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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금으로만 치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보석의 왕(King of bling)’.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인터뷰 기사에서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가 2000년 팝스타 마돈나와 영국의 영화감독 가이 리치의 결혼반지를 디자인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지 10년 만이다.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보석 디자이너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51·사진)다. 보수적인 보석 업계에서 다소 거칠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엘턴 존, 마돈나, 케이트 모스, 제니퍼 로페즈, 캐머런 디아즈 등 수많은 스타가 열광하는 보석 디자이너가 됐다.

영국 왕실·스타들의 보석 디자이너 스티븐 웹스터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스티븐 웹스터’를 경영하는 것과 별도로 2008년엔 영국의 유서 깊은 보석 브랜드 ‘가라드(Garrard)’의 수석 디자이너도 맡았다. 1735년 설립된 가라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보석 브랜드다. 1843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왕실 보석 세공사’ 칭호를 받은 이래 왕실의 보석을 담당해 왔다. 지난해 윌리엄 왕자가 케이트 미들턴에게 선물한 다이애나 비의 블루 사파이어 반지도 가라드의 제품이다.

팝스타를 위해 마이크 모양의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만들던 현대적 디자이너가 여왕의 왕관을 만드는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건 당시 화제가 됐다.

그를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로얄살루트 트리뷰트 투 아너(Tribute to Honour)’ 출시 행사에서 만났다. 로얄살루트가 45년 이상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해 전 세계 21병 한정으로 선보인 위스키의 술병 디자인을 그가 맡았기 때문이다. 한 병에 20만 달러(약 2억원)가 넘는 이 술은 금·은, 남성미 넘치는 블랙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도자기 병에 담겼다.

스티븐 웹스터가 패키지 디자인을 맡은 로얄살루트 ‘트리뷰트 투 아너’. 21병을 장식하기 위해 총 22캐럿의 흑백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왼쪽). 그가 제작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5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힌 결혼반지.
그의 사무실은 런던의 명품가 본드 스트리트 인근에 있다. 벽에는 그의 작품 스케치가 붙어 있고, 테이블 위엔 미키 루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스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세계적인 스타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 같다. 어떤 스타들이 당신의 보석을 좋아했나.
“나의 첫 스타 고객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였다.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다. 그는 반지와 거기에 어울리는 팔찌를 함께 주문했다.”

-마돈나의 결혼반지로 더 유명해졌다.
“내 비즈니스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스타라고 생각한다. 마돈나는 직접 전화해 ‘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혼 발표 전이라 왜 필요한지는 말하기에 며칠 후엔 가이 리치가 매장을 찾아와 ‘반지가 필요하다’고 또 말하기에 눈치챘다. 누구의 것이든 약혼·결혼반지를 디자인하는 건 의미가 크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록해주는 반지 아닌가.”

-스타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나.
“1953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 출연한 메릴린 먼로가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라고 노래를 불렀다. 영화 속에서 먼로는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힌 해리 윈스턴 시계를 차고 있었다. 이 장면 때문에 여성들은 백금, 다이아몬드 등 하얀 보석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빛나는 스타와 반짝이는 보석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레드카펫이나 파티에서 스타가 착용했을 때 보석은 가장 돋보인다.”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우연히 보석 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실수로 보석 디자인 수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뜨거운 불꽃과 기계 소리, 금속의 반짝임은 패션 디자인보다 강렬했다”며 “보석을 세공하는 과정에 완전히 매혹됐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영국에 처음 작업실을 열었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다. 바로 대서양을 건넜다. 캐나다의 보석 소매상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했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그의 디자인은 미국에서 먼저 빛을 발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골디 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를 찾았다. 오프라 윈프리, 존 트래볼타 등도 그의 매장에 드나들었다. 특히 시상식 등 각종 행사에서 수시로 스티븐 웹스터의 보석을 착용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도 그에게 의뢰했다.

이날 그는 헝클어진 갈기 머리에 셔츠 단추를 여러 개 풀어헤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목걸이와 팔찌 등 액세서리도 여럿 착용하고 있었다. 점잖고 고고한 보석의 세계보다는 록음악이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뉴욕 타임스는 2008년 가라드가 그를 영입한다는 뉴스를 이렇게 전했다. ‘300년 역사의 브랜드가 로큰롤 감성을 가진 디자이너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한다’.

-당신의 디자인은 업계의 보수적인 기존 스타일과는 다르다.
“내 디자인의 핵심은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최근엔 티타늄과 팔라듐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금속은 기존의 액세서리 소재로 쓰인 금·은 보석이 갖고 있지 않은 특성을 지녔다. 전에 없던 아름다움이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디자이너다.”

-하지만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가라드는 왕실의 브랜드 아닌가. 당신과 점잖은 가라드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나와 성격이 다른 브랜드에서 어떻게 수석 디자이너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라드도 전통을 지키면서 요즘 소비자의 취향에도 맞는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나의 국제적인 감각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보석도 이젠 클래식만으로는 안 된다. 고객들이 원하는 근사한 보석이라는 건 클래식하면서도 쿨한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그의 명성은 보수적인 영국으로도 전해졌다. 1997년, 1998년, 2006년 세 차례 ‘올해의 보석 디자이너’로 선정됐 다.

-스타가 아니라도 당신의 아름다운 보석을 갖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값비싼 보석을 가질 수는 없다.
“사람들이 보석을 구입하는 방식은 변했다. 15만 달러짜리를 사는 사람도 있고, 250달러짜리를 사는 사람도 있다.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쇠붙이(metal)로 치장하는 것도 멋질 수 있다. 값비싼 금으로만 치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몇 해 전 저렴한 실버 컬렉션을 출시했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은 현명한 사업적 결정이 됐다.”

그는 “보석을 사치품이라기보다 패션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가격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착용했을 때 스스로 흡족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고, 가장 잘 어울리는 보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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