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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진 붙인 신분증 갖고 다녔는데 무죄 판결 받은 이유는





[NIE] 교과서 속 이야기 신문에도 있네요
중1 사회(비상교육) Ⅸ. 우리의 생활과 법 ⑵우리나라의 사법 제도





청렴하고 올곧은 사람을 두고 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법이 분쟁을 일으키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데만 사용된다는 생각이 담긴 말이다. 법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하고 학교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등의 생활 속 모든 활동은 법에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법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규제하고 제재하기도 하지만,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데 있다. 교과서를 통해 우리 생활과 법의 관련성에 대해 배운 뒤, 신문 기사로 법원이 하는 일과 재판의 절차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다툼과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이 법원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개인의 권리가 강조될수록 법원을 찾는 횟수는 늘게 된다. 우리나라도 선진사회에 접어들면서 전국 지방 법원에 접수되는 소송 수가 하루 3000여 건을 넘어서 ‘소송 공화국’으로 불린다.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괜한 소송 당사자가 정신적 피해를 보는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지난 5일 서울 도곡중 2학년 1반 학생 36명이 서울고등법원을 찾아가 법원이 하는 일과 역할, 법의 의미 등에 대해 배웠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서울고등법원 이정권 판사가 지난 5일 서울 도곡중 2학년 학생들을 만나 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왼쪽부터 강현우군·박성신양, 이 판사, 정해준군·나혜수양. [김진원 기자]






법원에서 알아본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



형사재판 방청하며 법원의 역할 배워



이날 체험학습은 서울고등법원 관리과 이미진씨가 학생들에게 “법원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게 떠오르냐”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됐다. 이에 최근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유명 연예인 부부의 이름부터 TV 뉴스와 신문 지상에 떠들썩하게 보도됐던 흉악범들의 이름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나혜수양은 “기업들이 수백억원을 놓고 벌이는 소송이나 끔찍한 범죄와 관련한 재판 뉴스를 많이 접하다 보니 법원에서 하는 일은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법원 소송 중 대다수가 가족이나 이웃 간의 다툼처럼 일상적인 분쟁”이라며 “법원은 선량한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섬기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형사재판 방청에 앞서 이씨는 방청객이 지켜야 할 예의에 대해 강조했다. “재판은 긴장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법정 안에서 떠들거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 판사 권한으로 퇴장시키거나 20일 이하의 감치(법원 직권으로 경찰서 유치장·교도소·구치소에 가두는 것)에 처할 수 있어요.”



쓰고 있는 모자는 벗어야 하며 다리를 꼬고 앉거나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떨린다”며 법정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2개 조로 나눠 각기 다른 재판을 방청했다. 기자가 동행한 조가 들어간 법정에서는 사업 자금과 관련된 사기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방청석 맞은편에 판사가 앉아 있고 판사의 왼쪽에는 검사, 그 맞은편에는 피고와 변호인이 자리했다. 증인은 판사와 마주본 채 변호사·검사·판사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판사는 검사나 변호사의 질문에 추가 질문을 하거나 증인과 피고인의 답변을 법률 용어를 사용해 정확하게 수정하기도 했다. 정해준군은 “경제 사건이라 듣고 있어도 어떤 내용인지 감이 안 온다”며 “판사들은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판결해야 하니 방대한 지식을 갖춰야 할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일반인과 법률 전문가 견해 차이에 놀라기도



방청을 마친 후 학생들은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김민지양이 “방금 재판을 보고 왔는데 왜 판결을 내리지 않고 2주 뒤에 다시 오라고 한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서울고등법원 이정권 판사는 “실제 재판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재판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웃었다. 그는 “판사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해 30분~1시간 정도 재판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바로 다음 재판에 들어가는 식”이라며 “하나의 사건에 대해 2주 이상의 시간을 두고 법적 내용을 심사숙고한 뒤 판결을 내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나 변호사의 사건 조사가 충분치 못하든지 재판 중에 새로운 논쟁거리가 생기거나 증인이 출석하지 못하는 등 변수가 발생하면 판결하기까지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판사는 “재판을 하다 보면 일반인과 법률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최근에 자신이 판결한 재판 사례를 예로 들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신분증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붙여 갖고 다녔어요. 이건 범죄일까요?” 이 판사의 질문에 대다수 학생이 “범죄가 맞다”고 소리를 높였다. 나양은 “대학 졸업장을 위조한 사람들이 학력위조로 법적인 처벌을 받은 것처럼 이 사건도 위조죄에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경찰들도 여러분과 같은 생각으로 그 사람을 기소해 재판을 받게 된 경우”라며 “하지만 무죄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형법에서 말하는 위조죄란 그 문서를 사용할 목적이 분명했을 때 성립합니다. 그런데 위조한 신분증을 꺼내놔 봤자 그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위조를 했다는 상황까지는 밝혔지만 그 목적이 불분명하고, 사용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무죄가 된 것”이라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박성신양은 “법이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하나하나 법적으로 따지고 드는 게 좋아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며 “이런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 판사는 “친구 간,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지면 얼른 화해하고 악수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좋았던 관계가 삭막해지기 마련이죠. 평소에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지낸다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일도 별로 없을 겁니다. 법이란 건 최후의 보루이자 최소한의 룰(Rule)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준법정신은 선진국의 지표




