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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에 사랑시집 낸 고은 “만용에 가까운 용기로 … ”





아내 이상화 교수 위해 『상화 시편 … 』 등 2권 내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시집 『상화시편 : 행성의 사랑』을 낸 고은 시인. “영역판을 내 미국·유럽 등지에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고은(78) 시인이 아내 이상화(63·중앙대 영문과 교수)씨에게 바치는 사랑시 118편을 모은 시집 『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을 냈다. 또 다른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이상 창비)도 함께 펴냈다. 지난해 30권짜리 『만인보』를 완간한 지 1년 여 만에 시집 두 권을 낼 만큼 열심히 쓴 것이다.



 고은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2008년 나온 시선집 『오십 년의 사춘기』 해설에서 시인 김형수씨는 “고은의 시는 표절할 수 있지만 고은의 생은 표절할 수 없다”고 쓴 바 있다. 70년 전태일 분신 이후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따른 투옥, 2000년 남북정상회담 수행 등으로 이어진 저항적 지식인으로서의 이력, 『만인보』로 대표되는 방대한 규모의 작업 등, 고씨의 파란만장한 삶과 문학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시인의 숨가쁜 궤적에 사랑시는 낄 자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 만큼 이번 아내를 위한 시집은 의외다.



 6일 기자간담회를 연 시인은 “우주적인 규모로 보면 사사로울지 모르지만 지구상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바로 사랑”이라며 “만용에 가까운 용기를 내 사랑시집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혹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시집(戀詩集)을 낸 것에 대한 고까운 시선을 의식한 듯 “개인주의가 위대하지 않다는 주장은 상투적”이라며 “선과 아름다움, 진실의 출발점은 진정한 사(私)”라고 말했다. 사사로운 개인의 연애감정으로 폄하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사를 존중해야 공(公)이 모독 당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그는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아내가 없었다면 나는 15년쯤 전에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과 아내와의 사랑은 “드라마적인 감동이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했다. “일상의 사소한 티끌 같은 시간의 집적, 나날이 진행되는 일상, 살기 위해 흡수해야 하는 지방·탄수화물, 호흡으로 내뱉는 질소 같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랑시집에 실린 작품은 한결 감각적이고 부드럽다. 예컨대 ‘나는 상화를 무르팍에 앉히고’ ‘너를 엉엉 사랑하리라 다짐한다’(‘나무 심는 날’) 같은 시구가 있다. 시집 머리에는 아내 이씨가 쓴 사랑시 ‘어느 별에서 왔을까’도 실려 있다. ‘어느 별에서 왔기에/우리의 사랑 이리도 끝없고 바닥도 없는 것이냐고/다그치며 묻지 말아요’라며 속내를 털어놓은 작품이다.



 막걸리잔을 기울인 끝에 자리 막판, 흥이 오른 시인은 우스개 소리를 했다. “내가 80년대에 사랑시 썼으면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다음은 했을 거여.”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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