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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포츠 윤리 위원회’ 설립하자




이종찬
변호사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평창 겨울올림픽의 유치 성공은 대한민국의 국력(國力)과 국격(國格)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명백하게 입증한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 스포츠는 새천년에 들면서 프로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젠 일상생활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규모가 커진 스포츠에서의 불법·부조리·비윤리·폭력 사태 등 사건·사고는 더욱 기승을 부려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성이 감동과 흥미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작이나 담합이 끼어들었다고 하면 스포츠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프로축구 승부 조작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회범죄로까지 질타받고 있다.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스포츠에서 대표급 스타들이 악마의 덫에 걸려 승부조작에 끼어든 사실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스포츠에서의 반(反)페어플레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겨울올림픽의 왕자라는 쇼트트랙 대표들이 대표 선발전에서 ‘양보의 미덕’이 아닌 집단 간의 이해에 의한 담합 사실이 드러나 빙상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도 있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은 승부 조작의 원조라고 할 만하고 최근에는 그리스·터키·헝가리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선수와 심판의 비리, 특히 베팅 업체와 연결된 매수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근원적인 문제는 금전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프로 스포츠의 도박성에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불법 도박 사이트가 활개를 치는 형국이고 보면 이야말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 윤리의 기본은 ‘좋은 것(good)’보다는 ‘옳은 것(right)’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페어플레이의 생명은 부당한 방법으로 승리를 도모하지 않는 데 있다. 페어플레이가 실종된 사회는 살풍경할 뿐만 아니라 메마르고 추악하기까지 하다. 이제부터라도 공직사회를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비윤리·반페어플레이의 뿌리를 뽑아내는 사회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의 윤리를 확립하고 반윤리 행위와 범법 행위를 자율적·독립적으로 사전에 예방·교육하는 기능과 독자적으로 오심(誤審)과 분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스포츠 윤리위원회 및 재판소 설립을 제기한다. 대한 체육회에는 상벌위원회가 있어 경기 단체의 사건·사고를 원만히 해결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젠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 분야까지 다루는 조직이 요구되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스포츠 윤리위원회 및 재판소가 각 경기단체의 불법·부조리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스포츠 사회를 정화하자는 것이다.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 같은 사회적 파문이 큰 사건들은 일반 검찰로 넘기고 나머지 문제들은 이곳에서 취급하자는 것이다.

 스포츠만큼은 사회의 어느 분야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하다는 통념을 갖게 해야 한다. 정정당당한 스포츠에서의 승부 대결로 청소년들에겐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겐 경각심을 줘 궁극적으로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자는 것이다. 내년이면 선거바람이 몰아친다. 스포츠에서 그칠 일이 아니라 정치의 페어플레이를 위해 반칙 추방에 우리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이종찬 변호사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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