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야구 몰라도, 운동신경 없어도 즐거운 게임

500원을 넣고 들어간 미니 야구장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시속 20km, 저속으로 날아오는 공에도 허공을 가르던 배트가 공을 딱딱 때려내는 쾌감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자신감이 붙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안타도 가능할 것 같았다.느림보 공에도 배트를 갖다대지 못했던 기자가 타격의 맛을 알게 된 비결은 ‘티볼’이었다. 티볼은 야구를 변형한 것으로, 배팅 티(T) 위에 공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공을 치는 게임이다. 야구의 흥미를 살리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공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치니 투수는 당연히 필요 없다. 정식 경기는 팀당 10명이지만 친선경기에선 그보다 작거나 많아도 상관없다. 스리아웃제가 아닌 1번부터 10번까지 전원 공격이 끝나야 회가 마무리된다. 도루와 슬라이딩도 안전상의 이유로 금지다. 우레탄으로 만들어 가볍고 부드러운 공을 사용하며, 가운데 철심이 들어간 방망이 역시 겉 소재는 우레탄이다. 경기는 3회까지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칠 위험 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지(easy) 야구’가 티볼이다.

초등학생들과 티볼 직접 해 보니

12일 서울 강북구 오현초등학교 운동장. 티볼 동아리로 유명한 이 학교에서 티볼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방망이를 든 여학생이 타석에 들어섰다. 여학생이 받침대 위의 공을 치는 순간 ‘탁!’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공은 경기장의 반대쪽 끝인 화단까지 날아갔다. 학생은 가뿐히 2루에 안착했다. 오현초 5학년 이종희(11)양. 티볼을 시작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안타를 쳐냈다. 타격 폼도 깔끔했다. 여자 김현수(두산)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종희는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 “야구 잘 몰라요. 본 적도 거의 없고요”라고 했다. 야구를 잘 몰라도 티볼을 하는 데 문제가 없냐고 하자 “전혀 상관없어요. 저 보세요”라고 쾌활하게 답했다.

곧이어 타석에 들어선 기자. 단타만 때려도 발이 빠른 종희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3루 쪽 힘없는 땅볼로 아웃됐다. 경기 직전 잠깐의 훈련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종희가 2루에서 소리쳤다. “몸에 힘을 빼라니깐요!” 주자는 2루에 묶여 있었고 팀은 점수를 내지 못했지만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배팅 티 위의 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연습만 열심히 하면 언젠간 안타도, 홈런도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고난 운동감각이 없어도 연습을 통해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바로 이 점이 체육시간에 소외됐던 여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끌어들이는 비결이었다.

물론 티볼에서도 운동감각이 뛰어난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게 돼 있다. 그래도 1번부터 10번까지 타자 일순하며 전원 공격하는 방식에선 잘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일은 없다. 또 이닝이 마무리될 때의 잔루는 다음 회로 이어지기 때문에 타점의 기회가 특정 타순에만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함께하는’ 스포츠다. 더구나 5~6학년이면 여학생들의 신체 발육으로 남학생에 비해 전반적으로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시기다. 그러나 남학생들은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오현초 티볼 동아리 담당 이재진 교사는 스포츠를 통한 공동체교육 혹은 인성교육을 티볼의 미덕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 교사는 “티볼을 처음 하는 애들은 실수한 아이에게 ‘너 때문이야’라고 쏘아붙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수가 나와도 서로 ‘괜찮아’라고 말해주곤 한다. 이렇게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쉽고 안전한 스포츠를 함께 즐기며 아이들이 공동체 의식을 체득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티볼을 좋아하는 이유는 더 단순하다. 쉽고 재밌기 때문이다. 이날 홈런을 뻥뻥 때려낸 ‘오현초의 이대호’ 선민우(12)군은 “다른 운동은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데 티볼은 다칠 위험도 없고 정말 재밌어요”라며 “중학교에 가서 티볼 동아리가 없으면 제가 만들어서라도 할 거예요”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단 하루 체험을 해본 기자의 생각도 비슷했다. ‘운동이라면 담을 쌓고 살았지만 티볼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