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박보균의 세상탐사] 외교의 작전타임 시급하다







박보균
편집인




작전 타임이 시급하다. 한·중 관계를 점검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가 왜 한국을 만만하게 대하는지 진단해야 한다. 지난주 중국군 총참모장 천빙더(陳炳德·진병덕)는 결례(缺禮)의 수법으로 외교적 시위를 했다. 그는 한국 국방장관 김관진을 만나 “미국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다. 미국이 베트남·필리핀과 군사훈련을 하는데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 공개 장소에서 상대방의 친구를 여러 차례 야유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 경시는 습관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을 유독 호락호락하게 여긴다. 다른 이웃인 북한·베트남을 다루는 태도와 다르다. 중국은 이들 나라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같은 사회주의 전통 때문만이 아니다. 잘못 건드리면 골치 아파서다.



 요즘 중국은 베트남과 분쟁을 겪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거칠게 대립 중이다. 중국은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베트남은 위축되지 않는다. 국가주석을 지낸 원로(레드억 아잉·92세)는 “국가 우선과제는 주권 수호다. 중국의 위협에 물러서지 말라”고 주문한다.









중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방장관이 2011년 7월 14일 베이징 댜오위타위 국빈관에서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베트남에 대한 경험은 곤혹스럽다. 1979년 베트남과의 국경 전쟁에서 중국은 패배했다. 그때 중국은 무기 체계와 전쟁 의지에서 베트남에 밀렸다. 베트남은 오랜 세월 중국과 험악한 갈등을 겪었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다. 중국의 그런 기억은 베트남과의 관계에서 강박관념처럼 작동한다.



 북한의 최고 후원국은 중국이다. 북한경제는 중국 덕분에 연명한다. 하지만 북한은 고분고분하지 않다. 중국의 개혁·개방 요구를 북한식으로 접수한다. 과거 정권에서 남북 교류를 할 때다. 북한 고위층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이런 말을 덧붙였다. “중국은 믿을 수 없다. 중국 지도부들은 딴 주머니를 여러 개 차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북한의 대외적 특징은 예측 불가능과 돌출이다. 그들 리더십은 외교·군사적 불확실성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국민적 저항과 단합을 동원하는 독특한 방식도 있다. 외부에서 자신들을 건드렸다간 곤욕을 치르게 된다는 인식을 주려 한다. 주권의 방어 본능은 돋보인다. 전략적 모호성과 단호함의 분배는 효용성을 갖는다. 그런 평판의 확보는 독립성을 강화한다. 작은 나라의 생존 지혜다.



 한국은 경제·군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이다. 베트남·북한은 상대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무례를 당했다. 중국 외교는 노회하다. 친선과 경멸을 교묘하게 섞는다. 결정적인 순간엔 한국을 압박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 외교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중국 외교는 혼란스럽다. 원칙과 실리가 뒤섞여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화 봉송 때 많은 나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서울에서 한국 인권 단체들도 시위를 했다. 이에 중국 유학생 1000여 명이 반격 집회를 가졌다. 외국인들의 험악한 집단 행위는 국제 관례상 전례가 드물다. 한국 정부는 온정주의적 처리를 했다. 중국을 자극할까 법치를 뒷전에 두었다.



 그때 외교와 법질서는 분리했어야 했다. 중국인의 난동을 공권력으로 다룬 뒤 외교적 선처를 베풀면 됐다. 그러나 순서와 원칙이 뒤범벅됐다.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에 대한 자세도 비슷하다. 중국 어부들은 우리 해양경찰에게 몽둥이·쇠파이프로 대든다. 정부는 재판도 생략하고 풀어준다. 이명박 정권은 실리 외교를 내세운다. 원칙 없는 실리는 국익을 해친다. 영혼 없는 실리 외교는 상대방의 오판을 낳는다. 한국정부는 유약하고 얕잡아 보인다.



 6자회담에 대한 잘못된 접근 자세도 자업자득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한국 정부는 중국에 매달렸다. 북한에 압력을 넣어 달라고 하소연했다. 한·중 고위 언론인 포럼에 여러 차례 참석해봤다. 그 과정에서 중국 측 참석자의 발언이 생각난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을 다루는 유용한 잣대를 한국은 가졌다. 경제와 군사력을 왜 써먹지 않느냐. 북한의 행태도 같은 민족인 한국인이 가장 잘 알지 않느냐. 그런데 왜 중국에만 기대느냐. 한국은 손해를 보고 있다.”



 과도한 중국 의존은 우리의 위상을 스스로 훼손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중국은 한반도 전체의 영향력을 가볍게 확보했다. 한·미동맹의 약화와 해체는 중국의 목표다. 한·미동맹을 향한 중국 지도부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도 친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도 실리와 원칙의 조화가 절실하다. 원칙은 외교의 품격과 국익을 강화한다. 한국 외교의 각성과 분발이 시급하다.



박보균 편집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