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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미국 사회적 기업 ‘베이캣’ CEO 빌리 왕

‘사회적 기업’이 뜨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직면해 있는 양극화의 해법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윤을 좇는 기업과 다른 점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보다 몸이 가볍고 날렵하다. 한마디로 효율적이다. 개념상으론 그렇다. 실제로도 그럴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 베이캣(BAYCAT)의 설립자 겸 CEO를 인터뷰했다. 빌리 왕(Villy Wang)이라는 이름의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빌리 왕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브라운대를 졸업했다. 뉴욕 월가의 은행에서 5년간 일하다 로스쿨을 다니고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변호사를 했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베이캣은 씨티뱅크·야후 같은 회사들을 위해 비디오·광고 등을 제작해 주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 교육을 한다. 빌리 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연 ‘문화예술교육’ 행사의 국제 연사 자격으로 방한했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 베이캣이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철학이다. 마크 ①는 작곡으로, 아이작②은 영화 촬영으로 자기 이야기를 작품화한다. 어릴 때 총기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더마리아③는 영화제에 자기 작품을 내는 게 꿈이다. 호세④는 직원으로 채용돼 베이캣에서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한때 노숙자였던 틱⑤은 가수 겸 연기자로 도약 중이다. 베이캣에서 TV쇼, 광고 제작을 배운 닉⑥은 장학금을 받고 컬럼비아 영화학교에 진학했다. 이런 청소년들이 만든 영화⑦,⑧는 미국 안팎의 영화제에 출품돼 높은 호응을 얻는다. 청소년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빌리 왕⑨의 휴대전화에는 두 살배기 ‘에인절’ 사진이 저장돼 있다. 에인절과 그의 아버지 ‘킬로’ 부자는 집이 없어 자동차에서 생활한다. 킬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고, 에인절도 직접 출연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캣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한마디로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고용하며, 능력을 키워주는(empower) 것이 우리의 사회적 사명이다. 청소년들에게 비디오, 그래픽, 웹디자인, 애니메이션, 음악 제작 같은 것을 무료로 교육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미디어 아트’로 사회에 전달하는 창조적 과정을 경험하고 터득하게 해주는 것이다.”

●무료 교육이라면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나.

 “비디오·광고 등을 제작해 돈을 번다. 정부나 개인, 기업·재단의 기부도 받는다. 어쨌거나 수입은 사회적 사명을 다하는 데 쓴다. 이렇다 보니 우리 회사엔 주주가 없고, 주식도 발행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고객은 동시에 기부자라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씨티뱅크는 기부를 하면서 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우리의 전문성을 알게 됐고, 자기네 행사 초청장 제작을 의뢰해 왔다. 기부자(donor)에서 고객(client)이 된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도너런트(donorent)’라고 부른다. 반면에 야후는 자기네 행사의 비디오 제작을 먼저 맡겼었다. 그러다 나중에 우리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 알고서 우리에게 기부를 하게 됐다. 나는 이런 사례를 ‘클라이노어(clienor)’라고 부른다. ‘클라이언트’와 ‘도너’를 합친 말인데, 이 역시 내가 만든 말이다. 우리 회사와 거래하는 기업은 청소년들의 꿈을 위해 기부하는 셈이 된다.”

●고객과 기부자가 겹쳐진다는 게 흥미롭다.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멀티미디어 덕에 모든 것이 유연해졌다. 우리는 비즈니스와 교육을 결합한 모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우선순위는 교육에 있다. 누가 우리에게 100만 달러를 준다 해도 교육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객을 잃고 싶지도 않다. 우리에게 100만 달러가 들어오면 우리는 청소년에 대한 교육과 고용을 늘릴 수 있으니까.”

●문화예술 교육은 엄밀히 따지면 학교의 역할 아닌가.

 “취약 계층 청소년들은 대개 공립학교를 다닌다. 그곳에선 영화 제작, 애니메이션, 디자인 같은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청소년들이 일찌감치 배운다면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학교교육을 대체할 순 없다. 우린 그저 학교교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에게 ‘역사를 가르쳐 줄 테니 그걸 영화로 만들어 봐라’ 하면 관심을 갖게 되는 식이다.”

●베이캣에서 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에 대해 얘기해 달라.

 “주거, 가족, 마약, 범죄 등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 청소년들이다. 열세 살 마이샤라는 소녀에게 꿈을 물어본 적이 있다. 답이 무엇이었는지 아나. ‘미래에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대학에 가고 싶다’였다. ‘미래에 살아 있다면’이라는 조건이 충격적이지 않은가. 주변에 너무나 살인이 많고, 자기네 사촌들이 죽는 것을 봤으니까.”

●교육을 받고서 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나.

 “닉이라는 친구는 중학생 때 우리를 만났다. 베이캣에서 TV 쇼를 만드는 것을 배우고, 광고 제작 경험도 했다. 마침내 그는 2만 달러의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가장 좋은 영화학교인 컬럼비아 영화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다른 청소년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성인에게도 영화 제작 교육을 한다. 성인 교육생 중엔 두 살짜리 아들과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젊은 아빠도 있었다. 그는 나중에 자기 이야기를 단편영화로 만들었다. 나중에 아이 엄마도 베이캣에 나오게 됐다. 우리는 그들의 가족인 셈이다.”

