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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두 사람이 몰래 데이트한 날은 1793년 8월 21일










국내 천문학자가 조선 후기 풍속화가 신윤복(申潤福, 1758~?)의 그림 속에 나타난 달 모습을 보고 제작연대를 도출했다.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이자 ㈜천문우주기획의 대표이사인 이태형(47·사진)씨는 1일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이 그려진 시기는 1793년 8월 21일 무렵”이라고 주장했다. ‘월하정인’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蕙圓傳神帖)에 들어 있다. 청사초롱을 밝히고 밤길을 나란히 걷고 있는 연인이 등장하고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 보인다(사진).

 이 대표는 그림 속 달 모양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작연대를 추적했다. 우선 달 형태가 초승달 모양이지만 볼록한 면이 위로 향한 점을 주목했다. 흔히 관찰되는 달이 아니라 월식(月蝕), 특히 달 모양이 세로로 서는 개기월식이 아닌 가로로 누워 있는 부분월식이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 계절과 관련해서는 그림에 ‘월심심야삼경(月沈沈夜三更)’이란 문구가 적힌 것으로 봐서 밤 12시 무렵인 한밤중을 묘사한 것인데도 달이 처마 끝에 걸려 있어 여름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달의 높이다. 그림 속 부분월식이 진행 중인 ‘보름달’의 남중(南中)고도(가장 높이 떴을 때의 높이)가 낮은데 이는 여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계절과 부분월식을 밝혀낸 이 대표는 이 정보를 근거로 사료를 뒤져 시점을 좁혀갔다.

 이 대표는 “신윤복이 태어난 18세기 중반 이후 100년 동안 서울에서 관찰 가능한 부분월식을 따져본 결과, 1784년 8월 30일(정조 9년, 신윤복 26세)과 1793년 8월 21일(정조 18년, 신윤복 35세) 두 번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승정원일기』를 뒤져 1784년 8월 30일 전후에는 사흘 연속 비가 내려 월식 관찰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1793년 기록에서는 “7월 15일(양력 8월 21일) 오후까지 비가 오다 그쳤고, 밤 2경(오후 9시)에서 4경(오전 3시)까지 월식이 있었다”는 기록을 발견해 최종적으로 이 날짜를 제작일자로 발표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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