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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女論] 군대, 오도된 신화







이영아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남아(男兒)가 세상에 나서 군인의 몸이 되어 활발한 기세와 용감한 마음으로 풍우를 무릅쓰고 만리 전장에 나가, 일합에 적군을 사살하고 개가를 높이 부르며 승전고를 크게 울려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집에 영화를 빛냄이 한번 할 만한 본분이라 할지어늘, 겁이 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서생(書生)이니까 그렇지, 만일 군적(軍籍)에 투신만 하면 마음이 일종 견확(堅確)하여 유약한 생각이 없어집니다.”



 위의 인용문은 이해조(李海朝)가 『매일신보』(1913.2.25~5.11)에 연재했던 ‘우중행인’이라는 소설의 한 대목이다. 조선총독부는 1910년 한일강제합병 후 일제의 식민 지배를 선전하기 위해 『매일신보』를 창간했다. 이 신문이 조선인 독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소설 연재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는데, 그중 하나가 ‘우중행인’이다.



 이 작품은 속칭 ‘신소설’로서는 다소 특이한 편에 속한다. 보통 신소설이 여성 주인공의 수난사를 그리는 데 반해, 이 작품은 남성 주인공의 모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참령은 신식 군인인데, 사소한 오해로 인해 집을 나간 동생을 찾으러 길을 떠나게 된다. 그때 동생의 친구인 병(丙)이 이참령의 동생을 찾으러 가는 길이 험난하다고 걱정한다. 그러자 이참령은 러일전쟁에서 생사의 기로에 섰던 경험을 자랑스럽게 말하며 걱정 말라고 한다.



 병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게 겁나서 자신은 군인이 못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자 이참령은 병에게 위의 인용문과 같이 한편으론 꾸짖고, 한편으론 독려하는 것이다. ‘남자라면 군인!’이라며 자부심을 보이는 앞 대목도 흥미롭지만, 뒷부분의 군인이 되면 군인으로서의 용기와 정신이 저절로 확고해질 것이라는 말도 눈길을 끈다. 즉 한국에서 군대가 하나의 근대적 규율제도로 정착되기 시작하던 이 시기부터 군대·군인에 대한 ‘신화’는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흔히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고들 말한다. 군대라는 ‘특수한’ 단체생활을 하는 것이 젊은 남성들에게 주는 교훈이나 삶의 노하우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말 속에 내재된 군대 내의 엄격한 규율 등 억압적 환경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병리적 현상들도 매우 많을 것이다. 최근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들은 그러한 상황 속에 괴로워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외치는 절규의 일부다. 우리는 그동안 그들에게 ‘진짜 군인’이 되라며 그저 윽박지르기만 하지 않았는지, 그런데 그것이 정말 ‘진짜 군인’ 또는 ‘진짜 사람’이 되는 길이기는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영아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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