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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소기업 베끼고 ‘배째라’ … 평균 5000만원 배상





구멍 숭숭 뚫린 특허 보호



김성수 사장



이동통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서오텔레콤㈜ 김성수(59) 사장은 LG텔레콤(현재 LG유플러스)과 7년여 동안 대법원까지 가며 벌인 특허 침해 보상 소송에서 5월 패소했다. 그는 사옥까지 팔아가며 자신의 특허를 보호하고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LG텔레콤과 맞짱 소송을 벌여 널리 알려진 중소기업인이다.



 그가 절망감을 느낀 것은 소송 패배 때문이 아니다. 김 사장은 “동일 특허 기술을 같은 대법원에서도 특허 무효소송과 특허 침해 소송에서 각각 상반되게 판결하는가 하면, LG텔레콤이 스스로 한 진술을 상황이 불리해지면 바꿔도 문제 안 삼는 사법부의 행태가 문제”라고 호소했다. 김 사장의 특허 기술은 ‘납치 등 비상 상황일 때 휴대전화의 비상 단추를 누르면 경찰과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LG텔레콤이 나중에 비슷한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김 사장이 자신의 동일 특허를 놓고 벌인 두 건의 소송은 한국에서 특허권을 유지하고 제값을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심창현 홍보부장은 “특허 무효 소송과 침해 소송은 서로 다르고, 특허 침해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났다”며 “서오텔레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 특허 보호에 대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특허를 침해하고도 ‘나 몰라라’ 식으로 버틴 뒤 소송에 지면 쥐꼬리만 한 보상을 해주는가 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를 빼앗다시피 가져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허 출원 세계 4대 강국’이라는 양적 팽창에 가려진 특허권 보호의 어두운 그림자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이창한 사무처장은 “앞으로는 ‘무형의 인프라’인 특허가 성장동력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이라며 “특허가 제대로 보호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허 침해와 기술 유출 다반사=국내 한 자동차 업체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한지로 만든 자동차용 스피커 기술을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자동차 업체는 기술을 살 것처럼 개발자를 불러 시연하게 하고 기술 설명까지 들었다. 그런 뒤 관계를 끊고 나중에 비슷한 제품을 ‘독자 개발했다’며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특허 베끼기’ 사례로 꼽힌다.



 중소기업청의 2009년도 중소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유출로 피해를 본 적이 있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15%에 이르고, 피해 금액도 최근 3년 동안만 4조21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현재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실용신안 포함) 침해 소송은 150여 건이나 된다. 최종 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 승소율이 42% 정도다.



 한국여성발명협회 한미영 회장은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특허 기술을 탈취하거나 유용하는 등 불공정 거래가 국내 기업 생태계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허 침해 배상액도 ‘쥐꼬리’=한국은 특허권자들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는 비율도 25%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 59%, 프랑스 55%, 스위스 85%로 모두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설사 이겼다 해도 손에 넣는 손해 배상액은 아주 작다. 건당 배상액이 미국의 경우 평균 180만 달러(약 19억원), 프랑스 23만5000달러, 일본 26만 달러인데 한국은 5000만원 미만이다. 미국은 소송이 제기되면 대부분 쌍방이 합의해 해결한다. 특허 침해로 판결이 나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한국의 특허권자는 특허 침해 배상 소송에서 피해액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특허 침해자들이 ‘매출장부가 없다’는 등 버티기로 나오면 특허권자로서는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다. 이는 특허 침해 보상액이 작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소송을 당한 기업이 매출 장부를 법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돼 있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고의로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는 등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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