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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삼킨 오라클의 신탁은

1982년 스탠퍼드대 대학원생들이 창업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서버용 컴퓨터를 만드는 하드웨어 업체다. 태양을 연상하기 쉬운 썬(SUN)이라는 이름은 ‘스탠퍼드대학 네트워크’의 약자에서 나왔다. 천재 공대생들이 만든 회사답게 마케팅이나 소송보다는 성능 좋은 제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썬에서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는 인터넷 서버에 최고로 적합한 기능을 갖춰 오늘날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이용하는 도구가 됐다. 자바 덕분에 웹 서버 분야의 강자가 된 썬은 인터넷 보급과 함께 급성장했다. 한때 주가가 주당 250달러에 달했다.

On Sunday

떠오른 태양도 지기 마련이다. 닷컴 버블의 붕괴로 고전하던 썬은 2009년 주당 9.5달러, 총액 74억 달러에 오라클에 인수되는 신세가 됐다. 신이 인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뜻의 ‘오라클(신탁)’을 회사 이름으로 삼은 이 회사는 래리 엘리슨(67)이 1977년 창업했다. 엘리슨은 잦은 독설과 화려한 생활로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고 불린다. 중세 일본풍으로 꾸민 7000만 달러짜리 저택에서 산다. 지난해 2월에는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요트 ‘USA 17’을 이끌고 아메리카컵에 참가해 15년 만에 우승컵을 미국으로 가져왔다. 포브스에 따르면 재산이 395억 달러로 세계 여섯째 부자다.

오라클도 엘리슨만큼이나 악명이 높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밀어냈기 때문이다. 소송 분야에서도 독한 기업으로 이름이 높다. 지난해에는 독일 소프트웨어업체 SAP와의 5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14억 달러 배상 판결을 이끌어 냈다. 지적재산권 관련 배상액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데이터베이스가 주력인 오라클의 매출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에 이어 3위다. 썬을 인수해 자바를 손에 넣은 오라클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먼저 구글부터 고소하고 나섰다. 구글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가 썬이 갖고 있던 자바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지난달 말 26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했다. 자바를 공개 소프트웨어로 풀고, 구글과는 모바일용 자바의 사용료 협상을 벌였지만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던 썬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오라클의 최종 목표는 구글이 아니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소니에릭슨·HTC 등에도 대당 15~20달러의 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거부하면 소송도 불사할 기세다. 전 세계에서 매일 50만 대씩 안드로이드폰이 팔리고 있으니 대당 10달러씩만 받는다고 해도 썬을 사는 데 든 돈은 몇 년 안에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오라클의 계산이다. 보통 하드웨어 제조업체끼리는 크로스 라이선스 협정을 맺는 게 통례다. 서로 통신 특허를 갖고 있어 소송을 해 봐야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라클은 상황이 다르다.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으니 통신 특허는 아무 소용이 없다. 엘리슨은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보다 강하다”는 신탁을 내렸다. 소프트웨어를 MS나 구글에만 의존하던 하드웨어 업체들의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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