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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주류와 대안







김환영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우리나라 사람치고 침술의 덕을 안 본 사람은 드물다. 주변에서 침의 효과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침술이 포함된 한의학은 현대의학과 양대 산맥을 이룬다. 침술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2, 3세기경의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나오지만 침술의 역사는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침술에 대한 기록이 7세기에 나오지만 발굴되는 돌침을 근거로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침술의 원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침술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를 93명이나 배출했다. 세계 의학계를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미국에서도 침술이 상륙해 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내에 침을 맞은 미국인은 310만 명이었다. 2002년 조사 때 나온 210만 명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미국에서 침술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인들은 두통 등 각종 고통의 경감뿐만 아니라 금연, 불면증·불임·우울증 치료, 질병 예방을 위해 침을 맞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의 치료에까지 침술이 쓰이고 있다.



 이처럼 침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미국 의학계에서 침술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침술의 종주국인 중국조차도 침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한때 침술이 전근대적인 미신이라며 억압했다. 중국 공산당은 결국 침술의 효과와 대중적인 인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침술을 시연해 오랜 전통 의학의 수준을 과시했다.



 20~30년 전만 해도 미국인들은 침술을 불신해 ‘침술은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침을 잘못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 하버드·예일·듀크 등 42개 대학에는 침술을 포함한 대안 의학과 주류 의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수 미국 의학자들은 침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과학적 근거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침술은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과 전혀 맞지 않는다. 미국 의학자들이 침술을 온전히 수용하려면 그 이론적 바탕인 경락학설(經絡學說)이나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까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미국 의학계에서는 침술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침을 맞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침을 놓는 시늉만 하는 실험이 최근 유행이다. 양쪽 다 효과가 있는 실험 결과가 많다. 이를 근거로 침술은 위약(僞藥)효과(placebo effect)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학자들도 있다.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투여해도 일정 수준의 치료 효과를 얻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침술은 가짜라는 것이다.



 이처럼 침술은 5000년이 넘는 역사와 검증된 효과를 자랑하지만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혹독한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아무리 한 사회에서 주류의 자리를 차지해도 다른 사회에서는 대안에 불과한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세계에 유입되고 있는 좌파·우파 포퓰리즘이나 사회민주주의·민주사회주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여러 주류 이데올로기 중 하나로 기능한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와서는 혹독한 검증 과정을 피할 길이 없다.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좌파·우파 포퓰리즘이나 사회민주주의는 우리 상황에서 가짜가 아니라 진짜 대안으로 판명 날 수 있다. 포퓰리즘이나 좌편향 이데올로기에 국민과 유권자가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효험을 입증해야 한다.



김환영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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