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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압승에 깜짝 놀라, 포커페이스 무너졌습니다”

지난 7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스키 점프대 앞에서 2018년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응원전을 펼치던 시민들이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인터뷰한 15일은 마침 그가 전임자인 고(故)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그는 “벌써 10년인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SUNDAY가 만난 로게 IOC위원장

-IOC 위원장으로서 지난 10년간의 성취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청소년 올림픽인 ‘유스 올림픽’을 만들어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서 1회가 개최된 것,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엄격히 금지해 공정성을 높인 것을 들고 싶다. 평창도 성공을 거둬 내 재임기간 중 유치한 것이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길 바란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평창을 방문한 적이 없다.
“조직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유치 성공 후 평창 측에서 3개월 안에 조직위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껏 유치전에서 멋진 날씨의 평창을 근사하게 묘사해 놓은 비디오를 너무 많이 봤다. 같은 장면을 보게 되길 바란다(웃음).”

-조직위원장은 어떤 인물이 돼야 하나.
“남성이던 여성이던 첫째로 팀을 잘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둘째로는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경기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재계 모두와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면 한다. 또 중요한 건 소통 능력이다. IOC와의 소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올림픽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한국 국민의 가슴에 불어넣을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위가 운영될 7년 동안 선거 등 많은 변수가 있고 조직위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으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도 짚어 두고 싶다.”

로게 위원장이 인터뷰 후 전수진 기자(오른쪽)와 사진을 찍었다.
국제스포츠계의 1인자이자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67위’로 꼽은 로게 위원장은 벨기에 요트 선수 출신이다. 스스로를 ‘침착하고, 점잖고, 조금은 지루하고, 효율적인 사람’이라고 농담 삼아 표현한다. 효율성은 그가 아주 중시하는 가치다. 눈썹 하나만 치켜세워도 그의 비서들은 척척 알아서 움직일 정도라고 한다. 한 IOC 직원은 “차갑게 보일지 몰라도 농담을 좋아하는 따뜻한 성품”이라며 “단지 일을 할 땐 효율적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에게 남북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는 올림픽 헌장은 물론 효율성에도 위배되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었다.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가 안 된다지만 IOC와 협의를 통해 계획을 변경하거나 평창에 가까운 북한 도시에서 몇 경기만 치를 수도 있지 않은가.
“평창은 이미 IOC에 제출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2018년 2월 개최까지 밤낮을 일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개최, 합리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선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분산 개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단일팀 구성이나 개막식 공동 입장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성공하기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두 국가가 한 경기를 치러 내는 건 쉽지 않다. 물론 남북 단일팀, 개막식 공동 입장 같은 상징적 조치들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까지 두 번(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공동 입장이 있었고, 다시 그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단일팀 구성과 공동 입장을 위해 남북 올림픽위원회와 폭넓은 협의를 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단일팀이 구성되면 선수들의 출전권이 줄어들 수 있는데, 와일드카드 추가 배정은 가능한가.
“남북 양측이 단일팀 구성을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도 없는 지금 와일드카드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고, 거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얘기다. 다른 두 팀이 한 팀을 구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다. 먼저 남북 양측 파트너들의 협의가 우선이다. 공동 훈련캠프를 만드는 것도 IOC의 결정사항은 아니지만 환영할 만한 방법이다.”

로게 위원장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올해 초 인터뷰에서 “누군가 나를 시무룩한 벨기에 출신 관료라고 묘사해 놨더라.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얼굴 표정을 바꾸지 않고 평정심을 지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무너진 순간이 있다. ‘평창 압승’이 결정된 지난 6일이다.

-기자실 생중계 모니터에 비친 얼굴에 놀라는 표정이 드러나 기자들이 더 놀랐다.
“(웃으며) 정말 놀랐다. 평창은 지난 두 번의 유치전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졌다. 그래서 이번에 평창이 이긴다면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근소하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차 투표로 끝난 거다. 동료 위원들에게 ‘2차 투표로 예정된 시간이 비게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다른 두 후보 도시도 강점이 많아 평창이 뮌헨을 38표 차, 안시를 56표 차로 눌렀을 땐 정말 놀랐다. 원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데 그땐 감정이 드러나고 말았다(웃음). 하지만 평창이 이겨 놀랐다는 게 아니다. 평
창은 매우 좋은 후보였다.”

-평창의 승리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지난 6일 말했었는데.
“마치 운동선수처럼 평창은 질 때마다 훈련을 더 열심히 해서 돌아왔다. 그래서 상대방을 이겼다. 올림픽에서도 필요한 정신이며 올바른 태도다. 끈기와 인내심은 결국 빛을 본다.”

-평창의 승리가 확정된 뒤 열린 IOC 집행위원회는 2020년 여름올림픽에 가라테·우슈 같은 무술 스포츠를 추가하는 걸 고려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태권도 축출로도 이어지는 건 아닌가.
“개인적으론 태권도에 비관적이지 않다. 물론 태권도가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각 협회는 자신의 종목을 한층 더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태권도가 유도·가라테 같은 다른 무술 스포츠 종목과 경쟁을 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태권도 자체에 특정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전에 도쿄가 도전할 텐데, 아시아의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게 ’대륙별 순환원칙’에 위배되지 않겠나.
“대륙별 순환이라는 인식 자체가 근거가 없는 개념이다. 도쿄는 2016년 여름올림픽 유치전에서 영국 런던에 졌다. 평창처럼 더욱 강력한 유치 후보 도시가 돼 나타날지가 관건이지 같은 아시아 도시라는 건 문제가 안 된다. IOC가 추구하는 건 경기의 질적 수준이지 도시 위치가 아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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