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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붙들어 놓은 흘러간 시간 풍경 둘





스기모토 ‘침묵의 소리’전
구본창·야마구치 ‘책과 사물’전



스기모토 히로시가 1996년 찍은 뉴욕의 한 극장. 필름 한 장에 상영 중인 영화 전체를 담았다.





#1. 텅 빈 극장에 혼자 앉아 흰 스크린을 응시하는 여배우의 뒷모습.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서 열리는 ‘이자벨 위페르-위대한 그녀’전에 나온 독특한 사진이다. 전시엔 앙리-카르티에 브레송·헬무트 뉴튼 등 세계적 사진가 70여 명이 프랑스 여배우 위페르(58)를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편안한 차림으로 집에 있든, 패션 화보를 위해 한껏 멋을 냈든 사진에서 하나같이 눈길이 가는 것은 여배우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누구를 찍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의 흐릿한 뒷모습이다. 망망대해 같은 흰 스크린을 오도카니 마주한 여배우는 문득 외롭다. 사진을 찍은 이는 일본 현대 사진의 대표주자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63)다.









닳아 없어지기 직전의 비누를 포착한 구본창의 비누13, 2006.



 #2. 사진가 구본창(58)은 1980년대, 문득 녹아 없어지기 직전의 비누가 애틋했다. 두세 번만 더 쓰면 없어질 그 하찮은 것을 그는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얇아진 비누는 더욱 투명해서 사진으로 찍고 보니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 투명함 속에 몸의 기억, 흘러간 시간의 기억이 담겼다. 그의 ‘비누’ 연작은 2007년 일본서 먼저 손바닥만한 책자로 출판돼 알려졌다. 책의 제목은 『일상의 보석』.



 사진은 시간을 붙잡는다. 지나간 시간을 새삼 세세히 보여주고, 그때를 영원히 박제한다. 스기모토 히로시의 주요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침묵의 소리’가 서울 청담동 마이클 슐츠 갤러리(8월 21일까지, 02-546-7955)에서 열리고 있다. 1970년대부터 요즘 것까지 17점이 나왔다.



 스기모토는 ‘찰칵’ 한 순간을 찍는 게 아니라 조리개를 오래 열어두고 그만큼의 시간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조리개를 열어두니 반짝이는 스크린이 남았다. 평소엔 어둠 속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던 극장 내부는 사소한 것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진 빈 극장을 보고 있으면 문득 ‘붙잡힌 시간’은 ‘죽음’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스기모토는 바다에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바다에서 오랜 노출을 주자 수평선 위와 아래는 시간의 흐름에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태곳적 사람이 봤던 것과 똑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노트르담 성당 등 유명 건축물을 초점을 흐리게 해 찍은 ‘건축’ 시리즈, 사물의 일부를 선명하게 부각시킨 ‘개념적 형상’ 시리즈도 나왔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8월 22일까지, 02-310-1924)에서 열리는 ‘책과 사물’전 역시 시간·생명·기억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가 구본창과 일본서 그의 사진집 『백자』 『일상의 보석-비누』를 디자인했던 야마구치 노부히로(山口信博·63)의 2인전이다. ‘하찮은 것’을 모은다는 공통된 취향으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다. 전시엔 비누 사진 연작과 실제 ‘모델’이 됐던 비누들, 책 디자인 작업과 소품 등 총 50여 점이 나온다. 야마구치는 “순간순간의 느낌도, 이걸 만든 우리들도 결국은 없어질 것이다. 우리 작업은 순간을 영원으로 늘리는 일이다. 없어지는 존재들이 만나는 것,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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