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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영리병원, 비영리 병원’ 투 트랙이 정답







권용진
서울대 의대 교수
의료정책실




왜 일반인들은 의료업(의료기관 개설)을 할 수 없을까. 투자개방형(영리) 병원 허용 여부를 두고 우리 사회가 10년 가까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산업적인 면을 고려할 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반대 측은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병원 논쟁의 본질은 의사와 비영리법인만 의료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규제가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느냐다.



 현재 모든 동네의원은 개인사업자들이다. 세법상 동네 구멍가게와 별 차이가 없다. 전체 병상의 38%(2009년 현재)가 개인 병원이 갖고 있다. 개인병원의 경우 의사 개인이 소유하고 있고 이익도 의사 한 사람이 모두 가져가고, 매각·상속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주식회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비영리법인도 의료업을 할 수 있다. 학교법인·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의료법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학병원들은 대부분 학교법인이고 삼성의료원은 공익법인, 서울아산병원은 사회복지법인이다. 국립대학교병원은 국가가 만든 특수법인이다. 이들은 돈을 벌어도 병원 밖으로 가져나가거나 나눌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사업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비영리법인은 각자의 설립목적에 맞추어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업을 통한 영리추구는 개인 병원 의사에게만 허용돼 있는 셈이다. 의사에게 주어진 특혜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료행위를 하도록 제한한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의원을 운영할 경우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해 의료서비스가 왜곡될 것이라고 걱정해서다. 바꿔 말하면 병·의원 개설권과 의료행위 독점권을 의사에게만 인정할 때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병원 논의는 의료기관 개설의 독점적 특혜를 의사에게 계속해서 줄지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사에게 의료행위 독점권을 준 이유는 돌팔이 의료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료기관 개설권까지 독점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지나친 의사 보호이자 규제다. 개인병원이나 비영리법인은 영리추구 활동을 마음껏 하고 있는데, 일반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의료환경 변화와 의료비 급증도 규제 완화의 또 다른 이유다. 노인 인구의 증가, 만성질환의 증가 등에 따른 의료비 급증으로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가를 통제하면서 보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병·의원은 도산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금융자본이나 산업자본 등의 외부 자본이 의료업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한국 의료는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투자개방형 병원 제도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인도 병·의원을 개설할 수 있게 하고 자본유치를 원활하게 하면 시장 기능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완화와 더불어 의료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필요하다. 의사와 비영리법인들이 운영하는 병·의원에 제공하는 세제혜택과 지원을 강화하고 공적 기능 의무를 강하게 부과하는 것이다. ‘영리는 영리답게, 비영리는 비영리답게’ 하자는 의미다. 그래야 투자병원 도입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



 투자병원이 도입되면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는 지나친 비판이나, 의료산업이 순식간에 발전할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 모두 금물이다. 의료기관 개설 독점권 규제완화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의료기관 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면 해외 환자 유치가 따라올 것이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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