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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꿈꾸는 쪽방’





“단칸 쪽방에 식구들이 살을 붙여 포개어 살다, 창문 달린 집으로 이사한 날 밤 하늘이 참 예쁘고 넓다는 걸 알았다.” 시인 장시아의 『까치집 사람들』 중 한 대목이다. ‘까치집’은 산동네에 위치한 쪽방의 별칭이다. 말 그대로 쪼갠 방이 쪽방이다. 넓이는 한 평 남짓. 최저 주거기준 9.9㎡에 못 미친다. 두 명이면 새우잠을 자야 한다.

 서울 돈의동은 쪽방촌으로 유명하다. 일제시대에는 땔감을 팔던 시장이었다. 해방과 6·25를 거치며 ‘종삼’이 된다. 도심 사창가다. 1968년 속칭 ‘나비작전’으로 된서리를 맞고, 품팔이 노동자가 자리를 대신한다. “늘어 처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박노해 『노동의 새벽』) 기어드는 노숙 직전 마지막 주거 양식이다. 서울 종로·용산·영등포·중구에 아직도 쪽방 3508가구가 몰려 있다.

 조개의 상처가 진주를 맺고, 진흙에서 연꽃이 피는가. 조세희의 소설에서 난쟁이가 작은 공을 쏘아 올린 ‘낙원구 행복동’도 쪽방촌이다. 소설가 신경숙이 10대 후반의 아픈 영혼을 추스른 『외딴 방』 역시 구로공단의 쪽방이다. 비록 손수건만 한 햇볕이 아쉬운 공간이지만, 꿈만은 세상을 덮는 보자기만 했던 셈이다. ‘꿈꾸는 쪽방’이랄까.

 다락은 부엌 위에 이층을 만들어 물건을 두는 곳이다. 확장된 개념이 다락방이다. 그래도 여기는 좀 낫다. 밖으로 난 창이 있다. 소설 『소공녀』에서 하녀로 전락한 주인공 사라의 다락방. 창문은 행복한 꿈이 실제로 이뤄지는 통로다. 그래선지 소녀들은 유난히 다락방을 좋아한다. 노래도 있다. “우리 집 제일 높은 곳, 조그만 다락방. 난 그곳이 좋아요.” 그 바람에 다락방을 낸 아파트가 유행이고, 다락방 인테리어도 성업이다.

 이런 쪽방과 다락방이 요즘 품귀란다. 대학가 월세대란 때문이다. 서울 홍제동 노인요양시설을 개조한 대학생 임대주택 ‘꿈꾸는 다락방’에 8대1의 입주 경쟁이 벌어졌다. 고려대 근처의 월세 15만원짜리 ‘쪽방’은 방학인데도 꽉 차 있다고 한다. 쪽방의 주역이 노동자에서 등록금 빚에 몰린 대학생으로 교체된 것인가.

 이지성씨는 저서 『꿈꾸는 다락방』에서 ‘R=VD’란 공식을 주장했다.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현실화(Realization)한다는 것이다. 등록금 장사에 혈안이 된 대학들이 그대들을 쪽방으로 내몰았어도 꿈마저 쪼가리일 수는 없지 않은가. 드넓은 쪽방의 꿈, 하늘 높은 다락방의 꿈을 위하여.

박종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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