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머독의 굴욕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80·사진)이 거느리고 있는 168년 전통의 영국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가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휴대전화를 불법 도청해 얻은 정보를 기사화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을 포함해 축구 선수 웨인 루니, 영화배우 휴 그랜트 등 유명 인사들이 도청의 피해를 봤다. 범죄 및 테러 피해자와 가족, 해외 파병 전사자 가족 등에게도 광범위하게 도청이 시도됐음이 밝혀졌다.

 영국의 미디어 그룹인 뉴스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39) 회장은 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이번 주(10일자)까지만 발행하고 폐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 미디어 그룹 뉴스 코퍼레이션의 회장인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다. 호주에서 태어난 루퍼트 머독은 호주와 미국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뉴스 인터내셔널은 더 타임스·선데이 타임스·더 선·뉴스 오브 더 월드 등 4개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2002년에 납치·살해된 여중생 밀리 다울러(당시 13세)의 휴대전화가 NoW에 의해 도청됐음이 최근에 드러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이 신문의 기자는 다울러의 음성 메시지를 해킹으로 도청했다. 그는 다울러의 음성 메시지 사서함이 꽉 차 다울러 부모의 메시지가 수신되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는 음성 메시지 일부를 삭제했다. 당시 경찰은 메시지가 삭제됐다는 것 때문에 이미 숨진 다울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수사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기자의 도청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NoW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로이즈 은행 등 주요 광고주는 광고 게재 중단을 통보했다.

 NoW는 이 사건 외에도 상습적으로 도청을 시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NoW의 음성 메시지 도청 피해자가 최대 400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보수 움직였던 머독
이제 보수가 그의 목 겨누다

캐머런의 보수당, 위성방송 인수 승인 재검토





잇따른 도청 스캔들로 신뢰를 잃은 영국 일요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를 폐간키로 한 루퍼트 머독(왼쪽)과 그의 38세 연하부인 웬디 머독. 도청 피해자인 영화배우 휴 그랜트(작은 사진)는 7일 BBC방송에 출연해 “폐간은 당연하다”며 “이 신문뿐 아니라 모든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밸리 AP=연합뉴스]



2005년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무릎을 다쳤다. 왕실 관계자 등 매우 제한적인 사람들만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왕자의 부상 소식은 ‘뉴스 오브 더 월드(NoW)’에 단독으로 보도됐다.

앞서 2002년에는 윌리엄의 동생인 해리 왕자의 음주 소동을 보도하기도 했다. 왕실은 전화 통화나 대화가 도청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NoW의 기자 두 명이 사설 탐정을 동원해 윌리엄 왕자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도청한 것으로 밝혀져 이들은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일로 이 신문의 왕족·연예인·정치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각종 특종들이 도청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NoW의 음성 메시지 도청을 파헤쳤다. 최근 2년 동안 새로운 도청 사례를 잇따라 보도했다. 경찰은 올해 초부터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8일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비난 여론과 광고 보이콧이 다른 계열 언론사로 번지거나 새로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폐간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디어) 제국을 구하기 위해 신문을 도끼로 쳐냈다”고 표현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위성방송 ‘BSkyB’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 왔다. 현재 39%의 BSkyB 지분을 늘려 지배 주주가 되는 절차를 밟으며 영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승인을 해주려던 보수당 정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해 집권하자 NoW의 편집인이었던 앤디 쿨슨을 공보책임자로 발탁했다. 쿨슨은 8일 경찰에 체포됐다. 2003부터 4년 동안 편집 책임자로 일한 쿨슨은 기자들에게 도청을 강권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당 정부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1843년 창간된 NoW는 1969년 머독에 인수됐다. 호주 출신인 머독이 영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인수 이후 이 신문은 한때 매주 6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왕족과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한 특종으로 머독은 순식간에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NoW는 일간 대중지 ‘더 선’과 더불어 각종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머독의 사업 확장에 기여했다. 머독 소유의 신문들은 보수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 다. 보수당 승리가 예견됐던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뉴스 인터내셔널 소속 신문들은 일제히 보수당 지지를 선언했다.

  영국 일요신문 중 최대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신문은 최근 매주 약 270만 부를 발행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루퍼트 머독(80)=월트디즈니에 이은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포스트, 폭스방송, 20세기 폭스 등 780여 종의 언론 사업을 52개국에서 펼치고 있다. 1931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53년 옥스퍼드대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52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호주 애들레이드시의 조그만 신문 선데이메일과 더뉴스를 상속받아 스캔들·섹스·스포츠 등 선정적인 보도로 판매부수를 크게 늘렸다. 이를 발판으로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미국·아시아·남미 등으로 진출하며 세계 미디어 업계의 큰손이 됐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