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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pecial] 일본 쇼와여대 총장 반도 마리코 ‘품격 있는 여자 되는 법’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물건을 받지 마라. 연예인 이름보다는 꽃과 나무 이름을 외워라. 경비원, 청소부 등 이해관계가 없고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라. 직장에 대한 불만이나 가족에 대한 푸념을 하지 마라. 노여움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가라앉히려 노력해야 하지만, 기쁨이나 감사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그 느낌이 식지 않았을 때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반도 마리코(坂東眞理子·65) 일본 쇼와(昭和)여대 총장이 말하는 품격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그는 2007년 자신의 34번째 저서 『여성의 품격』에서 조목조목 품격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짚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310만 부가 팔리면서 선풍을 일으켰다. 책이 나온 뒤 길에서 판촉물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라고 한다. 휴지나 샴푸, 화장품 샘플 같은 판촉물을 여성들이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학술회의 참석 차 방한한 반도 총장으로부터 품격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듣고 보니 품격 있는 인간이 되는 길이었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여성의 품격』을 쓰게 된 계기는 뭔가.

 “공직에 있다 대학으로 옮겨오면서 구상했다. 어떤 여성들로 키워 사회에 내보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34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응원하는 일을 해왔다. 남성과 다르게 여성이 갖는 장점과 강점을 더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주로 남성들 속에서 일했다.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 들면서 깨달은 것을 지금의 젊은 여성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게 뭔가.

 “여성이 올바른 얘기를 해도 때로는 남성들이 반발하는 풍토가 있더라. 남성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근무하던 공무원 사회는 예의를 굉장히 중시했다. 자기 선전을 하는 사람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바보 취급을 당해서도 안 되니까, 나는 존중받으면서도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즉 미운 털 박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조직사회에서 30여 년간 익힌 지혜와 지식은 21세기에도 꼭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반도 총장은 일본에서 ‘여성 최초’란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다. 1969년 총리부에 입성한 여성 최초의 고급 공무원이었다. 도쿄대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과장 등 간부 직책도 여성으론 처음으로 맡았고, 일본 최초의 부인백서 집필을 담당했다. 사이타마현 부지사, 총영사(호주 브리즈번)도 여성 최초였다. 2004년 쇼와여대 교수를 거쳐 총장에 임명됐다. 도쿄에 위치한 쇼와여대는 91년 전 설립됐으며,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에 대학원까지 있다. 지금까지 『부모의 품격』『행복해지는 법』 등 40여 권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여성의 품격』이 호응을 얻은 이유는 뭘까.

 “분석해 보니 20대가 책을 많이 사고 읽어주었다. 특히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아마도 이런 조언을 절실히 필요로 한 세대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남성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어 ‘진정한 성인’이 되면 사랑받는 건 없어지고 일로 평가받게 된다. 제대로 일해야 될 때, 전문지식이 막상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에 부닥치는 걸 봤다.”

●젊음은 퇴색하고 지식은 부족하다는 시각이 흥미롭다.

 “업무에서 자신감(professional confidence)을 잃을 때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다. 그때 노력하면 30~40대를 편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에 고비이자 전환점이 되는 시점이다. 이런 시각에서의 어드바이스는 이전까지는 없었다. 내 책이 본격적으로 그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품격이란 뭔가.

 “무엇보다 기본을 갖추는 일이다. 자신의 행동과 삶의 중심이 되는 신념을 갖는 일이다. 제대로 말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할 일은 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하는 용기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자기 중심,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그건 아름답지 않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약자와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 인간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따뜻함을 지니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여성의 품격은 그런 강함과 상냥함에서 생겨난다.”

●많은 덕목 중에서 왜 품격인가.

 “품격이 목표하는 것은 남성과 똑같이 되자는 게 아니라 여성다운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남성이 할 수 없는 걸 여성이 해나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은 남성을 흉내 낼 수 없고 남성만큼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능력을 보여주는 한편, 남성의 사고방식과는 싸우면서 여성이 존경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능력은 보여주되 남성과 괜히 다툴 필요는 없다. 남성 대부분은 여성이 훌륭하게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경계한다. 그러니까 남성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게 필요하다. 보통의 남녀가 해낼 수 있는 업무 능력에 더해 상냥함, 아름다움, 친절 등 여성만의 독특한 특성을 발휘하면 품격이 된다.”

