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앙시평] 평양의 다음 각본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한국 언론들은 북한과의 대화가 언제쯤 재개될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평양의 각본에는 아마도 다음 수순은 대화가 아니라 새로운 도발(provocation)일 가능성이 있다.



 첫째 요인은 대화의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워싱턴을 방문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을 완화하도록 미묘하게 독려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대북정책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비치길 원치 않으며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설 것으로 믿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화가 재개되길 희망한다. 오바마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을 설득해 불가침협정이나 미사일 개발 중지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2012년 대선 정국에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 5월 청와대 및 통일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에서 어떤 형태의 사과나 전제 조건도 명백히 거부한 점이다. 북한은 남한이 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내가 보기에 북한의 이런 행동은 추가적인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다.



 만일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중국이나 일부 진보 진영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려 들지 모르나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천안함·연평도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어떤 정부도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큰 반발이 있을 것은 물론이요,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비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언제든 도발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더욱이 미사일이나 핵 문제를 감안할 때 북한의 도발은 남한이나 미국의 반응과는 관련이 적고 핵무기 운반수단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이 결정적이다.



 둘째 요인이 중요하다. 북한은 2012년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겠다고 천명해 왔다. 따라서 그런 능력을 증명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실질적인 무기체계다. 따라서 북한군은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기폭장치를 개선하며,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탄두중량을 늘리기 위해 실험을 지속할 것이다. 북한이 완전한 핵미사일 체계를 손에 넣기까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새로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할 때마다 매번 미국이 협상에 나서고 양보했음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상대하길 원하는 것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나는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 실험을 하고 이어서 2012년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많은 것이 북한의 기술적 진보에 따라 정해질 것이며, 북한은 미사일보다 핵실험을 먼저 할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로선 천안함·연평도 공격 같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낮다. 두 사건은 한·미·일의 방위협력을 강화하도록 함으로써 북한에 득보다 실이 많은 전략적 실수였다. 특히 천안함 공격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미국의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공개한 의도를 달성할 수 없게 했다. 천안함 사건이 없었다면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를 통해 미국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추가적인 도발이 있을 경우 남한이 즉각 보복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북한의 재래식 도발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또 한 가지 이유다.



 북한이 식량부족 때문에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심각한 식량난에 빠져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북한 식량난에 대한 민간기구들의 평가는 불완전하며 한·미·일 정부는 북한이 2012년 행사를 위해 식량을 비축하려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식량 지원의 목적이 사회 불안정을 예방하기보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북한은 미사일이나 핵무기라는 보다 강력한 정권 보호막을 놓고 타협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임박했다면 한·미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신속한 외교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또 대화를 막는 것이 남한이라는 북한의 선전을 무력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는 청와대에 대한 지지를 보다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도록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요청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