우리 사회 전반에 법적 사고력, 좀 더 좁은 의미에서 준법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동국대 법학과 정용상 교수는 “법을 무시하는 풍토는 슬픈 역사의 산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본 제국주의와 해방 후 독재 정권이 법을 악용하는 바람에 법의 권위가 무너지고 법의 판결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았다는 말이다. 이미 그런 시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준법의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초급심인 치안법정은 양식 있는 신사들이 명예직인 재판관이 된다. 이는 건전한 상식으로 재판한다는 걸 의미한다. 거의 모든 다툼은 치안법정에서 해결되고 국민 모두 판결을 인정한다. 이런 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영국인의 준법의식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국격 높이기,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일이다.



관계기사



2009년 9월 3일자 33면 툭하면 재판 중 폭언·소란

- 법정 모독 갈수록 심해져

2007년 12월 2일자 W2면

선진사회로 가려면 Legal Mind 키워야



한국형 배심제 국민참여재판















우리나라는 2008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다. 형사 재판에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여부와 유죄인 경우 형량을 평결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이를 참작해 최종 판결을 내린다. 대법원은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을 함부로 뒤집지 않는다. 새로운 증거 조사 없이 배심원 평결을 뒤집는 것은 공판 중심주의와 증거 재판주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단의 일치도는 91%에 달한다. 배심원의 판단이 법 전문가의 생각과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관계기사



2011년 4월 5일자 16면

대법 “국민참여재판 결과 함부로 못 뒤집어”

2010년 12월 17일자 E18면 배심원 뽑혀도 참여 낮지만 법적 판단은 신중하네요



법의 목표는 존중과 배려



‘법대로 처리하라’는 말을 들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안도감보다는 “법을 잘 모르는데…”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실제로 법원에서 분쟁을 해결하려다 정신 건강을 잃은 사람도 적지 않다. 법은 엄중하고 차가운 잣대만 들이댈 뿐 상처받은 자존심과 감성을 보듬어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한 재판의 판결문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평화가 분쟁 해결의 궁극의 목적일진대, 평화를 촉진시키는 데 분쟁 당사자들의 정신적 안위를 안전하게 배려해주는 것도 분쟁 해결 못지않은 중차대한 법원의 책무임을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 문제를 해결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게 법의 궁극적인 목표다. 어느 한쪽도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재판관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계기사



2011년 2월 16일자 16면 12년 끈 담배소송 항소심

원고 패소 … 흡연·폐암 인과관계는 인정

2010년 7월 11일자 35면

사람의 마음 녹이는 ‘감수성 재판’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우리 생활은 법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나의 하루 생활’을 정리해보고 어떤 법과 규칙을 지키거나 위반하고 있는지 조사해본다.



예> ·아침에 시간에 맞춰 등교를 했다.

(지각하지 않는 교칙 준수)



· 등교할 때 신호등을 지키고 건널목을 건넜다. (도로교통법 준수)



·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않는다.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준수)



·인터넷에서 음악을 내려받았다.(저작권법 위반)



2.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민 배심원이 형사 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린다. 배심원의 평결에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아래 기사를 읽고 각각의 재판 과정에 자신이 배심원단으로 들어갔다면 어떤 평결을 내렸을지 이유와 함께 발표해본다.



지난해 7월 7일 독도수호단체 대표 김기종씨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강연하던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당시 주한 일본대사에게 지름 10㎝가량의 시멘트 덩어리를 던졌다. 시멘트 덩어리를 호리에 마유미(堀江麻友巳) 일본 외무성 서기관이 손으로 막다 전치 1주의 찰과상을 입었다.



김씨는 프레스센터에서 시게이에 대사에게 “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하느냐”라고 질문했지만 대사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시멘트 조각을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도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진 행위는 중형 구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중앙일보 2011년 6월 25일자 28면 한국인이 던진 돌 맞은 일본 외교관>



‘담배 소송’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민사9부 재판장인 성기문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이 화제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국가와 KT&G 측에 손해배상 책임은 묻지 않았다. 담배 소송은 1999년 폐암 환자 7명과 가족들이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독점적으로 제조하고 있는 담배인삼공사(현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원고의 발병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성 부장판사의 이번 판결은 원고 패소는 동일하지만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담배에 폐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물꼬를 터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일보 2011년 2월 16일자 성기문 재판장 “담배회사에 폐암 책임 물을 물꼬 터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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