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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여성 가슴 적신 김현식의 탁성… 80년대 빛낸 ‘비처럼 음악처럼’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이영미의 7080 노래방 <18> 잊을 수 없는 비 노래 베스트6











비도 참 징하게 온다. 이럴 땐 별 수 없다. 수많은 명곡 비노래 가사들을 한번씩은 떠올려 줘야 할 것 같다. 제목처럼 그냥 노래방 모드로 가자.



“1.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 쇼윈도 그라스에 눈물이 흘렀다 / 이슬처럼 꺼진 꿈속에는 잊지 못할 그대 눈동자 / 샛별같이 십자성같이 가슴에 어린다

2. 보신각 골목길을 돌아서 나올 때에 / 찢어버린 편지에는 한숨이 흘렀다 / 마로니에 잎이 나부끼는 네거리에 버린 담배는 / 내 맘같이 그대 맘같이 꺼지지 않더라

3. 네온도 꺼져가는 명동의 밤거리에 / 어느 님이 버리셨나 흩어진 꽃다발 / 레인코트 깃을 올리며 오늘밤도 울어야 하나 / 바가본드 맘이 아픈 서울 엘레지” (현인의 ‘서울야곡’, 1950, 유호 작사, 현동주 작곡)



기억에 남는 노래들은 자주 리메이크 된다. 1950년 현인(본명 현동주)의 작곡으로 발표된 이 노래 역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77년 전영이 포크의 목소리로 불러 다시 히트했다. 1950년 노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가사와 탱고 악곡이 인상적이다. 네온사인, 쇼윈도 그라스가 번쩍이는 서울의 화려한 밤 풍경, 레인코트 깃을 올린 남자, 네거리에 버려진 꺼지지 않은 담배, 흩어진 꽃다발로 이어지는 도시적인 사물들이, 이별의 착잡함을 도시적 세련미와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슬비 나리는 길을 걸으면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며 /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 한없이 흐르네 /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나리려나 / 마음마저 울려주네 / (하략)” (박인수의 ‘봄비’, 1970, 신중현 작사·작곡)



리메이크로는 이 노래만큼 다양한 버전을 가진 작품이 없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강한 샤우팅의 소리를 냈던 박인수의 블루지한 목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유행했던 김추자 버전과 한국적 목소리의 95년 장사익 버전, 박인수가 20년 만에 부른 신촌블루스 버전까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만큼 이 노래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 그대의 귀여운 얼굴이 날 보고 있네요 /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 그대의 핼쓱한 얼굴이 날 보고 있네요 / 아직도 창밖에는 바람 불고요 / 비 오네요” (송창식의 ‘창밖에는 비 오고요’, 1971, 송창식 작사·작곡)

이 노래는 한 번도 리메이크되지 않았다. 노래가 별로여서가 아니라, 송창식 말고는 부를 사람이 없어서일 게다. ‘미파미파’, ‘레미레미’, ‘도레도레’만 계속되다가 마지막 ‘비 오고~~요’에서 음을 훑어내리는 희한한 선율을 송창식이 아니고 감히 누가 소화하겠는가. 그의 첫 창작곡으로 싱거운 미소 밑바닥에 깔린 깊은 우수를 드러내 주는 노래다.



“조용히 비가 내리네 추억을 말해 주듯이 / 이렇게 비가 내리면 그 사람 생각이 나네 / 옷깃을 세워주면서 우산을 받쳐준 사람 / 오늘도 잊지 못하고 빗속을 혼자서 가네 /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 / 돌아보면은 아무도 없고 쓸쓸하게 내리는 빗물 빗물 / 조용히 비가 내리며 추억을 달래주듯이 / 이렇게 비가 내리면 그 사람 생각이 나네” (채은옥의 ‘빗물’, 1976, 김중순 작사·직곡)



히트한 비 노래는 유독 남자 노래가 많다. 남자들이 비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여자들이 비 노래를 좋아해서일 것이다. ‘빗물’은 매우 드물게 여자 목소리로 히트한 비 노래다. 포크에 기반을 두면서도 끈적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가 이 노래에 딱 맞다. 조관우의 95년 리메이크 버전도 이 애절함을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처럼 비가 왔어요 /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요 오 / 아름다운 음악 같은 우리의 사랑의 이야기들은 /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픈 비 때문이죠 / (중략) / 오 그렇게 아픈 비가 왔어요 오 오 오” (김현식<사진>의 ‘비처럼 음악처럼’, 1986, 박성식 작사·작곡)



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단 한 곡의 비 노래를 꼽으라면 대개 이 노래를 꼽는다. 이때는 김현식의 건강이 나빠져 목소리가 점점 탁해졌는데 오히려 그게 더 매력으로 다가왔다. 임재범이 김현식 추모 앨범에서 부른 버전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이 시대는 유재하, 이문세 등 피아노 연주가 주도하는 선율·화성이 화려한 노래가 유행을 선도했는데, 이 노래 역시 그렇다. 이 화려한 음악에 실린 단순한 한 구절 ‘아픈 비가 왔어요’에 수많은 여자들 가슴이 바로 무너졌다.



“온종일 거리는 잿빛에 잠겨 잠은 더하고 / 시간은 얼만큼 지났는지 지금 비가 와 / 사람들 제각기 생각에 잠겨 대답이 없고 / 아 누군가 나를 부르듯 지금 비가 와 / 저렇게 철없이 내리는 비는 나를 자꾸 쓸어가 / 쏟아져 내리는 저 빗속을 걸으면 감추고 싶은 기억들이 다시 밀려와 / (비가 와) 나의 젖은 가슴엔 / (비가 와) 그날처럼 내려와 / (비가 와) 나의 젖은 가슴엔 / (비가 와) 그날처럼 내려와” (김현철의 ‘비가 와’, 1989, 김현철 작사·작곡)



김현철 노래에는 유독 비와 눈, 진눈깨비가 많이 내린다. 1집의 이 노래는 그 시작이다. 스물을 갓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재즈 구사력을 보여준 김현철은 결코 흐느끼지 않으면서도 ‘쿨하게 센치한’ 느낌을 만들어내며, 과도한 감정적 고양을 촌스럽게 여겼던 대도시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 이영미씨는 대중예술평론가다.『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와 『광화문 연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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