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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에 관해 쓸 때는 정조가 된 듯 사료 봅니다”




신간 『윤휴와 침묵의 제국』 출간을 맞아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역사평론가 이덕일씨. [뉴시스]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사서(史書)의 갈피에서 찾아낸 이 한마디로 조선 22대 임금 정조를 재해석하는 길을 텄던 인기 역사평론가 이덕일(50·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씨. 그의 또 다른 야심작이 공개됐다. 조선 중기 노론의 거두 송시열(1607~89)과 대립각을 세웠던 비운의 정치가 윤휴(1617~80)를 해부한 『윤휴와 침묵의 제국』(다산초당)이다.

 이 소장은 1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00여 년 전 죄 없이 죽임을 당해야 했던 백호 윤휴의 삶을 통해 우리 시대에 열린 사고의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일반인에겐 낯선 인물이다. 왜 지금 윤휴인가.

 “10여 년 전 한 월간지 기획위원으로 일할 때 윤휴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 후손이 아직도 윤휴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린다는 말을 듣고, 금기의 인물이 된 배경에 관심을 갖고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유언 남기는 것도 금지 당해 죽기 직전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것은 무엇 있는가’라고 말한 게 유언처럼 회자된다. 획일화된 사회에 저항했던 인물을 통해 이 시대를 돌아보고 싶었다.”

 광해군 9년에 대사헌 윤효전의 아들로 태어난 윤휴는 정치적으로 남인-청남의 영수로서 송시열 등이 이끄는 서인 권력과 대립했다. 서인들은 효종의 북벌 계획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했지만 윤휴는 당시 청나라의 정세를 파악하고 북벌론에 앞장섰다. 신분 차별의 상징인 호패법 폐지와 양반·상민 구별 없는 호포법을 주창하는 등 사회 개혁에도 적극적이었다. 주자학 유일주의를 주창했던 송시열과 달리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학문세계를 옹호했다.

이 소장은 그 같은 개혁 시도가 서인 세력의 반발과 숙종의 변심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고 윤휴 자신도 사문난적으로 몰려 사사(賜死)되기까지를 추적했다.

 - 좋은 개혁 취지라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사사되는 상황을 보면 역적으로 몰린 격이다. 국사 교과서엔 송시열이 효종을 도와서 북벌을 꾀했다고 돼 있는데 오히려 그들이 북벌론자를 죽였다. 주자학을 도그마로 떠받들었던 세력이 일제 식민사관과 현재 동북공정에까지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학계가 일방적인 사관에 물들어있다.”

 이 소장은 인문학계에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대표작 『조선왕 독살사건』이 누적 판매 40만 부를 기록하는 등 주요 저서의 총 판매부수가 100만 부에 이른다.

올해 초 정병설 서울대 교수(국문학)가 이 소장의 책 『사도세자의 고백』을 가리켜 사료 왜곡·과장으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정 교수는 ‘한중록은 100% 사실이다’를 전제로 주장하고 있지만 내 입장은 한중록이 사도세자 사건을 기록한 여러 텍스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라며 “조만간 재판(再版)을 찍을 때 서문을 통해 차분하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히트작을 쓰는 비결에 대해선 “정조에 대한 글을 쓸 땐 마치 정조가 된 듯 일체가 돼서 사료를 보면 남들이 못 보는 게 보인다”고 했다. “대중의 역사 인식 수준이 높은데 우리 학계가 그걸 못 쫓아가는 게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 소장은 2008년부터 중앙SUNDAY에 ‘이덕일의 사사사(事思史)-조선 왕을 말하다’와 ‘근대를 말하다’를 연재해 왔다.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도 칼럼 ‘고금통의(古今通義)’를 주3회 쓰고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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