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의 표출이다. ”

 회사 측은 희망의 버스에 대해 “남은 조합원 1400명의 생계와 회사의 생존에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고 정치적·이념적 주장만 관철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제3자 개입이 아닌가.

 “한진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때 해고됐지만 한진중공업은 조선공사의 고용을 승계했다. 나도 한진의 해고노동자다. 2007년 분규 때 노사가 잠정 합의한 내용에는 ‘복직 때까지 나에게 매달 200만원의 생계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내가 거절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기업문화팀장은 “김씨는 대한조선공사 때 해고된 뒤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기각됐다. 89년 대한조선공사가 부도난 뒤 한진중공업이 인수했다. 회사가 김씨의 고용을 책임질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도 나자빠졌고 사측은 협상할 태도가 전혀 없다.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매일 든다. 강제 진압될까 봐 신경 쓰느라 잠을 10분 이상 자본 적 없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건강은 어떤가.

 “여기는 가마솥 안 같다. 뜨거운 크레인 쇠에 피부가 닿으면 화상을 입는다. 용변은 봉투에 담아 내린다. 밥과 물만 올라온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 크레인 아래쪽에 매트를 설치하려 했다. 그랬더니 뛰어내리려고 했다는데.

 “매트 설치는 강제 진압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강화도 출신으로 1981년 대한조선공사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85년 해고된 뒤 복직을 주장해왔다. 『소금꽃 나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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