●교육생 중에서 고용을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고용하는 주 대상은 18세 이상이다. 이들은 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생계를 위해 일을 얻고 싶어 한다. 11~17세 사이의 청소년들에겐 6개월짜리 인턴십 기회를 준다. 청소년들이 인턴이 되려면 보호자 허가를 받아와야 한다. 그리고 학교 수업 시간에는 절대 일을 못하게 한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를 벗어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턴으로 고용되면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6개월간 자신의 단편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인턴 과정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이면 나중에 성인이 된 뒤 정식 직원으로 뽑는다.”

●인턴 지원자가 많나.

 “인턴 6명을 뽑는다고 하면 30~50명의 지원자가 몰린다. 더 많이 뽑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베이캣의 실적은.

 “아직 실적이 그리 많진 않다. 지난해의 경우 20명을 고용했고, 우리 스튜디오에서 60개 작품을 제작했다. 지난 5년간 학생 1500명과 교사 250명을 교육했고, 약 200개 프로젝트를 맡았다. 우리의 자체 수입이 기부를 포함한 전체 수입의 40% 가까이 된다. 매출이 좋을 때는 100만 달러 정도였다.”

●외부에서 요청해 온 미디어 제작에 청소년도 참여하나.

 “그렇다. 우리는 학생들의 체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전문가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고객사 실무자를 만나게 한다. 고객에게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청소년들을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프로들만 투입한다. 그런 회사들도 어쨌든 우리가 사회적 사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니까.”

●혹시 베이캣 교육 때문에 학업을 소홀히 하는 학생은 없나.

 “아직 그런 학생은 없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유능한 제작자라도 네 생각을 잘 말할 수 있어야 하고, 학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객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법도 가르친다. 비디오 제작 능력이 하드 스킬(hard skill)이라면 어휘·외모는 ‘소프트 스킬’이다. 학생들에게 이 모든 스킬이 다 필요함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의 빌리 왕(오른쪽) 모녀.


●어떻게 베이켓을 구상하게 됐나.

 “나 자신도 저소득층 청소년이었다. 우리 집은 늘 음식 걱정을 해야 했다. 그만큼 살림이 어려웠다. 오빠가 한때 마약 딜러를 하기도 했다. 집에 유모를 부를 형편이 못 됐기 때문에 어릴 때 나는 엄마가 다니는 봉제공장을 따라 다녔다. 우리 엄마는 열정이 많고, 창조적인 분이셨다. 영어를 못하면서도 뉴욕에서 가장 좋은 패션학원을 다니셨다. 엄마가 내게 베이캣의 아이디어를 심어주신 셈이 됐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청소년들에 비하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베이캣으로서도 어려움이 커질 것 같다.

 “그렇다. 불경기에는 기부금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자체 수입이 없으면 우린 생존하기 어렵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불경기에도 재미 있는 일들이 생겨난다. 시 정부가 최근 영세 중소상의 매출 증대를 돕기 위해 영세상마다 로고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 작업을 우리에게 맡겼다. 그래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일거리를 줄 수 있었다. 영세상, 시 정부, 청소년들에게 모두 ‘윈윈’이 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공동체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얘기 같은데.

 “진짜 그렇다. 지방정부가 건강 캠페인 광고물을 만든다고 치자. 거대 기업보다는 우리 같은 사회적 기업에 맡기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건강 문제는 저소득층에서 더욱 심각한 이슈이니까. 우리가 교육하는 청소년들 자신의 이슈이기도 하다. 지역정부의 건강 캠페인을 지역 청소년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배우· 작가가 되어 제작한다면 어떤 건강 캠페인보다 창의적이며 설득력 높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j 칵테일 >> 은행가 → 변호사 → 예술계 관리자 → 교사 …

빌리 왕이 대표로 있는 베이캣은 문화예술 교육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렇다 보니 빌리 왕은 기업은 물론이고 문화예술과 교육, 이런 모든 것에 대해 알아야 했다. 은행가·변호사를 하면서 기업에 대해 터득하게 된 빌리 왕은 문화예술단체들을 찾아 다녔다. “당신네 조직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필요한 일을 내게 맡겨 달라. 나는 변호사고, 똑똑하다. 내가 쓸모가 있을 것이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런 자기 PR 덕에 ‘뉴욕 재즈 페스티벌’ 같은 예술단체에 수년간 몸담으면서 문화예술과 비영리단체에 대해 익힐 수 있었다. 이후 빌리 왕은 교사 자격증도 땄다. 뉴욕의 한 초등학교에서 3년간 교사를 했다.

 “제가 해본 직업 중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는지 아세요. 바로 교사였어요. 교사를 할 때는 퇴근을 하고 나서 집에서 많이 울었죠. 하지만 내가 했던 모든 경험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베이캣은 성공할 수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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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