●‘남자들에게 미운 털 박히면 안 된다’ ‘남성의 심경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말은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것 아닌가. 비판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페미니스트들이 특히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여성 고유 영역만 얘기하지 말고 남성과 싸워서 진정한 승리를 쟁취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거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남성과 싸울 힘이 있으면 여성이 해야 할 창조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게 맞다. 나도 20~30대 때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해 분노가 많았다. 능력만 있으면 상대방이 뭐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으로서 멋을 낼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그 힘을 새로운 일에 쏟고 싶었다.”

●생각이 바뀌었나.

 “진짜 원하는 게 있으면 전략적으로 임해야 효율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흔히 얘기하는 ‘여성답다’는 것과 내가 얘기하는 여성다움, 품격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진정 제대로 일하고 싶다면, 남성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여성은 여성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 가지 지혜를 가져야 한다.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씩 개선하는 힘도 매우 크다. 작은 일은 안 하고 큰일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반도 총장은 66가지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말할 기회가 생기면 순서와 요점을 메모해 두라거나 옷이나 액세서리에 대해 칭찬받았을 때 “아니, 싼 거예요” 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겸손해 하기보다는 “고맙습니다”라고 받아들이는 게 더 좋다는 식이다. 감사 편지 보내기, 초대받으면 선물 들고 가기, 용모단정같이 많은 사람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제안도 많다.

●이론은 아는데 실천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마라. 딱 생각났을 때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실천을 습관으로 옮겨가면 된다.”

●실생활에서 얼마만큼 실천하고 있나.

 “바빠서 답례 감사편지 쓸 짬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출장 갈 때 비행기 안에서 주로 쓴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시식품을 이것저것 집어먹으며 끼니로 삼지 마라’고 했는데, 이건 먹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실천하고 있다. 예전에는 조금씩 먹었는데, 책을 낸 이후로는 안 먹는다. 길에서 판촉물로 나눠주는 휴지도 안 받는다. 받고 싶은데 참는다.”

●총장님의 ‘품격’을 엿보려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다.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데 지하철에서 가끔 독자를 만난다. 애독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순간 얼어붙는다(웃음). 서울에서 묵고 있는 호텔에서 독자라는 일본 여성들을 만났다. 항상 긴장한다.”

③0여 년 공직생활 동안 일과 가정을 어떻게 양립시켰나.

 “딸이 둘인데, 큰 애는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키웠다. 육아에 관해서는 남편으로부터 큰 도움을 얻지 못했다. 첫 아이 때는 12주 출산휴가만 썼고, 둘째는 18개월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바람직한 여성의 출산시기를 30대 후반이라고 말했는데.

 “큰딸은 내가 스물여섯 때, 둘째는 서른일곱에 낳았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나 자신이 미숙 그 자체였다. 일에도 자신이 없고, 정신적·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자유를 상실한 것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다. 둘째를 낳았을 때는 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었고, 경제적·정신적 여유도 있었고, 주변에 일을 맡길 수도 있었다. 생물학적으로는 20대 후반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는 늦어도 좋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총장님은 손자들을 봐주나.

 “아니, 난 딸들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너무 바빠서. 딸들이 불평을 하지만 이해도 해준다. 그들이 지금 혜택을 받는 육아휴직법을 만드는 데 엄마가 힘을 보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1년 육아휴직법을 만들었다. 육아휴직을 하면 급여의 일정액을 지원받을 수 있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단축 근무도 가능하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공립보육원이 2만3000곳, 정원은 200만 명이나 된다. 미국은 공립보육원이 없기 때문에 직장에서 시설을 만든다. 일본은 법률과 제도는 거의 완벽하게 돼 가고 있는데 남편들이 집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미국은 법률이나 제도는 미비하지만 남성들이 육아에 열심히 동참한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장점만을 본뜨길 바란다.”

 그는 책에서 “출산 및 육아 휴직의 권리처럼 보장된 권리라도 그것을 행사할 때는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자”고 썼다.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덕분에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됐어요’라는 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육아 휴직은 나의 권리’라는 태도로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장된 권리라 해도 주위 사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고, 그래서 여성을 채용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갈등을 피하고 실리를 얻자는 게 ‘반도 마리코’의 품격 방정식이다.

반도 마리코의 ‘품격 있는 여성 되는 법’

▶ 감사 편지 쓰기가 명함을 뿌리는 것보다

인맥 형성에 도움이 된다.

▶ 격식을 차린 인사말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품격 있는 여성이다.

▶ 공짜는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 초대받았을 때는 간단한 선물을 준비한다.

▶ 거절할 때는 신속하고 정중하게 한다.

▶ 불운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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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