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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프랑스 홈리스 월드컵 출전하는 ‘특별한 국가대표’들

6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 붉은색 유니폼의 선수 여섯 명이 몸풀기에 한창이다. 머리가 살짝 벗겨진 50대부터 염색을 한 20대까지, 외모만 봐서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 4일 선발된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이다. 이날은 대표팀 선발 후 첫 연습경기를 하는 날. 개봉동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 상대가 돼줬다.



“다시 보금자리 갖는 그날 위해 열심히 뛰고 올게요”

200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홈리스 월드컵은 말 그대로 세계 각국에서 집없는 이들의 축구 대표팀이 모여 풋살(FIFA 공식인증 실내 축구경기)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다. 43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다음달 21일부터 일주일 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한국은 지난해 브라질 대회에 이어 두번째 참가다. 8명의 대표팀을 뽑는데 100명 이상이 지원해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6일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에서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이 훈련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명헌 기자]







한국 대표팀을 꾸린 것은 대중문화잡지 ‘빅이슈’의 한국판을 만드는 빅이슈코리아다. 1991년 9월 영국에서 창간된 빅이슈는 홈리스들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현재 이 잡지는 10개국 14개 도시에서 팔리고 있다. 빅이슈코리아의 경우 홈리스들에게 우선 빅이슈 10권과 한달치 고시원비를 지원한다. 그 다음부터 홈리스들은 1400원에 빅이슈를 사서 소비자에게 3000원에 팔 수 있다.



월드컵팀을 이끄는 빅이슈의 조현성 코치는 ‘노숙자’와 ‘홈리스’는 다르다고 말한다. “일하기를 포기한 이들이 노숙자라면,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홈리스입니다. 홈리스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요. 거주할 곳이 없을 뿐이지요.” 실제로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은 모두 빅판(빅이슈 판매), 자활근로, 일용직 등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다.



휘슬을 대신하는 ‘시작’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연습경기지만 치열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결과는 5:4, 대표팀의 승리. 이날의 MVP는 헤트트릭을 기록한 막내 김한솔(23)씨였다. 









‘2011 프랑스 홈리스 월드컵’ 한국대표로 선발된 임흥식(55)씨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며 자활의지를 다진다. [사진=빅이슈코리아 제공]



#. 다시 찾은 축구선수의 꿈



“어렸을 때부터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한솔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함께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혼자 남게 됐다. 고교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거리로 나왔다. 교회에서 자활근로를 하던 중 홈리스 월드컵에 대해 알게 됐다. “축구를 하면 즐거워요. 열심히 해서 프로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 도박을 이기게 해준 축구



골은 못 넣었지만 노익장을 뽐내며 팀을 정신적으로 이끈 이도 있다. 이문철(50)씨다. 그는 현재 실직노숙자 지원센터 보현의 집에서 지내며 빅이슈 판매원으로 일한다.



“내가 도박을 하다 여기(홈리스)까지 내려왔지만, 축구하듯 열심히 살아서 다시 일반인이 될 거야.”



과거에 대해 더 이상 말하길 꺼리던 이씨는 “내가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빅판하는데, 많이 팔 수 있게 신문에 좀 알려줘”라며 기자의 손을 잡았다. 



#. 길거리를 벗어나다



지난해 월드컵에 출전했던 오현석(42)씨는 대회 이후 자는 곳을 길거리에서 영등포 고시원으로 옮겼다. 3호선 신사역에서 빅판을 하며 돈을 모은 덕분이다. 그러나 모든 출전자가 오씨처럼 노숙생활을 청산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출전자 2명은 다시 알코올중독과 도박중독에 빠져 자립에 실패했다.



지난해 한국팀은 1승 10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신 경기에서 좋은 매너를 보여 ‘최우수 신인팀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조 코치의 목표는 중위권이다. 하지만 그는 “순위보다 중요한 건 홈리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동성애자와 미혼모라고 합니다. 하지만 홈리스는 여기에 끼지도 못해요. 이분들은 조금만 관심을 받아도 금방 변하는데….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글=박순봉 행복동행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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