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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고시생의 비애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시험도 걱정인데 발기까지 안 되니 지옥입니다.”

J씨는 30대 후반의 노총각 고시생이다. 그는 책상 앞에 초시계를 두고 수면 시간 외엔 책과 씨름한다. 여러 해 노력을 했건만 안타깝게도 합격운은 항상 그를 비껴갔다. 낙방에도 불구하고 몇 년을 뒷바라지 하는 여자친구를 보면 마음이 저린다. 이번엔 꼭 합격해서 멋진 결혼식에 면사포를 씌워주고 싶어 더욱 조급하다.



기약 없는 고시공부. 아직 젊은 나이다 보니 책 보다가 가끔 성충동이 일기도 한다. 어찌 보면 젊음의 상징이지만, 고시생 입장에서 그런 성충동은 억제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늘 성충동을 죄악시해왔던 J씨. 주말엔 정성스레 도시락을 챙겨온 여친과 잠시 성행위를 한다. 상황역전. 억제하던 성반응을 거꾸로 꺼내야 한다. 그에게 성생활은 여친에게 남자구실을 해 보여야 하는 임무가 돼버렸다. 그런데 언제부터 발기반응이 시원찮다. 처음엔 수험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자꾸 실패하다 보니 불안하다. 또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수행불안이 생긴 것이다.



“안 되니까 또 확인하고 싶고, 고시 낙방에 남자구실까지, 여친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매일 아침발기까지 확인하고, 성행위 실패가 시험에도 불길한 징조 같고…. ”



비록 그는 고시원 쪽방 책상에 앉아 조용히 책장만 넘기지만, 그의 심리상태는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실패 불안이 심신을 지배하고, 성생활마저 실패하니 더 그렇다. 수행불안은 자율신경계의 불안정을 만들고 상승하는 아드레날린은 강력한 혈관수축제로 발기를 풀어버린다. 즉, 심리적 불안과 신체적 기능이상이 따로 노는 게 아니다.



J씨같은 고시생들은 마음만 불안한 게 아니다. 공부 시간 아깝다고 운동할 시간도 안 쓴다. 고시생처럼 오래 앉아있는 남성의 몸이 좋을 리 없다. J씨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복부비만과 고지혈증에 혈류순환이 쳐진다. 장기간의 앉은뱅이 생활로 반년 전부터 그는 하지 저림 현상을 겪는데, 이 또한 혈류순환의 장애를 의미한다. 여기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전립선 문제, 남성호르몬 부족까지 겹친 종합선물세트였다.



그의 진단은 앞서 언급한 신체적 원인과 수행불안에 따르는 심리적 원인이 중복된, 혼합성(mixed type) 발기부전이었다. J씨 같은 형태의 발기부전은 고시생뿐 아니라 오래 앉아 일하면서 긴장을 다투는 주식·외환 트레이더, 프로게이머, 법관, 사무직 등에 많다.



J씨는 심리적 불안과 신체적 문제를 동시 치료하면서 성기능은 정상궤도를 찾았다. 또한, 치료 중 불안이 주는 의미를 깨달으면서 여유를 찾고 적절히 몸 컨디션을 유지했다. 결국 훌륭한 성적으로 고시 합격소식을 전해와 필자는 무척 기뻤다. 긴장과 불안도 몸과 성기능에 안 좋지만, 너무 오래 앉아있는 습관도 당연히 성기능에 안 좋다. 게다가 심신의 두 원인이 중복되면 더욱 안 좋다. 그런데, 경쟁사회를 사는 현대인중에 발등에 떨어진 업무에 매달리다가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친 사람이 너무 많다. 합격소식을 전하던 J씨는 이렇게 말했었다.



“박사님, 불안과 피로에 찌든 채 무식한 시간 때우기보다, 휴식과 운동으로 한 템포 쉬어가면서 리듬을 살렸더니 오히려 머리가 핑핑 잘 돌아가데요. 그래서 고시도 합격했습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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