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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 이진명(1955~ )


김노인은 64세, 중풍으로 누워 수년째 산소호흡기로 연명한다

아내 박씨 62세, 방 하나 얻어 수년째 남편 병수발한다

문밖에 배달 우유가 쌓인 걸 이상히 여긴 이웃이 방문을 열어본다

아내 박씨는 밥숟가락을 입에 문 채 죽어 있고,

김노인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구급차가 와서 두 노인을 실어간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거동 못해 아내를 구하지 못한,

김노인은 병원으로 실려가는 도중 숨을 거둔다


(중략)

나는 꼼짝없이 앉아 꾸역꾸역 그걸 씹어야 했다

(중략)

천국 내일의 어느날인가로 알아서 끌려갔다

알아서 끌려가

병자의 무거운 몸을 이리저리 들어 추슬러놓고

늦은 밥술을 떴다 밥술을 뜨다 기도가 막히고

밥숟가락이 입에 물린 채 죽어가는데

그런 나를 눈물 머금고 바라만 보는 그 누가

거동 못하는 그 누가


아, 눈물 머금은 신(神)이 나를, 우리를 바라보신다


눈앞에 펼쳐진 지옥도 앞에서 우리는 부르짖는다. 도대체 신이 어디에 있는 거냐. 있기는 있는 거냐. 있다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나날의 삶 가운데도 저렇게 아우슈비츠가 지어졌다가 허물어진다. 아, 하지만 아우슈비츠에는 지은 자, 저질러버린 자라도 있지. 중풍과 질식사의 이 어처구니없는 미팅에 왜 우리가 동원되어야 하느냐고. 그런데 시인이 덧붙인 후일담에서 신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밝혀진다. 신은 저 참상의 밖에서, 무관심하게 있었던 게 아니라 몸소 참상을 겪고 있었던 것.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에 몸부림친 건 우리가 아니라 신이었다고. 신은 그 눈물 속에만 있었다고.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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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