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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 규제방

인천에 사는 고교생 이모(17) 군은 이달 초 일자리를 잃었다. 칠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이 군은 소년 가장이다. 방과 후 매일 5시간씩 PC방에서 일하며 받은 월 50만원으로 생계를 도왔다. PC방 사장은 조만간 법이 바뀔 것이라며 이 군을 내보냈다. 그가 언급한 법은 PC방을 청소년 고용금지 유해업소로 지정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

 지난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관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군은 “이제 주유소 근무나 오토바이 배달처럼 더 위험하고 궂은 일을 찾아야 한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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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PC방 업계가 말 그대로 ‘규제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업계에선 ‘통일부 빼고 모든 부처가 달려드는 동네북 신세’란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PC방 관리·감독 주무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금지)’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환경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등 줄잡아 10개 부처가 규제의 칼을 꺼내들었다.

 당장 ‘셧다운제’와 PC방 전면금연구역 지정 법안은 올해 안에 시행된다. 그러나 업계는 별다른 대응을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다. ‘청소년 게임 중독의 주범’이란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 탓이다.

 서울 신사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게임 수출은 칭송하면서 게임 자체는 죄악시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네티즌 사이에도 PC방에 대한 규제 과잉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PC방 규제를 찬성하는 쪽도 있지만 “게임 중독 책임을 PC방에 묻는 것이 타당하냐(ID CooGu***)” 같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특히 청소년 고용 금지법에 대해선 PC방 업계가 납득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젓고 있다. 이 법은 ‘(PC방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이) 간접 흡연과 폭력적인 게임장면에 노출된다’는 명목으로 여성가족부가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조사 결과 전국 1만5000개 PC방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은 전체 고용인력(4만5000명)중 고작 3%다. 이 와중에 1300여 명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현장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법 개정을 서두르는 바람에 생계형이 대다수인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난 셈”이라고 말했다.

 라면 등 조리 음식 판매를 금지한 식품안전법 규제도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 이문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조모(37)씨는 지난해 손님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다가 ‘식파라치’의 몰래카메라에 찍혀 과태료를 물었다. 조씨는 “단속반원이 ‘손님이 물 부으면 무죄, 내가 물 부으면 유죄’라고 하더라. 녹차를 타줬다가 50만원을 낸 사례도 수두룩하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컵라면·커피는 단속 대상에서 빼자는 개정안을 내놓을 정도다.

 다른 규제들 역시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 11월부터 청소년의 밤 12시 이후 온라인게임 이용을 막는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2012년부터는 청소년들의 가입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2013년부터 시행될 ‘PC방 전면 금연제’ 역시 흡연 고객이 적지 않은 ‘업계 특성상’ 뜨거운 감자다.

 올 6월 관련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국인터넷PC방 협동조합은 헌법소원까지 낼 정도로 절박하게 법 시행 유예에 매달리고 있다.

 협동조합 김준철 전무는 “2008년 금연석·흡연석 분리 방침으로 업소마다 1500만~2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는데 또 공사를 해야 할 판이다. 흡연 손님을 못 받으면 생존도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PC방은 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명예퇴직자들의 창업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초고속인터넷과 e-스포츠 발달처럼 한국이 ‘게임강국’이 되는 데 기여했다는 ‘칭찬’과 가출 청소년이 모여들고 게임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노트북·넷북 보급과 와이파이존 증가, 스마트폰 열풍으로 PC방에서의 검색·문서작업 수요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서 PC방 업계는 온라인 게임에 매달린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아 2008년 이후 해마다 3000~4000여 개의 PC방이 문을 닫는다. PC방의 침체로 관련 산업도 타격이 적지 않다. 서울 용산에서 PC방 기기 전문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김철희씨는 “2~3년 새 업체 절반이 문을 닫았다. 우리 가게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의 반 토막”이라고 했다. 김씨는 “PC방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정부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PC문화협회의 조용철 국장은 “폐업하면 투자금도 건지지 못하고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이도 많다”며 “무조건 규제로 몰아붙이지 말고 대표적 서민 업종인 PC방을 살리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권재준 인턴기자(한국외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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