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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외롭지만 자유로운 삶, 그래서 ‘나는 혼자다’





쑥쑥 늘어나는 싱글족, 1인 가구 400만 시대



1인 가구는 쓸 수 있는 돈이 상대적으로 많다. 스스로에 대한 투자 욕구도 강하다. 14일 명동 신세계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써보고 있는 박민씨의 모습. 최정동 기자



“저도 혼자 살아서 금전적으로는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일본의 인기 만화 ‘시마 과장’에서 주인공 시마 고사쿠가 술집에서 비싼 술을 시키며 한 말이다. 하쓰시바전기에 입사한 시마는 잘생긴 외모와 독신 생활의 자유로움에 힘입어 수많은 여성의 구애를 받는다. 업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 사장까지 승진한다. 그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샐러리맨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많은 골드미스터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삶이 항상 화려하지만은 않다. 잘나가는 독신남 박민(35) 컴팩트PR컴퍼니 대표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따르릉~뭐해요? 딱히… 오늘 파티 있는데 같이 갈래요? …한 번 놀아 볼까? 출발!”

오전 6시. 박명수와 지드래곤의 일렉트로닉 힙합 ‘바람났어’가 나오는 스마트폰 알람소리가 나를 깨운다. 누군가 귀에 대고 일어나세요 하고 달콤하게 속삭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먹어야 하는 아침식사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15분 만에 뚝딱 해치운다. 출근은 지난해 가을 시작한 ‘자출(자전거 출퇴근)’이다. 연신내에서 강남구 신사동까지 30㎞를 1시간10분 만에 주파한다. 자출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100㎏에 육박하던 체중이 이제는 85㎏까지 내려왔다. 몸이 좋아지니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었다. 퇴근길 자출엔 덤이 하나 더 있다. 페달을 밟다 보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잡생각까지 모두 사라진다.



올해로 홍보 경력 11년차. 몇 군데 홍보대행사를 거쳐 올해 초 창업했다. 매출은 월 3000만원. 3명이 투자해 만든 작은 규모를 감안하면 장사가 꽤 되는 편이다. ‘노총각’이 된 이유는 업무 반 핑계 반이다. 스물일곱에는 꼭 장가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지 10여 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한 해씩 늦어진 게 벌써 8년이 됐다. 부모님 집에서 나와 독립한 지 만 1년째. ‘정신 차려라’ ‘장가가라’ 애정 어린 잔소리를 쏟아내던 부모님은 이제 지치신 것 같다. 당장은 아니라도 꼭 가정을 꾸려 부모님께 기쁨을 드릴 생각이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홍보대행사가 안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일에 몰입하고 싶다. 물론 주말은 여자친구와 보낸다. 그녀의 얼굴만 보면 “자기야, 결혼해 주지 않으련”이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나의 모순이다.



출근해 고객사와 관련한 기사를 챙기고 인터넷 동향까지 살피다 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점심시간, 고객사와 식사를 겸한 미팅이 끝나고 잠시 백화점에 들렀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다. 남성 전용 화장품 랩 시리즈 매장에 가서 피부 점검을 받는다. 살구 알갱이가 들어 있다는 세안제와 보습 효과가 좋다는 스킨로션을 하나씩 산다. 두 가지 품목에 9만원 정도 들었다. 비누 하나로 샤워를 끝냈던 군 시절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안다. 특히 나 같은 싱글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곧 경쟁력이다. 외모 가꾸기에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다. 미용실도 홍대에 있는 1인 디자이너숍을 가고, 때로는 약손명가와 같은 피부관리숍을 찾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어제 퇴근 후엔 회사 근처 메리어트 호텔을 찾았다. 보드카 한 잔 마시면서 다음 주 구상을 했다. 평소 좋아하는 그레이 구스 보드카를 한 병 시켰다. 30만원 정도 한다. 내가 누리는 거의 유일한 ‘사치’다. 수입은 많지 않지만 혼자 사는 삶이라 큰 부담은 아니다.



오후 11시. 자전거로 퇴근하느라 땀에 전 몸을 씻고 숨을 돌리고 나면 자정을 훌쩍 넘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숨어 있던 외로움이 급습하는 순간이다. 일상이지만 불 꺼진 집에 들어서는 것도, 하루 종일 사람의 온기 없이 비어 있던 침대에 눕는 것도 여전히 어색하다. 이럴 때는 결혼 생각이 간절하다. 괜히 술 취한 척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애교를 부려 본다. 전화 통화를 하다 잠이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아직은 이것들을 포기하고 가정에 충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24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아직 혼자 사는가 보다.



국내 1인 가구 414만…5년 새 100만 늘어

통계청은 지난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지난 7일 ‘2010 센서스’ 가구·주택 부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1인 가구의 비율은 서서히 증가해 전체 1733만9000가구의 23.9%인 414만2000가구로 기록됐다. 2005년 조사 때보다 100만 가구 가까이 늘었다. 이 중 남성 1인 가구의 경우 박씨와 같은 20~30대 독신남이 각각 전체의 21.2%, 26.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70대 이상 남성 1인 가구(7.3%)를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여성 1인 가구는 29.4%가 70대 이상이었다. 혼자 사는 20~30대 여성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2005년 21만9000가구 수준이던 여성 30대 1인 가구는 지난해 28만2000가구로 늘었다. 20대 1인 가구 여성 역시 2005년(31만7000가구)에 비해 증가한 35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로는 ▶결혼 연령의 상승 및 혼인율 감소 ▶이혼 증가 ▶독거노인 증가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 최근 5년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면서 생겨나는 1인 가구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 사회동향 2010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미혼 남녀의 비율은 68%(2008년 기준)다. 1998년 73.9%에 비해 내려가는 추세다. 결혼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 2009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1.6세, 여성이 28.7세다. 최근 10년간 네 살 가까이 올라갔다.



이런 이유로 미혼 1인 가구의 수는 2005년 142만8000가구에서 지난해 184만3000가구로 41만5000가구가 늘어났다. 남성 1인 가구의 경우 전체 184만3000가구의 57.7%인 111만 가구가 미혼이다. 여성 1인 가구의 경우에는 미혼 비중이 33%를 차지한다.



이혼·고령화로 인한 1인 가구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이혼으로 인한 1인 가구는 55만6000가구, 사별로 인한 1인 가구는 120만8000가구다.



우리나라만 가족 형태가 급변하는 게 아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는다. 탈(脫)산업사회, 개인주의 성향의 강화 등이 만들어 낸 변화다. 서강대 김영수(사회학과) 교수는 “1~2인 가구를 비판적으로 볼 수는 없다”며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작성에는 본지 대학생 인턴기자인 서강대 장혜인(정외과 4년), 경희대 오경묵·김기태(언론정보학과 4년)씨와 한양대 오선진(기계공학부 4년)씨가 참여했습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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