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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떠오르는 패션도시를 가다 ② 이탈리아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 하면 먼저 생각나는 곳이 두오모 성당이다. 붉은색 지붕이 높이 솟아오른 성당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란 뜻이다. 그런데 매년 1월과 6월, 피렌체에선 또 다른 꽃이 핀다. 세계적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 임마지네 워모(pitti immagine uomo)가 열리면 다양한 남성복 패션이 만개한다. 스포츠·캐주얼에 정장 브랜드까지 몰려들어 남성 의류 트렌드를 확실히 접할 수 있는 곳이다. style&은 지난달 중순 LG패션 남성정장 브랜드 마에스트로와 함께 떠오르는 패션도시, 그 두 번째로 피렌체를 찾았다.



날렵한 청년도, 배 나온 아저씨도 … 패션 화보의 그 차림새

피렌체=이도은 기자

모델=크리스토퍼 메이렐레스

사진=사베리오 메로네(프리랜서)



30도 넘나드는 더위에도 긴소매 셔츠



피렌체에는 하루 2만~2만5000명의 관광객이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피렌체 패션’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오전 8~9시 출근길이나 한낮에 소박한 골목길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옷차림은 티셔츠·반바지를 입은 관광객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 나온 아저씨,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들도 막 입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일단 옷이 몸에 붙는 실루엣은 기본.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에도 반팔 티셔츠 대신 긴소매 셔츠를, 반바지보다 면 팬츠를 돌돌 말아 입었다. 자연스럽게 구겨진 마 재킷까지 갖춘 이들이 종종 보였다. 여기에 새까만 선글라스와 맨발에 로퍼는 필수. 컬러 감각도 눈길을 끌었다. 파란 재킷 안에 줄무늬 회색 셔츠를, 분홍 셔츠에 흰색 바지를 짝 지었다. 이를 예술의 나라, 아름다운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유전자 덕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걸까. 피렌체 디자이너 베로니카 카스텔리가 설명을 대신했다. “이탈리아는 한 나라 안에서도 패션이 조금씩 달라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좀 더 화려해지죠. 피렌체 남자들은 깔끔한 정장풍을 좋아하는 밀라노 남자들보다 독특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즐겨 입어요.”



마침 피티워모를 찾은 이방인들의 모습은 패션 화보에 가까웠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각국에서 몰려온 패션업계 종사자들이었다. 모두 요즘 남성복 유행을 그대로 반영하는 액세서리를 제대로 즐겼다. 행커치프는 물론, 정장 왼쪽 깃 위에 꽃 모양 액세서리를 꽂거나 리본·별 모양 배지를 더했다. 타이 대신 스카프를 맨 남자들도 있었다. 1월과 6월마다 피렌체에 ‘지구촌 최고의 멋쟁이들이 모인다’는 소문이 과장은 아니었다. 정장에 중절모까지 쓴 독일 바이어 이그나티우스 요셉도 그중 하나. 그는 “특별히 더 차려입지는 않았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일을 하다 보니 평소에도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고급 남자 수트가 태어난 도시, 피렌체









트렌드를 아는 남자들은 작지만 세심한 부분에서 멋을 낸다. 특히 왼쪽 가슴은 남자들이 가장 화려하게 멋 부릴 수 있는 공간. 포켓 치프는 물론 부토니에(왼쪽 깃 위쪽의 구멍 혹은 그곳에 꽂는 꽃장식)까지 더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피렌체는 구찌·페라가모 등 명품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트루나부오니 거리에는 이들의 본점이 자리 잡고 있다. 구찌는 9월 하순 시뇨리아 광장 근처에 박물관도 연다. 모두 상징적인 장소라 관광객과 피렌체 상류층이 즐겨 찾는 명소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패션 명물은 또 있다. 바로 남성 정장이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얻은 최고급 소재에 재단에서 바느질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하면서 세계 남성복 중 최고급 브랜드로 손꼽힌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남성 정장은 카스탄자(Castangia)와 스테파노 리치(Stefano Rich). 로마의 브리오니(Brioni), 나폴리의 키톤(Kiton)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1850년 창업한 카스탄자는 이탈리아 귀족들이 입던 맞춤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오는 것이 특징인 데 비해, 1972년 설립된 스테파노 리치는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 이름을 날렸다. 특히 커프스와 셔츠 칼라에 파이핑(천의 끝단을 다른 천으로 감싸서 정리하는 방식)을 처음 선보였다. 피렌체에서 수트 브랜드(LC23)를 운영하는 크리스티안은 전통적 피렌체 수트의 특징을 ‘각진 어깨의 남성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폴리가 볼륨과 라인을 살린 정장을, 로마가 넉넉하고 편안한 실루엣으로 승부하는 것과 차별화한다”고 설명했다.



