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앙시평] SNS시대, 디지털 디바이드







오병상
수석 논설위원




‘독재국가는 서구의 무력보다 정보혁명을 더 두려워한다’.



 인터넷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26년 전, 미국의 조지 슐츠 당시 국무장관이 이런 주장을 했다. ‘정보혁명이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란 통찰력이다. 반론도 적지 않았다.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통제·감시의 발전에 대한 우려다. 그런데 2011년 들어서부터는 슐츠의 주장이 대세가 됐다. 올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몰아친 민주화 열풍 덕분이다. 불씨가 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물론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끝낸 이집트 혁명의 동력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이었다. 그래서 ‘SNS 혁명’이라 불린다.



 그러면 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앞서 1987년 아날로그식 민주화에 성공했다. 그러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에 인터넷은 과연 도움이 되고 있는가. 인터넷의 속성상 민주화에 기여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시위사태를 보면 그 부작용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반값 등록금 시위. 개그맨 김제동이 ‘정말 말을 잘한다’고 감탄한 것은 TV에서가 아니다. 그가 지난달 2일 광화문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 현장에서 쏟아낸 9분짜리 연설에서다. 오죽하면 이날 연설 동영상이 학생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한마디 한마디 ‘김제동 어록’이란 말로 칭송되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겠는가. 김제동뿐만 아니다. 디지털 세상엔 일반인이 만든 UCC 동영상은 흘러넘친다. 거의 모두 현 정부를 비꼬는 내용이다. 일방적이고 자극적이지만 기발하고 재미있다. 시위의 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희망버스는 더 격정적인 경우다. 지난 주말 부산 영도(影島)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중공업 시위 사태엔 분명한 구심점이 있다. 크레인 위에서 6개월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 세칭 ‘소금꽃나무’다. 그를 ‘사랑한다’며 ‘보고싶다’며 전국에서 7000여 명이 참가비 3만원씩 내고, 장맛비 쏟아지는 항구로 몰려들어 밤을 지새우는 시위를 벌였다.



 김진숙의 힘은 트위터다. 팔로어가 1만8000명을 넘었다. 35m 높이 크레인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그는 트위터로 세상과 소통해 왔다. 트위터는 지난 6개월간 그의 농성을 생중계함으로써 ‘희망버스’를 불러모을 동력을 모아주었다. 김진숙의 트위터, 팔로어들의 리트윗, 그리고 동영상 생중계와 퍼나르기 등은 모두 희망버스에 동력을 더했다.



 대학생들의 시위나 노사분규 현장의 충돌은 늘 있어 왔다. 이런 현장을 찾아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언행으로 불길을 지피고 바람을 불어넣는 정치인이나 운동꾼들도 늘 보아온 존재들이다. 달라진 것은 정보혁명의 결과로 일상화된 디지털 문화, 특히 그중에서도 SNS다.



만약 김제동의 연설이나 김진숙의 메시지가 망망대해보다 더 넓은 인터넷 공간에 그냥 던져졌다면 그걸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러나 SNS는 다르다. 동영상이나 메시지가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타고 정확히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사회적(Social)이기에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 사이엔 연대감이 깔려 있다. 정보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주목하고 반응한다. 네트워크(Network)이기에 사방팔방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간다. SNS 이전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파급력이다.



 문제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다. 정보격차. 국가든 개인이든 정보를 많이 가진 쪽과 적게 가진 쪽 사이에 격차가 생긴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서 주목해야 할 디지털 디바이드는 ‘여론의 양극화’다. 디지털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는 집단과 적게 접하는 집단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벌어진다.



그 격차가 현실에선 여론의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공교롭게도 디지털 디바이드는 현실에서 세대차와 겹친다. 젊은 층일수록 디지털 정보에 친근하고, 나이가 들면서 이용도가 확 떨어진다. 안타깝게도 젊은 열정은 감성적인 선동에 흔들리기 쉽다.



 부산 사람들이 놀랄 만했다. 한진중공업 시위는 예전에도 있었다. 이번 사태도 6개월이나 묵은 얘기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 사람들이 몰려와 한밤 폭우 속에서 밤샘 소동을 피우고 홀연히 사라졌다. 앞으론 이런 번개 같은 시위가 자주 일어날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대책이 없다면.



오병상 수석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