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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한 - EU FTA 반기는 메독와인협회장, 필리프 당브린

이번 달부터 한·EU FTA가 발효됨에 따라 프랑스 와인 등 유럽 와인이 쏟아져 들어올 예정이다. 와인 관세 15%가 사라져 시장에선 소비자가 기준으로 13%가량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09년과 2010년 연속 칠레 와인에 물량(t)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은 프랑스 와인이 7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다. 프랑스 정부 지정 특등급 와이너리 60개가 모여 있어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보르도 지방 메독 지역의 메독와인협회 필리프 당브린 회장을 만나 메독 와인과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 물었다. 메독에는 1400여 개 샤토에서 연간 8500만 병의 와인이 출고된다.

보르도(프랑스)=강서규 기자
취재협조: 메독와인협회, SOPEXA






●메독은 환경이 아름답고 편안해 휴양하기 좋은 곳 같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조급해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 그것이 메독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와인이 유행하면서 와인은 공부해 가며 마시는 음료가 돼버렸는데 와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약간의 상술도 끼어든 게 사실이지만 와인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문화인 것 또한 사실이다. 처음에는 와인을 잘 모르니까 그런 상술에서 정보를 얻게 마련이지만 조금 알고 나면 와인을 즐기는 문화, 와인에 담긴 철학, 그런 것들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한국이 그런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와인에 대한 일반적 상식 또는 강요된 지식을 넘어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만의 취향을 갖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파리 출신인 나도 30년 전 보르도에 와 그런 단계를 거쳤다.”

●미국 소비자는 와이너리 출고가 대비 3배면 살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5배에 이른다고 한다. 협회가 한국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낮출 방법은 없는가.

 “한-EU FTA가 발효돼 관세가 없어지면 가격이 상당히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내 유통체계의 보완책이 있지 않으면 그 이익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만을 위해 출고가를 낮출 수는 없는 문제다.”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열네 살 때다.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와인 저장고에 들어가 와인을 살짝 맛본 적이 있다. 그 다음에 들어갔을 때는 혼자서 한 병을 다 비웠다. 그 전에 가족 식사 때도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지만 할아버지의 와인은 정말 맛이 좋았다. 품질이 아주 높다는 느낌을 받았고 ‘와인이라고 다 같은 와인이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됐다. 평범한 옷을 매장에서 사 입다가 어느 날 굉장히 솜씨 좋은 재단사의 맞춤옷을 입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엔 할아버지한테 혼났지만 나중엔 마셔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맛을 구별할 줄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웃음)”

●회장으로서 매년 메독의 특등급 와인을 시음할 텐데 자신의 샤토 와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느낀 때도 있는가(당브린 협회장은 샤토 두 개를 소유하고 있다).

 “항상 비교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와인은 저마다 특징이 있는 것이다. 어떤 와인은 그 샤토만의 색깔이 있고 향이 있으며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특징을 즐기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비평가적 생각에 사로잡혀 와인을 즐길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셔본 와인 중 가장 비싼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으로 샹볼 뮈지니(Chambolle Musigny) 1935년산이었다. 게셰라는 이름의 의사가 포도밭 농부들을 치료하고 와인으로 치료비를 받았는데 이것을 그대로 와인 저장소에 모아 두었다. 그가 죽은 뒤 그것들을 꺼내 보니 그 컬렉션이 어마어마했다. 기회가 있어 그의 샹볼 뮈지니를 마셔보게 됐다. 그런 와인은 수집용 와인으로 1만 유로(약 1550만원)를 호가한다.”

●지금까지 마셔본 와인 중 가장 인상적인 와인은 어떤 것인가.

 “1770년산 마데루 와인이다. 몇 백 년의 시간을 건너뛰는 감동이었다. 정말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5년 전쯤 스페인의 한 와인 살롱에서 생산자들이 가져온 와인을 시음하게 됐다.”

●그렇게 오래되어도 맛이 괜찮은가.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와인의 맛을 간직하고 있었다. 과일 향은 줄어들었지만 훈제와 아몬드 같은 향은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와인을 투자대상으로 스위스 은행에 저장해 두는 부호들이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투자가치가 있는가.

 “장기 투자 종목은 아니다. 와인 자체가 변수와 위험요소가 많다. 저장하기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오래 묻어뒀다가 막상 따보면 기대했던 품질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애호가로서 재미 삼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구매하면서 ‘혹시’ 해서 더 사들이는 정도다. 애호가가 아니면 실패할 확률이 높고 진지한 투자종목으로 시장에서 발전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와인을 가족 음료라고 하는 이유는.


 “와인은 한번 따면 오래 놔둘 수 없으므로 혼자 마시기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마시게 되는 음료다. 그래서 혼자 마실 때는 맥주 한 병이나 위스키 한 잔을 하게 되지만, 와인은 항상 함께 즐기고 나누는 알코올 음료다.

●협회장의 임무는.

 “멀리 내다보면서 메독 지역 와인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산자와 오너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호주 등 외국 와인들도 전반적으로 품질이 안정적이면서 향상되고 있다. 메독의 특등급을 비롯한 고급 와인들만으로 이들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렴하면서도 품질 높은 대중적 와인이 필요할 텐데 외국 와인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가.

 “크뤼 크라세 등급의 고급 와인은 비싸고 어려워서 모든 소비자에게 팔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와인들이 있었기에 보르도 와인이 알려진 것이므로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다. 크뤼 부르주아나 크뤼 아르티장 등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메독 와인과 그 외 메독 와인만의 개성을 잘 간직한 우아한 와인을 알리는 데 협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제 이들 와인을 알리는 데 메독의 특등급 와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독 와인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일단 신뢰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와인을 알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신세계 와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메독의 와인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칠레나 호주 등의 신세계 와인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그 와인들은 친숙하고 접근이 쉽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지 않는 소비자도 콜라나 소다수를 마시다 와인으로 바꾸기가 쉽다. 일단 와인 소비자가 되면 다른 와인도 맛볼 욕구와 기회가 생기므로 미래의 메독 와인 소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세계 와인은 와인 소비자층을 넓혀주는 상품이지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

●메독 와인은 한마디로 어떤 와인인가.

 “우아하고 균형이 잘 잡힌(équilibre), 그래서 감동이 있는 와인이다. 그리고 메독에는 고급 와인뿐만 아니라 테루아(풍토)가 빚어내는 다양한 개성의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어 다양성 또한 메독 와인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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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