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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한 덩어리 가공해 용접 없어 … 페이스엔 벌집 문양 ‘솜털 느낌’

일본 경제의 거품이 터지기 전 하와이는 일본인의 쇼핑센터 같은 곳이었다. 명품 업체들이 화려한 매장을 내고 일본인들의 돈을 긁어갔다. 스코티 카메론이라는 퍼터 제작업자도 흐름을 잘 읽었다. 다이아몬드 한두 개를 박은 퍼터를 일본 관광객에게 5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았다. 골프 용품에도 럭셔리라는 개념이 그때 처음 생겼다.

성호준의 골프 진품명품 <20> 퍼터를 작품으로 승화한 베티나르디

이후 카메론은 퍼터 헤드에 단순한, 어떻게 보면 아이들 장난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 이전에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인지 ‘퍼터 제작의 반 고흐’라고 추앙을 받았다. 명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도쿄 인근에 카메론 박물관도 만들었다. 박물관엔 그가 만든 퍼터는 물론 그가 타고 다닌 자동차까지 전시돼 있다. 카메론은 이후 타이틀리스트에 합병돼 대량생산을 했다. 카메론 퍼터는 너무 많아졌고 대중화됐다. 사람들은 남들이 안 가진 더 특이한 퍼터를 찾게 됐다.

퍼터 디자이너 로버트 베티나르디(50)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이름에서 명품의 냄새를 풍긴다. 그는 명품의 마케팅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다. 공방을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따 ‘스튜디오 B’라고 이름 지었고, “우리는 부티크 회사며 최고 중 최고를 원하는 골퍼를 위해 퍼터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버지는 금속 절삭 기계공이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베티나르디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후 무기와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정밀금속가공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골프도 매우 좋아했는데 퍼터 광고 포스터에 나온 절삭기가 매우 구식이어서 놀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컴퓨터 구동 정밀 절삭기를 쓰면 훨씬 더 뛰어난 퍼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모양이다. 베티나르디는 “보기에 좋으면 감이 좋다. 사람들은 무게 배치를 잘해 공이 똑바로 나간다는 광고를 들으면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산다. 그러나 어떤 퍼터는 벽돌에 막대기를 끼워 넣은 것처럼 보여 자신감을 사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퍼터가 감정이 있다면 그에게 매우 고마워할 것이다. 베티나르디 때문에 퍼터 헤드는 이전에 없던 호강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퍼터 헤드와 호젤(샤프트와 헤드의 연결 부분)을 용접해 붙이지 않고 한 덩어리 금속을 절삭해 만들었다. “기존처럼 용접으로 조립하면 열 때문에 금속의 순수성과 완결성이 떨어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후 일부 명품 퍼터 업체도 용접 없는 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베티나르디는 한 단계 더 나갔다. 물을 이용해 금속을 잘랐다. 절삭 때도 열이 발생하면 역시 금속에 좋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또 금속은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후 어느 정도 숙성 기간이 지난 뒤 가공해야 좋은 감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겼다. 대량생산 퍼터는 그런 숙성 과정이 모자란다고 했다.

그는 또 페이스의 울퉁불퉁한 정도를 1000분의 1인치까지 줄였고 페이스에 벌집 문양을 만들었다. 이 문양은 베티나르디의 상징이 됐다. 그는 자신의 퍼터를 두고 “솜털 같은 부드러운 느낌이며 어드레스했을 때 신경이 분산되지 않고 직진성도 최고”라고 한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처럼 베티나르디는 벤 호건과 미즈노 등과 협업했고 98년에는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었다. 99년 프로골퍼 예스퍼 파르네빅은 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짐 퓨릭은 2003년 US오픈, 비제이 싱은 2004년 PGA 챔피언십에서 베티나르디로 챔피언이 됐다.

골퍼가 퍼트하면서 금속의 완결성과 숙성도를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명품들도 잘 이해되지 않는 장점을 내세워 장사하는 것을 보면 탓할 일만은 아니다. 베티나르디 퍼터는 보급형이 50만원 정도로 스코티 카메론보다 약간 비싸다. 그의 초창기 제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스코티 카메론만큼 비싸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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