중세 고성에서 열린 박람회 ‘피티워모’









더운 날씨에도 스카프를 둘러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중세 고성 ‘포르테자 다 바소’(Fortezza da Basso).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이 고성에서 14일(현지시간)~17일 제80회 피티워모가 열렸다. 5만9000㎡ 면적에 전 세계 남성복 캐주얼·정장 브랜드의 부스가 빼곡히 차려졌다.



행사장은 첫날 오전부터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이번엔 참여 브랜드가 995개로 지난해보다 180여 개 많아졌고, 방문자 수도 4만5000명으로 1만 명 이상 늘었다. 패션 전공자들과 디자이너들도 ‘공부 삼아’ ‘시장 조사 차원에서’ 피티워모에 들르기도 한다. 노르웨이에서 온 디자이너 레오 콜라치코도 매 시즌 피렌체를 찾는 방문객이었다. “내 옷이 얼마나 트렌디한가, 시장성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좋은 기회”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참여 브랜드의 66%가 이탈리아 브랜드다. 주최 측은 이번에 피티워모를 글로벌 패션 축제로 키우려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band of outsiders)·로다테(Rodate) 등 미국 대표 브랜드들이 특별 컬렉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영국 브랜드 ‘더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the pringle of scottland)’가 패션스쿨 세인트마틴스쿨과 협업한 제품들을 등장하기도 했다.



피티워모는=피렌체에서 열리는 세계적 남성패션박람회. 컨벤션 전문업체인 피티 임마지네가 이탈리아 패션을 산업적으로 육성시키고자 1972년 처음 행사를 열었다. 행사명은 보통 ‘피티워모’로 줄여 부른다. 초창기에는 클래식 수트와 재킷을 중심으로 전통 신사복 브랜드가 주류를 이뤘으나, 이제는 캐주얼이 대세를 이루면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캐주얼의류박람회 ‘브레드앤버터’와 경쟁하고 있다.





“피렌체는 최상급 원단·가죽 집산지 … 남성복 박람회엔 최적의 장소”



22년째 행사 총괄 라파엘로 나폴레오네 CEO












피티워모 행사를 주최하는 피티 임마지네사의 라파엘로 나폴레오네(57·사진) 최고경영자(CEO)는 이탈리아 컨벤션 업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22년째 피티워모의 참가 브랜드 선정 및 전시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다.



-피티워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좋은 소재를 적당한 가격에 파는 브랜드를 찾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피티워모는 남성복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한자리에서 스포티한 옷부터 클래식 정장까지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남성 액세서리가 많다는 게 강점이다.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취급하는 편집숍 형태가 많아지는 요즘 추세와 잘 맞아 떨어진다.”



-밀라노와 차별화하는 점이 있다면. “밀라노는 여성 패션 중심이다. 남성복과 아동복은 뒤로 처진다. 피렌체는 남성복 중심이고 이를 위한 여건도 좋다. 주변에는 좋은 원단과 가죽을 가져올 수 있는 소도시가 많다. 가내 수공업 형태로 장인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곳들이 밀라노보다 가까이 있다.”



-한국 업체가 피티워모에 참여하려면. “단순하다. 얼마나 창조적이냐와 얼마나 품질이 좋으냐다. 아시아 시장이 커지는 만큼 아시아 브랜드를 꾸준히 보고 있다. 아시아 브랜드 가운데 현재까지는 일본이 중심이다. 한국 브랜드 중에선 LG패션과 제일모직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열 것이다. 또 세일즈맨과 바이어가 신속하고 매끄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인터넷에 ‘e-pitti’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여기를 다녀간 이들이 행사 이후에도 꾸준히 교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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