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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꿈꾸는 사람은 1등을 해도 불안”

서른 살 넘긴 처녀·총각이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30대 10명 중 3명이 미혼이다. 우리나라 30대 미혼자는 불과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김혜남 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장이 말하는 ‘30대의 행복’

이들은 결혼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여기저기서 외롭다며 아우성이지만 딱히 달려들지도 않는다. 마음은 복잡한지 30대 심리를 파헤친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

요즘 30대 남녀가 왜 이런지 ‘서른 살 전문가’를 찾아 물었다. 김혜남(신경정신과 전문의·사진) 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장이다. 그가 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심리학이 서른 살에 답하다는 7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김혜남 소장을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지난달 29일 만났다. 그가 분석한 30대의 문제와 그 해답을 들었다.

-결혼을 원하는데 왜 못하는 걸까.
“자기를 완벽히 행복하게 만들어 줄 이상형을 찾는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더 좋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며 가능성을 항상 열어 둔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가 많은 건 저주다. ‘다른 사람을 선택했으면 훨씬 행복했을 텐데’ 하는 건 일종의 나르시시즘, 즉 자기 애착이다.”

-나이 들면 쿨한 척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짝을 찾기 더 힘들다.
“과거 30대는 이미 일과 사랑이 결정돼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시기였다. 최근엔 수명이 연장되고 요구되는 사회 스펙이 높아지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졌다. 자기가 어른인지 청소년인지 모르겠다는 30대가 많다.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다시 아이로 퇴행하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내보이면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려워 친밀해지지도 못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 ‘나는 이런 사람이다’ 믿어야 하는데, 각자 고유한 자기 감정에도 확신이 없다. 이럴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맞는지조차 물어온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 과정에서 정답만 강요받은 탓이다. 이들은 틀리는 걸 괴로워한다. 무의식 속 갈등을 모르면 평생 반복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사랑하듯 자신을 돌보자. 잘할 땐 칭찬하고 잘못할 땐 왜 그랬을까 파악해 자아를 기른다.”

-30대는 실패와 도태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주된 정서가 두려움이다. 정치·교육·광고 등도 두려움을 자극한다. ‘너 이거 안 사면 상류사회에서 떨어지는 거야’ 하면 기를 쓰고 사게 된다. 욕망은 포기할 수 있지만 두려움은 안 된다.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소외되는 것처럼 무서운 게 없다.”

-크고 작은 일에 꺾이고 또 꺾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고통과 좌절에 대한 역치가 너무 낮다. 항상 행복하기만 바란다. 권태도, 혼자 있는 시간도, 남과 가까워지는 것도 못 참는다. 유리알 같은 자기가 상처받을까 두려워서다. 강하고 능력 있는 거짓 자아를 만들어 놓고 실제 자아는 바닥에 눌려져 끙끙댄다. 몇몇을 빼곤 사람은 다 평범하다. 실제 자기를 인정하고 믿어야 최고의 능력이 나온다. 굉장한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론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래, 나 무서워. 그렇지만 안 떨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잠시라도 멈추면 실패할 것 같다.
“남과 비교하는 사회가 되면서 성공에 승리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성공이 목적이면 자기 길을 잃기 쉽다. 가치관이 뚜렷하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 갈 수 있다. 남과의 비교는 사람을 쇠락하게 만든다. 1등이지만 우울증·조울증·강박증 등을 앓는 환자를 많이 봤다. 1등을 꿈꾸면 1등을 해도 불안하다. 자동차를 계속 몰면 엔진이 타고 타이어가 펑크 나듯 우리도 쉬어야 더 잘 간다. 초조하면 실력 발휘가 안 된다.”

1등 이야기는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 K’ 등으로 이어졌다. 김 소장은 오디션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느낄 좌절감을 걱정했다. “약 2만 명의 도전자 중에 1등 1명만 남고 나머지는 들러리가 됐다가 사라진다. 과연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일까. 굉장히 위험하다.”
전 세계 2억5000만 건이 다운된 인기 애플리케이션 게임 ‘앵그리 버드’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됐다. 돼지한테 알을 빼앗긴 새가 자신의 몸을 날려 복수하는 내용이다. ‘너 죽고 나 죽자’로 전투해 아군까지 전멸하는 점이 과거 게임과 다르다. 김 소장은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남이나 자신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는 새도-마조히즘 성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미래는 불확실한데 쌓인 화는 풀 데가 없다. 무력감에 지쳐 방황하다가 자학·가학적인 파괴 심리가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가.
“행복은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작은 구멍가게를 하다 망했어도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위로하면 행복하다. 물질이 주는 행복은 한계가 있다. 죽을 때 1등할걸, 회사를 더 키울걸 하는 사람은 없다. 좋은 정신과 의사 10명보다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우리를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만든다. 결혼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 지옥과 천국이다. 서로에게 원하는 게 많아서인데 남녀가 다른 걸 인정하고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라. 열정에서 시작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관계로 넘어가는 게 사랑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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