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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키운 토종 암탉 캐릭터, 동물 내면까지 표현했어요




2년간 작업실에서 먹고 자느라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다는 오성윤 감독. 그는 “생생한 캐릭터 묘사를 위해 자연 다큐멘터리를 수없이 봤고 수족관 등에서 동물들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코치와 선수에 해당하는 프로듀서와 감독 나이 모두 쉰을 바라본다. 출전 종목은 ‘블루 시걸’ ‘아기공룡둘리-얼음별 대모험’ 등 1990년대 이후로 승전보가 들리지 않았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코치의 이름은 심재명 명필름 대표, 선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이다.

 선수는 더군다나 이번 경기가 첫 출전(장편 데뷔작)이다. 명필름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공동경비구역JSA’를 흥행시킨 충무로 대표 제작사라고 해도, 원작소설이 100만 부 팔린 인기 청소년문학이라 해도, 모험은 모험이다.

 6년 간의 ‘지옥훈련’ 끝에 금메달급 작품이 배출됐다. 순제작비 31억원을 들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8일 개봉)이다. 마당을 떠나 대자연으로 뛰어든 암탉의 모험 얘기다. 이 작품을 보는 심경은 비유컨대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중·장년 세대의 그것이라고 해야 할까.

 원작의 저력, 충무로의 기획력·스토리텔링과 한국 애니메이션의 그림 실력·연출력이 발휘하는 시너지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더이상 할리우드의 디즈니-픽사,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18일 오성윤(48) 감독을 만났다.

 ‘암탉’ 전까지 그의 두 딸(대학 3학년, 중학 3학년)은 디즈니-픽사의 ‘라따뚜이’나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를 좋아했다. 더 이상 아니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가 만든 애니메이션’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선물하게 돼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학 되면 아이들 보는 영화가 뻔하잖아요. 디즈니 아니면 지브리였죠. ‘암탉’을 만든 6년간 우리 생태계를 담은 이 멋진 그림을 우리 딸들한테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이 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대중매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죠.”

 ‘우리만의 것’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뒤따랐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 사례를 따라 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결심했죠. 외국 애니메이션을 보면 대체로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명확해요. 그걸 그대로 가져오긴 싫었어요. 이분법을 적용하면 ‘암탉’도 주인공 암탉(목소리 연기 문소리)은 선(善)이고 암탉을 해치는 족제비는 악(惡)이겠죠. 현실은 아주 좋은 사람부터 아주 나쁜 사람까지 얼마나 다양해요. 그런 데서 생각할 거리가 나오는 거고요.”

 그래서 ‘암탉’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가족영화로선 과감한 선택이다.

 “시사회에서 꼬마 관객들이 부모한테 ‘엄마, 암탉이 왜 저렇게 돼?’ ‘청둥오리 나그네는 왜 죽는 거야?’라고 묻는 걸 여러 번 봤어요. 뿌듯했죠. 모성애와 정체성 혼란, 서로 다른 종(種)끼리의 이해와 배려 등 주제가 간단치 않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얘길 나눌 수 있는 작품이라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암탉’은 전통적인 2D 셀 애니메이션과 디지털의 장점을 결합한 ‘디지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수채화풍의’ ‘파스텔톤의’라는 형용사가 진부하게 느껴지리만치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색감은 ‘암탉’의 독창성을 결정적으로 높였다.

 “그림에서도 우리만의 조형미가 뭘까, 무엇이 우리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호소할까를 고민했어요. ‘암탉’은 색채감을 풍부하게 하는 라이팅(lighting), 경계선을 살짝 태우는 버닝(burning), 다소 흐리게 만드는 블러링(blurring)등 3가지 기법을 컷마다 수작업 했어요.”

 그는 “동물들의 ‘내면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이 그려온 암탉과 수달, 오리의 눈꼬리나 눈썹, 입매 등의 움직임을 1㎜까지 만지고 또 만졌다”고 덧붙였다.

 오 감독은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후 20여 년간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영혼기병 라젠카’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했다. 그의 꿈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한국판을 만드는 것”이다. 2년간 작업실에서 먹고 자며 땀 흘린 ‘암탉’이 그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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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