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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세계의 우물 바이칼 호수를 가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베리아는 지금 자작나무숲 세상이다. 러시아 미녀처럼 희고 긴 줄기들이 무성한 이파리를 이고 끝없는 대평원을 수놓는다. 아무도 없는 툰드라의 벌판에 초록과 흰색의 절묘한 코디를 자랑하며 저렇게 떼지어 서 있는 것은 8개월이란 긴 겨울 뒤의 반짝 여름이 아쉬워서다. 좀 더 북쪽으로 가면 침엽수 밀림이 또 수백㎞씩 펼쳐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울긋불긋한 들꽃이 자욱한 초원이 또 지평선까지 펼쳐진다.

 그 평원을 가로질러 열차가 달린다. 동쪽 끝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남북 통일이 되면 부산~유럽을 한 방에 갈 수 있는 유라시아 철도 구간이다. 시베리아도 지난겨울 이상한파를 맞았다. 열차 차장 20년째인 발레리 바실리예비치 아시펜코(58)는 “보통 영하 40~45도인데 이번엔 50도로 떨어졌다”고 했다. “추위에 강한 자작나무도 많이 죽었다. 저 들꽃들도 6월에 피던 건데 지금 피었다.”





 # 시베리아는 고려인 140년 한의 역사다. 새 농경지를 찾아 또는 항일운동을 하러 두만강을 건너갔다가 연해주에 정착한 한인 3000명이 1937년 강제로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버려졌다. ‘일족(一族)사회주의’를 선언한 스탈린의 탄압이다. 그들은 바로 이 횡단열차에 실려 며칠을 달렸다. 가축용 화물열차에서 절반은 얼어서 또는 굶어 죽었다.

 그 후손들은 1993년 소련 해체 후 눈물겨운 잡초생활을 접었다. 연해주에서 만난 그들은 이미 우리 말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가본 적도 없는 조국을 그리워하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고향을 노래한다.

 # 시베리아 여정의 절정은 바이칼호다. 중간쯤인 이르쿠츠크에서 내리면 그 바다 같은 장쾌함을 만난다. 길이 636㎞, 둘레 2200㎞에 최고수심 1700m의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 면적은 한반도의 7분의1인 3만1500㎢이다.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하는 ‘세계의 우물’. 열목어가 사는 청정 특급수. 섭씨 5도의 차가운 물에 금세 발이 시리다. 한민족의 뿌리인 몽골족의 탄생지라 우리에겐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대학생 30명을 포함한 92명이 ‘한반도를 이어 대륙으로 미래로’라는 주제로 지난 8일부터 9박10일의 시베리아 철도 대장정을 다녀왔다. NGO인 (사)희망래(來)일이 기획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호수 내 가장 큰 섬인 알혼섬 북쪽 하보이곶의 절벽. 바이칼호에서

글=김석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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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