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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무책임한 자유 제한하는 자유를 허락하라”

최근 미국에서는 방송 중 비속어나 외설적 표현을 금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정이 위헌인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항소심 법원은 “FCC의 규제가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지만 최근 대법원이 이를 다시 검토해보자며 논쟁을 재점화했기 때문이다. FCC는 1975년부터 방송에서 외설적 표현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이를 어기는 방송국에는 무거운 벌금을 물려왔다.

2000년대 초 연예인들이 생방송 도중 비속어를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 2002년과 2003년에는 여가수 셰어와 니콜 리치가, 2004년에는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생방송 도중 욕설을 했고, 그 결과 생방송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FCC는 2004년 여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이 생방송 도중 노출된 사고에 대해 55만 달러(약 6억원)라는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폭스(Fox) 방송사는 2006년 “FCC의 규제가 미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항소심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얻어냈다. FCC의 조항이 너무 모호해 방송국 측은 어떤 것이 비속어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알아낼 방법이 없고, 그 결과 방송국의 자체검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 대법원은 논란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양측의 주장을 처음부터 다시 듣고 판단하기로 한 것. 이는 항소법원의 판결이 방송을 관리·감독하는 FCC의 기능을 저해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결정을 가장 반기는 것은 학부모들. 학부모 단체인 부모TV위원회의 팀 윈터 회장은 “항소심의 잘못된 판결로 TV에 외설적 장면과 비속어가 난무할 뻔했으나 대법원이 바로잡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늘날 자유란 일종의 종교와 같은 것이어서 자유를 제한하는 그 어떤 조치도 죄악시 된다. 그러나 문제는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그것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다. 특히나 그 부작용의 주된 희생자가 미성년자라면 우리는 과연 그 자유를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 우리는 그 자유를 진정한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논란은 많다. 인터넷 실명제나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등은 모두 충돌하는 자유 속에서 어느 편의 자유가 더 존중돼야 하는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두 제도의 반대론자들은 인류의 역사가 언제나 자유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해 왔으며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는 퇴보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성인의 자유가 증가해온 만큼이나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 혹은 그들이 유해한 환경에서 멀어질 권리도 강화돼 왔다는 점이다. 간단한 예로 간통죄에 대한 처벌은 완화 내지 소멸되는 반면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다.

욕이나 비속어의 사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리가 유치원에서부터 배운 아주 간단한 진실이 왜 어느 순간부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편한 명제가 돼 버린 것일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벗은 몸을 드러내고 욕이나 비속어를 사용할 수 있는 어른들의 자유가 조금은 침해돼도 괜찮지 않을까.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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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