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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8년 만에 무대 오른 ‘신라’현란한 볼거리에 숨죽인 객석

덕수궁 옆 정동극장에서 연중 공연되는 ‘미소(美笑·MISO)’는 국악과 풍물, 전통 춤과 연기가 어우러져 특히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1997년 ‘전통예술무대’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공연은 2008년 춘향전의 골격에 한국의 4계를 담아낸 ‘미소’로, 2009년 다시 ‘미소-춘향연가’로 바뀌는 과정에서 무수한 수정과 보완을 통해 걸러지고 다듬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 특별 공연을 펼친 것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14년 만이다. 그간 관람객 누계는 65만 명이 넘는다.

그 ‘미소’를 운영하던 팀이 새 작품을 선보였다. 80여 분간의 전통 무용극 ‘미소 2-신국의 땅, 신라’다. ‘미소’의 성공 DNA를 천년 고도 경주에 심어보자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주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그리고 정동극장이 의기투합했다. 이름하여 국가브랜드 공연이다. 경주는 대표적인 관광지지만 그동안 ‘신라’를 담아낸 공연은 없었다. 경주를 찾은 관광객을 방임하고 있었던 셈이다.

“신라인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미 기록에 나와있다. 그 마음이 이 작품을 통해 이 땅에 나타날 것”(최양식 경주시장), “신라 건국(BC 57년) 2068년 만에 보게 되는 공연”(임진출 전 국회의원)이라는 주요 인사들의 축사에서 작품에 대한 기대가 흘러넘쳤다.7월 1일부터 경주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오픈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무대의 시연회가 6월 29일 저녁 열렸다. 공연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됐다. 박혁거세의 건국 신화를 그린 1막 ‘신국의 신화’, 선덕여왕과 화랑 용춘의 애절한 사랑과 엇갈린 운명을 다룬 2막 ‘신국의 꽃-화랑’, 그리고 통일의 대업을 이룬 신라인들이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3장 ‘해동의 빛, 신라 로드’다. 『삼국유사』와 『화랑세기』 등 옛 문헌에 나타난 기록을 토대로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토함산을 비추는 아침햇살처럼 현란한 레이저 빛이 객석을 압도하며 무대가 시작됐다. 이어 해와 달, 별과 꽃, 물과 바람 등 여섯 신이 차례로 계림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형상화됐다. 박혁거세와 알영이 선보인 잉태의 춤은 에로틱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2막 숲의 무대는 사진가 배병우의 ‘소나무’를 연상시켰다. 실제로 그가 그 유명한 소나무 시리즈를 찍은 곳이 경주 남산이다. 풍월주 용춘과 화랑, 덕만공주와 원화들의 춤 대결,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둘 수 없는 선덕여왕의 안타까움과 전투에서 이기고도 적의 화살에 스러지는 용춘의 한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가장 눈에 띈 장면은 전투를 형상화한 군무와 검무. 각각 일곱 대의 북이 서로 맞서며 기세를 높였고 커다란 붉은 깃발이 함성처럼 무대를 갈랐다. 안무를 맡은 김충한 감독은 “단순한 삼국의 싸움이 아닌 하나의 전쟁이라는 이미지를 시각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초연이 그러하듯 아쉬움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신라’라는 정체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외국인 관객까지 생각한다면 신라만의, 선덕여왕만의 이야기가 더 부각됐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선덕여왕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 아닐까. 선덕여왕 재임(632~647) 중 일어났던 첨성대 건립이나 황룡사 창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형상화하는 것도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많이 보여주려 하다보니 숨차게 달리기만 한 느낌이다. 스토리의 완급 조절이 더 필요하다. 상황만 설명하니 밋밋해졌다. 사랑 이야기는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더욱 애틋하고 애절한 법. 게다가 구성에 입체감을 주려면 맛깔스러운 조연도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누구 또는 무엇에게 어떻게 맡길 것인가는 제작진에게 던져진 숙제다.

최정임 정동극장장은 “이제 겨우 ‘집’을 지었을 뿐, 앞으로 예쁜 가구를 골라 곳곳에 멋지게 배치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당나라에서 신라로 전해진, 폴로와 유사한 격구라는 스포츠를 화랑들의 무대에 응용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소 2’를 위해 경주는 물론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40여 명의 무용수를 새로 뽑았다. 적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이다. ‘미소 2’의 호기로운 출발에 제주·전북·부산 등 다른 지자체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클래식부터 비보이까지, 드라마에서 K팝까지 문화의 온갖 장르에서 재주있는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지 않은가. 이들이 직업인으로서 예술에 몰두할 수 있게, 예를 들어 ‘4대 보험’ 같은 것을 미리미리 해결해주는 것은 정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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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